“전생에 날 짐승 아니었나 싶죠”
[릴레이 인터뷰] 구삼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
어린 시절,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들을 보며 콩닥콩닥 가슴이 뛰는 경험을 했던 소년. 땅에서 높이 솟아 편대를 이루어 재주를 넘고 있는 비행기를 올려다보며 소년은 커서 꼭 저 비행기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보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자라면서 소년은 혼자 모형 비행기를 만들고 로켓을 제작해 쏘아보곤 했다. 중학교 때는 로켓을 만들다 뻥 터져서 다리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
구삼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는 스스로를 ‘럭키맨’이라고 소개했다. 마냥 비행기가 좋아 그것만을 좇아왔을 뿐인데 되돌아보니 정말 자신이 비행기와 지금껏 함께 했기 때문이란다.
스마트무인기기술개발 비행시험 진두지휘
구삼옥 박사는 지난 2002년부터 작년 2012년까지 진행된 21C 프론티어 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무인기기술개발 사업단에서 실무 총괄지휘를 맡으며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주역 중 하나다.
구삼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는 스스로를 ‘럭키맨’이라고 소개했다. 마냥 비행기가 좋아 그것만을 좇아왔을 뿐인데 되돌아보니 정말 자신이 비행기와 지금껏 함께 했기 때문이란다.
스마트무인기기술개발 비행시험 진두지휘
구삼옥 박사는 지난 2002년부터 작년 2012년까지 진행된 21C 프론티어 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무인기기술개발 사업단에서 실무 총괄지휘를 맡으며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주역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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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삼옥 항공우주연구원 박사 ⓒ황정은 |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창립멤버인 그는 지난 10년 동안 무인항공기와 무인기 체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현재 해당 연구는 초석을 다졌다는 점에서 국내 무인기 기술시장을 한 단계 진일보 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스마트 무인기로 불리는 틸트로터(tiltrotor) 항공기는 헬리콥터와 비행기의 장점을 모두 갖춘 축소형 스마트 무인 항공기다. 헬리콥터가 활주로 없이 이·착륙을 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비행기는 활주로가 있어야만 이·착륙을 할 수 있고, 비행기가 높은 상공에서 빠르게 날 수 있는 것과 달리 헬리콥터는 비행 속도에 한계가 있는데, 틸트로터는 양 비행체의 장점을 모두 모아 효율성을 높인 항공기인 것이다.
즉, 헬리콥터처럼 활주로가 없이도 이륙과 착륙이 가능하고 하늘을 날 때는 비행기처럼 속도를 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항공기로, 전 세계적으로 이와 같은 기술은 미국의 벨 헬리콥터만이 구현할 수 있었다.
“틸트로터 항공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90도 각도까지 기울일 수 있는 회전날개와 이 회전날개를 비행중에 기울이면서도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비행제어 기술이다. 회전날개는 항공기를 수직으로 들어 올리는 역할과 자세를 유지시키는 역할도 하면서 전방을 향해 기울이면 프로펠러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행제어기술 역시 회전날개와 더불어 매우 중요한데, 항공기 자세를 원하는 대로 조종해서 정상적으로 비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비행제어기술은 틸트로터 항공기 제작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부분이지만 국내에는 전문 엔지니어가 없어 개발 과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국내 인력과 기술로 무인항공기 개발이 가능하다는 신념 하에 시험을 하기 편리한 작은 축소 모델 비행체를 갖고 제어법칙 개발을 꾸준히 진행했다. 그렇게 비행제어 기술 개발에 성공한 이후, 1톤짜리 스마트 무인기 시험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이처럼 지난 10년 간 구삼옥 박사가 몸담은 연구팀은 무인항공기 비행을 연구했으며, 참여 업체 기술진들과 함께 순수 국내 기술로 스마트무인기 시스템 기술을 개발해 국내기술의 수준을 대폭 끌어올렸다.
10년간 지속된 항공기 개발은 2011년도에 비행을 완벽하게 구현하며 사업을 성공궤도에 올려놨다. 10년의 장기사업 기간 중 지난 9년 동안 거의 백지상태에서 설계, 제작, 지상통합시험을 거치면서 일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어려운 시기가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며 개발에 개발을 거듭한 결과 사업단의 마지막 해인 10년째에 극적인 비행을 성공시켰다.
구 박사는 지난 9년을 돌이키며 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움이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구 박사는 “무인기는 그 특성상 90% 이상이 군용으로 사용된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 독일, 프랑스 등 소위 말하는 항공 선진국들이 이미 앞서가고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스마트 무인기 사업 이전인 1990년대에 송골매라는 육군에서 사용하는 무인기를 개발한 적이 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항공산업체와 함께 개발을 이어갔는데, 이 사업이 국내 무인기 기술 개발의 토대가 되었고, 2000년대 초에 종료된 이후에 국내 무인기 기술 개발의 공백기가 있을 뻔 한 시기를 스마트무인기 사업이 새로운 기술개발로 이어가게 되됐다”고 언급했다.
“무인항공기는 국가적인 전략기술이다 보니 나라마다 타국가로의 기술이전 규제가 심하다. 미사일 기술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MTCR(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을 통해 미사일 확산을 통제하는 것처럼 무인항공도 통제를 받는다. 돈을 많이 준다 해도 선뜻 기술을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언제든 군사용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 초반, 본 사업단은 미국의 한 벤처기업으로부터 비행제어 기술의 도움을 얻기로 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이 기술수출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미 정부의 불가 판정을 받았고, 심지어 공문에는 ‘한국의 엔지니어들과 토론도 하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돼 기술이전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여지없이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구 박사는 당시 미 정부의 처사가 국내 연구진에게 결과적으로 좋은 기회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기에 독자적인 개발에 더욱 매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으로부터의 기술이전이 무산으로 돌아간 뒤 해당 연구팀은 설계와 해석, 시뮬레이션, 축소모델 시험 등의 연구에 매달리며 지금의 결과를 이뤄냈다.
날 것에 대한 호기심, ‘본능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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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삼옥 박사가 참가한 연구팀이 개발한 스마트 무인항공기 ⓒ황정은 |
사업을 되돌아 본 구삼옥 박사는 “이런 연구는 결코 똑똑한 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일축했다. 팀이 잘 갖춰지고 이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었기에 지금의 결과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국내 최초, 세계에서 두 번째로 스마트무인기를 개발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비행기 광’이었다. 경남 고성이 고향인 그는 집 근처 사천비행장에서 공군 훈련 비행기가 편대를 이뤄 날아다니는 것을 보며 이유 모를 설렘을 느꼈다고 했다. 스스로를 “아무래도 전생에 날짐승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일컬은 그는 코흘리개 시절부터 본능적으로 비행기에 끌렸다고 말했다.
비행을 열망한 그는 조종사를 꿈꾸며 공군사관학교 진학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1.2의 시력을 갖고 있던 그는, 1.5 이상의 시력을 요구한 공사의 기준치에 살짝 못 미쳐 결국 항공대로 눈을 돌렸다. 특차로 합격한 그는 입학 후 학교 안에 다양한 비행기들이 있는 것을 보고 ‘여기가 천국이구나’ 싶었다고 했다.
공부를 할수록 그는 자신이 조종사가 되기보다 비행기라는 기기 자체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항공기 설계에 대해 본격적인 공부를 원했던 그는 카이스트 항공공학과로 진학, 비행기에 대해 갖고 있던 자신의 꿈을 하나씩 구체화 시켜나갔다.
비행 설계를 하다 보니 직접 날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조종사 자격증까지도 손에 거머쥐었다. 미국과 같은 환경에서는 항공공학 전공자가 조종사 자격을 취득하는 일이 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은 일로 비행기에 대한 그의 열정을 본 동료들 중에는 구삼옥 박사로부터 동기부여를 받아 하나 둘 조종사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다.
그는 비행기 개발 사업을 할 때 종합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종사 자격증도 이러한 사고를 갖는데 도움을 줬다는 그는 특정분야만 이해해서는 비행현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구삼옥 박사는 “비행은 모든 현상이 복합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요점을 파악할 수 없어 비행 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무엇이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를 판단하지 못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추후 그는 10년간 진행된 본 사업의 후속절차에 들어갈 준비를 할 예정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올 3월 마무리 지은 무인항공기 사업의 후속사업들이 남아있다. 10년간의 사업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후속 사업들을 긴밀히 추진할 예정이다.” 구삼옥 박사의 앞으로의 연구를 더욱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2012.12.24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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