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기원과 NASA 화성 탐사 발표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8)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1951년 10월 어느 날 미국 시카고대 화학과 한 강의실에서 이 학교의 자랑인 193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헤럴드 유리 교수의 강연이 진행됐다. 청중 가운데는 이제 막 대학원에 들어와 유리 교수의 실험실에 자리를 잡은 21살의 청년 스탠리 밀러가 있었다.
이 강연에서 유리 교수는 “생명체를 이루는 분자가 만들어지려면 지구가 환원성 대기여야 했을 것”이라며 “누군가가 이를 입증하는 실험을 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의가 끝난 뒤 유리 교수의 사무실에 신입 대학원생이 찾아왔다. 자신이 그 실험을 해보고 싶다는 것.
이렇게 해서 학부를 갓 졸업한 밀러는 유리 교수의 조언을 받으며 실험을 설계했고 이듬해 초 놀라운 실험 결과를 얻었다. 실험장치는 무척 간단하다. 환원성 대기였을 원시 지구의 환경, 즉 오늘날 질소와 산소 대신 안에 메탄, 암모니아, 수소가 들어있는 플라스크 하나(전기 스파이크 장치가 설치돼 있다)와 물을 담은 플라스크를 연결했다. 물이 담긴 플라스크를 가열해 수증기를 공급한 뒤 전기스파이크를 일으키고(번개 재현) 냉각장치로 수증기가 다시 물이 돼 순환한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플라스크 속 물 색깔이 점점 진해지고 탁해지더니 일주일이 지나자 짙은 붉은색의 탁한 용액이 됐다. 이를 분석하자 놀랍게도 오늘날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 성분인 글리신, 알라닌, 아스파르트산 같은 아미노산이 존재했다. 생명의 기원을 논할 때 출발점이 되는 그 유명한 ‘밀러-유리 실험’이 진행된 과정이다. 올해는 밀러-유리 실험 성공 60주년이 되는 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초짜 대학원생의 실험결과에 깜짝 놀란 유리 교수는 즉각 논문을 써 저명한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보냈다.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논문 검토진의 ‘저항’ 때문에 게재 결정이 늦어져 이듬해인 1953년 5월 15일자에야 논문이 실렸다. 논문은 스탠리 밀러 단독 저자로(유리 교수는 굉장히 쿨한 사람이었나 보다) 논문의 참고문헌 1번이 알렉산더 오파린의 저서 ‘생명의 기원’이다.
이 강연에서 유리 교수는 “생명체를 이루는 분자가 만들어지려면 지구가 환원성 대기여야 했을 것”이라며 “누군가가 이를 입증하는 실험을 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의가 끝난 뒤 유리 교수의 사무실에 신입 대학원생이 찾아왔다. 자신이 그 실험을 해보고 싶다는 것.
이렇게 해서 학부를 갓 졸업한 밀러는 유리 교수의 조언을 받으며 실험을 설계했고 이듬해 초 놀라운 실험 결과를 얻었다. 실험장치는 무척 간단하다. 환원성 대기였을 원시 지구의 환경, 즉 오늘날 질소와 산소 대신 안에 메탄, 암모니아, 수소가 들어있는 플라스크 하나(전기 스파이크 장치가 설치돼 있다)와 물을 담은 플라스크를 연결했다. 물이 담긴 플라스크를 가열해 수증기를 공급한 뒤 전기스파이크를 일으키고(번개 재현) 냉각장치로 수증기가 다시 물이 돼 순환한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플라스크 속 물 색깔이 점점 진해지고 탁해지더니 일주일이 지나자 짙은 붉은색의 탁한 용액이 됐다. 이를 분석하자 놀랍게도 오늘날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 성분인 글리신, 알라닌, 아스파르트산 같은 아미노산이 존재했다. 생명의 기원을 논할 때 출발점이 되는 그 유명한 ‘밀러-유리 실험’이 진행된 과정이다. 올해는 밀러-유리 실험 성공 60주년이 되는 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초짜 대학원생의 실험결과에 깜짝 놀란 유리 교수는 즉각 논문을 써 저명한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보냈다.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논문 검토진의 ‘저항’ 때문에 게재 결정이 늦어져 이듬해인 1953년 5월 15일자에야 논문이 실렸다. 논문은 스탠리 밀러 단독 저자로(유리 교수는 굉장히 쿨한 사람이었나 보다) 논문의 참고문헌 1번이 알렉산더 오파린의 저서 ‘생명의 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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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생명의 기원’ 펴내
1951년 가을 유리 교수가 강연할 때 환원성 대기를 언급했지만, 사실 그 당시 그는 오파린을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실험을 설계하면서 구소련의 생화학자 오파린이 환원성 대기 조건을 포함한, 유기화합물에서 생명체가 탄생하는 시나리오를 전개한 책을 펴냈고(1936년) 영어판(1938년)도 나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1894년 러시아제국 시절 태어난 오파린은 모스크바주립대를 졸업한 뒤 1927년부터 이 대학의 교수로 일했다. 그는 주로 식물 효소의 생화학 반응을 연구했는데 생명의 기원에도 관심이 많았다. 무생물에서 생물이 나타나려면 어떤 조건이 돼야하는가를 생화학자의 관점에서 고찰했는데 다음과 같다. 참고로 무생물인 분자에서 생명체가 나오게 되는 과정을 이론화한 가설을 ‘화학진화’라고 부른다.
먼저 지구 대기는 메탄과 암모니아, 수소, 수증기를 포함한 환원조건이었을 것이다. 오늘날 같은 산화조건(산소가 21%)에서는 유기화합물이 쉽게 분해되기 때문이다. 원시 대기의 분자 사이에 화학반응이 일어나면서 점차 복잡한 유기분자들이 농축됐을 것이고 이로부터 어떤 ‘질서’가 나타나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 가운데 어떤 화합물은 서로 결합해 좀 더 복잡한 구조가 됐고 ‘자연선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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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기화합물이 농축된 물방울인 코아세르베이트의 현미경 사진. 코아세르베이트는 세포처럼 선택적으로 물질을 흡수하거나 배출하고 크기가 커지면 분열하기도 한다. 1932년 네덜란드의 화학자 붕엔버그 드 종이 처음 발견한 코아세르베이트는 오파린이 화학진화의 중요한 단계로 소개하면서 유명해졌다. |
그러나 유기화합물이 많이 만들어진다고 생명체가 나오는 건 아니다. 오파린은 세포와 비슷한 콜로이드 구조인 ‘코아세르베이트’를 제안하면서 이 안에 유기화합물이 농축되면서 생명체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한다. ‘생명의 기원’은 그가 1924년 펴낸 같은 이름의 소책자를 수정보완하고 일반인도 읽을 수 있게 쉽게 풀어 쓴 책이다. 1990년 한글판도 나왔지만 지금은 절판돼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다.
결국 1952년 밀러-유리 실험은 오파린의 생명의 기원 가설 첫 번째 단계를 입증한 실험이었던 셈이다. 그 뒤 60년이 지났고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생명의 기원을 증명하는 실험은 본질적으로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있다. ‘RNA기원설’ 등 매력적인 새 가설이 있기는 하지만 무생물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점프’를 재현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이번 달 초 미 항공우주국(NASA)은 3일(현지시간) ‘역사책에 남을 만한 중대발표’를 한다고 예고했다. 따라서 재작년 ‘비소 박테리아’ 발표 때처럼 ‘화성에서 생명체를 발견했을 것’ ‘외계생명체의 신호를 포착했을 것’이라는 등 추측이 난무했다. 그런데 막상 발표내용을 보니 ‘비소 박테리아’ 때보다도 훨씬 더 실망스런 내용이라 사람들이 고개를 내저었다.
즉 지난해 8월 화성에 착륙한 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의 토양을 채취해 자체 장착한 분석장비로 성분을 조사했는데 시료에 황과 염소를 포함한 물질과 물의 존재가 확인됐다는 것. 분석 결과 염화메탄의 존재도 확인됐지만 이는 화성의 염소와 큐리오시티에 ‘오염’된 지구의 탄소가 결합된 결과일 수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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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SA의 탐사로봇 큐리오시티는 화성의 흙을 채취해(왼쪽 노란색 숫자가 있는 부분) 자체 장착된 분석장비로 성분을 조사했다. 그 결과 황과 염소를 함유한 물질을 발견했고 물분자도 꽤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유기화합물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다. |
아무튼 NASA의 발표는 밀러-유리 실험 수준에도 한 참 못 미친다. 아미노산이나 핵산이라도 확인됐다면 모를까 이런 내용을 갖고 사전 예고까지 한 건 좀 심했다. 물론 추가 실험결과가 나오고 정말 화성에서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수준으로는 밀러-유리 실험처럼 ‘역사책에 남을 만한’ 발견은 아닌 듯하다.
저작권자 2012.12.14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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