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3일 목요일

새대가리의 놀라운 태중 교육

새대가리의 놀라운 태중 교육

부화시차 이용, 뻐꾸기 새끼 따돌려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강남스타일’로 단번에 국제가수로 등극한 싸이가 예전에 부른 ‘새’라는 노래 중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온다. “당신은 아름다운 비너스 / 너만을 바라보던 날 차버렸어 / 나 완전히 새됐어.”

마지막 구절의 ‘새되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목소리가 높고 날카롭다’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서의 뜻은 그것과 전혀 다르다. ‘우스운 꼴이 됐다’는 의미로서, 당시 청소년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던 은어였던 것.
▲ 새가 매우 똑똑한 동물이라는 사실은 최근의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morgueFile free photo
이외에도 새는 나쁜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대표적인 게 바로 ‘어리석고 우둔한 사람’을 가리키는 ‘새대가리’이다. 영어에서도 ‘bird brain(새의 뇌)’이란 표현은 바보를 뜻한다.

새는 하늘을 나는 데 적합하도록 진화하다 보니 뼈가 비어 있고 머리도 작아 뇌가 콩알만 하다. 그래서 단순무식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우리가 건망증이 심한 사람에게 “까마귀 고기를 삶아 먹었냐”고 비꼬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약 100여 년 전 비교신경해부학의 창시자인 독일의 루드비히 에딩거 박사는 새의 뇌가 정말로 무식한 구조로 되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간의 뇌는 신피질이 여섯 겹이나 둘러싸고 있어 뇌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새는 뇌에 대뇌피질이 없었던 것.

피질이 고도의 지능영역이라고 믿었던 에딩거 박사는 새의 뇌를 보고 원시적인 구조라서 본능적 행동밖에 할 수 없다고 결론을 지었다.

담배꽁초로 둥지를 짓는 까닭
도시에 사는 새들이 둥지를 짓는 것을 보면 정말 ‘새대가리’ 같기도 하다. 길가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물어다가 보금자리를 만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친화적인 건축 재료를 아무리 구하기 힘들어도 그렇지 금쪽같은 새끼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집에다 엄청나게 많은 독성 화학물질을 함유한 담배꽁초로 인테리어를 하는 것을 보면 그 무식스러움이 답답할 뿐이다.

그런데 최근 멕시코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도시의 새들이 담배꽁초를 사용하는 데에는 깊은 속뜻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담배꽁초에 있는 니코틴 등의 화학물질들이 진드기와 같은 기생충을 쫓아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라는 것. 원래 새들은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서 식물성이 풍부한 물질을 이용해 둥지를 만든다는 사실이 알려져 왔다.

이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은 북미 대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종의 새 둥지를 조사한 결과, 둥지에 존재하는 아세트산 셀룰로오스(cellulose acetate)의 양이 높을수록 둥지에 기생하는 진드기가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또한 연구팀은 기생충 제거 효과가 니코틴 내용물과 연관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수십 개의 새 둥지에 피우지 않은 담배와 피운 담배로 만든 열차단 트랩을 설치했다. 그 결과 피울 때 통과하면서 좀 더 많은 니코틴을 지닌 담배꽁초로 만들어진 둥지의 경우 피우지 않은 담배 필터보다 두 배 정도 더 많은 기생충을 잡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의 구조와 상관없이 새가 매우 똑똑한 동물이라는 사실은 최근의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건망증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까마귀의 경우 짐승 중에서 IQ가 가장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자기 알을 다른 새의 둥지에 몰래 낳는 탁란(托卵) 습관을 지닌 뻐꾸기도 남을 속이는 머리가 비상하기로 유명하다. 새끼가 다른 새에게 들키지 않고 잘 자라게 하려면 숙주새를 잘 속여야 하는데, 탁란을 당하는 숙주새도 뻐꾸기 새끼를 감별해내는 능력이 만만치 않다. 때문에 속이고자 하는 뻐꾸기와 속지 않기 위한 숙주새 간에는 끊임없는 ‘군비경쟁’이 벌어지곤 한다.

가문 대대로 전해오는 특별한 울음소리 교육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굴뚝새의 경우 울음소리로 뻐꾸기 새끼임을 눈치 채고는 굶겨 죽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굴뚝새는 울음소리까지 흉내 내는 뻐꾸기 새끼를 어떻게 정확히 가려낼 수 있는 걸까.

최근 오스트레일리아 연구팀은 이에 대한 비밀을 밝혔다. 그런데 그 비법이 매우 놀랍다. 아직 부화하지 않은 알에게 태교로써 가문 대대로 전해오는 특별한 울음소리를 가르치는 게 비법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플린더스 대학의 소니아 클레인도르퍼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굴뚝새 새끼들이 내는 구걸음(求乞音)은 각각의 둥지마다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으며, 그 소리는 어미새가 알을 부화하는 동안 불렀던 노랫소리와 특징적 요소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그 구걸음은 어미새가 자신의 부모새로부터 먹이를 달라고 외쳤던 소리와 동일하다는 사실도 밝혔다. 연구진이 시험 삼아 다른 둥지에서 자란 굴뚝새 새끼의 구걸음을 어미새에게 들려주자 아빠새와 어미새 모두 새끼에게 먹이를 주지 않았다.

구걸음이 후천적으로 학습된 것인지 아니면 선천적으로 유전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이 22개 둥지에 있는 알들을 바꿔치기한 결과,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은 생물학적 어미새가 아닌 길러준 어미새에게 배운 구걸음을 내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면 같은 둥지에서 알 때부터 자란 뻐꾸기 새끼는 왜 그 같은 구걸음에 대한 태중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어미 굴뚝새는 알을 낳은 지 약 10일 후부터 태중 교육을 시작한다. 따라서 새끼 굴뚝새의 경우 부화일까지 약 5일 동안 독특한 단음의 패스워드가 숨어 있는 구걸음을 배울 수 있다. 그에 비해 뻐꾸기 알은 굴뚝새보다 3일 먼저 부화하므로 태중 교육을 받을 시간이 고작 2일에 불과해 독특한 단음의 구걸음을 미처 다 숙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굴뚝새의 새끼가 알에서 부화하기도 전에 울음소리를 배운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동물의 학습이 배아 단계에서부터 이루어진다는 증거가 밝혀졌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생물학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태교의 시작 시점을 놀라울 정도로 적절하게 잡아 뻐꾸기 새끼들을 따돌리는 수법을 보면 더 이상 새대가리라는 말을 사용해선 안 될 것 같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2.12.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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