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고의 발명품, 요리
뇌 진화의 원동력을 설명하는 ‘요리가설’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인간과 침팬지를 놓고 주요 신체기관의 무게 비율을 비교해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심장이나 간, 콩팥 등의 무게 비율은 비슷한데 딱 두 가지 기관에서는 차이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뇌의 크기이다. 신체 크기와 기관 크기의 비율로 따져볼 때 인간은 침팬지보다 뇌가 2.4배나 더 크다. 뇌신경도 훨씬 많아 침팬지는 28억개 밖에 되지 않는데 비해 인간은 평균 86억개에 달한다.
첫 번째는 뇌의 크기이다. 신체 크기와 기관 크기의 비율로 따져볼 때 인간은 침팬지보다 뇌가 2.4배나 더 크다. 뇌신경도 훨씬 많아 침팬지는 28억개 밖에 되지 않는데 비해 인간은 평균 86억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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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혀서 먹으면 많이 씹지 않아도 되므로 소화 과정에서의 에너지 소모도 그만큼 더 적다. ⓒmorgueFile free photo |
또 다른 한 가지는 소화기관의 무게 비율이다. 인간의 소화기관은 영장류 평균에 비해 60%밖에 되지 않을 만큼 작다. 이 때문에 통허리 몸매의 영장류보다 인간은 훨씬 날씬한 허리를 지닐 수 있게 됐지만 말이다.
이처럼 뇌가 훨씬 큰데 비해 소화기관이 작다는 것은 엄청난 ‘언밸런스(unbalance)’이다. 뇌는 단위무게당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비싼 조직으로, 1킬로그램당 11.2와트의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이는 우리 몸의 평균값인 1킬로그램당 1.25와트보다 9배나 많기 때문.
따라서 1.3킬로그램인 인간의 뇌는 전체 몸무게의 2%밖에 되지 않지만 우리 몸이 사용하는 총 에너지의 20%를 사용할 만큼 낭비벽이 심하다. 이에 비해 비교적 크기가 작은 영장류의 뇌는 총 에너지의 9%를 사용할 뿐이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뇌가 상대적으로 큼에도 불구하고 왜 인간은 그 에너지를 충당하는 소화기관이 오히려 작은 것일까.
요리를 통해 커다란 뇌로 진화
이 현상을 설명하는 여러 가설 중의 하나가 ‘요리가설(cooking hypothesis)’이다. 하버드대학의 영장류 연구가인 리처드 랭엄 박사가 주장한 이 가설에 의하면, 인류가 불을 사용해 요리를 해서 음식을 섭취하게 됨으로써 더 많은 에너지와 영양분을 얻게 됐고, 이를 통해 커다란 뇌를 갖도록 진화할 수 있었다는 것.
실제로 날 음식 대신 익힌 음식을 먹일 경우 동물들도 보다 빠르고 크게 성장한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증명됐다. 일본 규슈대학 연구팀이 익힌 음식을 공급한 실험쥐 그룹과 날 음식을 공급한 실험쥐 그룹 간의 체중 변화를 비교한 결과, 26주 후에는 두 그룹 간의 체중 차이가 약 10%가 넘을 만큼 익힌 음식 섭취 그룹의 몸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랭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비단뱀과 설치류에게 행한 실험에서도 날고기 대신 익힌 고기를 먹인 그룹들이 보다 빠르고 크게 성장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생감자는 세포벽에 셀룰로오즈가 있어서 소화하기 힘들지만, 익혀서 먹을 경우에는 세포벽이 부서지고 전분도 쉽게 소화할 수 있는 형태로 변한다. 살코기의 경우도 요리하는 과정에서 열을 받아 콜라겐 구조체가 젤라틴화 돼 쉽게 흡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생으로 먹을 때는 많이 씹어야 하니 에너지 소모가 크지만, 익혀서 먹으면 많이 씹지 않아도 되므로 소화 과정에서의 에너지 소모도 그만큼 더 적다.
이로 인해 랭엄 박사는 “인류의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발명은 도구도, 언어도, 농경도, 문명도 아닌 요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랭엄 박사의 ‘요리가설’은 그야말로 가설일 뿐이다.
날 음식은 9시간 먹어야 뇌 가동할 수 있어
랭엄 박사는 인류의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직립원인)의 뇌가 급속히 커지기 시작한 약 160~180만년 전부터 불을 사용하는 요리가 시작됐다고 주장하지만, 그 시기에 인류가 불을 사용했다는 확실한 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등지에서 발굴된 약 150만년 전의 불에 탄 석기나 점토, 동물뼈 등을 본 과학자들은 자연발화의 결과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인류 조상의 뇌가 급격히 커진 건 이동에 에너지가 적게 드는 직립보행 때문이거나 음식 저장, 집단생활 등의 복합적인 요인일 거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학술원회보(PNAS)에 ‘요리가설’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대학의 오르쿨라누 호우젤 박사팀은 과연 날 음식이 영장류의 뇌와 몸집이 커지는 것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가 하는 의문을 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날 음식만으로 뇌를 완전히 가동시키는 데 필요한 칼로리를 섭취하려면 영장류별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를 계산했다. 그 결과, 고릴라는 8.8시간, 오랑우탄은 7.8시간, 침팬지는 7.3시간, 인간은 9.3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난 것.
연구팀은 이 계산 결과를 볼 때 다른 영장류들은 7~8시간이란 한계를 뛰어넘지 못해 커다란 뇌를 갖도록 진화할 수 없었지만, 인간은 요리를 통해 음식섭취 시간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커다란 뇌로 진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1825년에 발간돼 약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는 고전으로 자리 잡은 브리야 사바랭의 ‘미식예찬’이란 책을 보면 ‘새로운 요리의 발견은 새로운 천체의 발견보다 인류의 행복에 더 큰 기여를 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정말 요리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인간다운 행복을 누리게 한 가장 위대한 발명품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뇌가 훨씬 큰데 비해 소화기관이 작다는 것은 엄청난 ‘언밸런스(unbalance)’이다. 뇌는 단위무게당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비싼 조직으로, 1킬로그램당 11.2와트의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이는 우리 몸의 평균값인 1킬로그램당 1.25와트보다 9배나 많기 때문.
따라서 1.3킬로그램인 인간의 뇌는 전체 몸무게의 2%밖에 되지 않지만 우리 몸이 사용하는 총 에너지의 20%를 사용할 만큼 낭비벽이 심하다. 이에 비해 비교적 크기가 작은 영장류의 뇌는 총 에너지의 9%를 사용할 뿐이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뇌가 상대적으로 큼에도 불구하고 왜 인간은 그 에너지를 충당하는 소화기관이 오히려 작은 것일까.
요리를 통해 커다란 뇌로 진화
이 현상을 설명하는 여러 가설 중의 하나가 ‘요리가설(cooking hypothesis)’이다. 하버드대학의 영장류 연구가인 리처드 랭엄 박사가 주장한 이 가설에 의하면, 인류가 불을 사용해 요리를 해서 음식을 섭취하게 됨으로써 더 많은 에너지와 영양분을 얻게 됐고, 이를 통해 커다란 뇌를 갖도록 진화할 수 있었다는 것.
실제로 날 음식 대신 익힌 음식을 먹일 경우 동물들도 보다 빠르고 크게 성장한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증명됐다. 일본 규슈대학 연구팀이 익힌 음식을 공급한 실험쥐 그룹과 날 음식을 공급한 실험쥐 그룹 간의 체중 변화를 비교한 결과, 26주 후에는 두 그룹 간의 체중 차이가 약 10%가 넘을 만큼 익힌 음식 섭취 그룹의 몸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랭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비단뱀과 설치류에게 행한 실험에서도 날고기 대신 익힌 고기를 먹인 그룹들이 보다 빠르고 크게 성장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생감자는 세포벽에 셀룰로오즈가 있어서 소화하기 힘들지만, 익혀서 먹을 경우에는 세포벽이 부서지고 전분도 쉽게 소화할 수 있는 형태로 변한다. 살코기의 경우도 요리하는 과정에서 열을 받아 콜라겐 구조체가 젤라틴화 돼 쉽게 흡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생으로 먹을 때는 많이 씹어야 하니 에너지 소모가 크지만, 익혀서 먹으면 많이 씹지 않아도 되므로 소화 과정에서의 에너지 소모도 그만큼 더 적다.
이로 인해 랭엄 박사는 “인류의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발명은 도구도, 언어도, 농경도, 문명도 아닌 요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랭엄 박사의 ‘요리가설’은 그야말로 가설일 뿐이다.
날 음식은 9시간 먹어야 뇌 가동할 수 있어
랭엄 박사는 인류의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직립원인)의 뇌가 급속히 커지기 시작한 약 160~180만년 전부터 불을 사용하는 요리가 시작됐다고 주장하지만, 그 시기에 인류가 불을 사용했다는 확실한 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등지에서 발굴된 약 150만년 전의 불에 탄 석기나 점토, 동물뼈 등을 본 과학자들은 자연발화의 결과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인류 조상의 뇌가 급격히 커진 건 이동에 에너지가 적게 드는 직립보행 때문이거나 음식 저장, 집단생활 등의 복합적인 요인일 거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학술원회보(PNAS)에 ‘요리가설’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대학의 오르쿨라누 호우젤 박사팀은 과연 날 음식이 영장류의 뇌와 몸집이 커지는 것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가 하는 의문을 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날 음식만으로 뇌를 완전히 가동시키는 데 필요한 칼로리를 섭취하려면 영장류별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를 계산했다. 그 결과, 고릴라는 8.8시간, 오랑우탄은 7.8시간, 침팬지는 7.3시간, 인간은 9.3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난 것.
연구팀은 이 계산 결과를 볼 때 다른 영장류들은 7~8시간이란 한계를 뛰어넘지 못해 커다란 뇌를 갖도록 진화할 수 없었지만, 인간은 요리를 통해 음식섭취 시간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커다란 뇌로 진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1825년에 발간돼 약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는 고전으로 자리 잡은 브리야 사바랭의 ‘미식예찬’이란 책을 보면 ‘새로운 요리의 발견은 새로운 천체의 발견보다 인류의 행복에 더 큰 기여를 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정말 요리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인간다운 행복을 누리게 한 가장 위대한 발명품인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2012.11.01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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