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튀는 발상으로 세계대회 넘보다
제4회 한국청소년과학창의대회 개최
“놀이공원의 자이로드롭은 어떻게 쉽게 멈출 수 있을까?”
“청개구리 발바닥의 자기세정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학생들의 엉뚱한 상상력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29일부터 31일까지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미래 과학인재들의 고민을 한 자리에 모은 '제4회 한국청소년과학창의대회(ISEF-K 2013)'가 개최된 것. 이 대회는 한국과학창의재단과 국립중앙과학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 행사는 전국청소년과학탐구발표대회(YSC)와 탐구토론대회, 전국과학전람회, 전국학생발명품경진대회, 한국정보올림피아드 등 국내의 권위 있는 청소년 과학탐구대회에서 선발된 우수작품 156팀이 참가해 학문적 교류를 높이고 자신의 생각을 점검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라"
본격적인 심사가 시작된 30일. 행사장 내부는 자신의 연구 내용과 결과를 또랑또랑하게 설명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으로 가득 찼다. 물리, 지구과학, 화학, 생물, 환경, 공학, 컴퓨터과학, 초등분야 등 각 분야별로 나뉜 부스에서 자신들의 연구내용과 실험 도구들을 전시한 후 심사위원들에게 조리 있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자못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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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이 심사위원에게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 |
이날 학생들의 작품을 평가한 심사위원들이 “학생다운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아 재미있었다”고 언급한 만큼, 실제로 행사장 내부는 우리가 스쳐지나갔을 법한 소재들을 참신하게 운용한 사례들이 눈에 띠었다.
물리 분야에서는 부메랑 비행기의 과학적 원리를 탐구한 연구, 우주의 팽창과 빅뱅을 STEAM으로 표현하기, 스마트폰의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배터리 감소량과 전력손실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 등 다양한 실험과 연구사례들이 자리를 메웠다.
화학 분야에서도 매우 알찬 내용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이길호, 최태수, 송인재 학생의 ‘천연의 향기로 세균 막는 지문 인식기’ 는 인체에 해가 적은 천연 물질로 세균 번식을 막는 방법을 제시했다. 김석희, 김승연 학생은 찜질팩 안의 팥이 전자레인지에 의해 데워질 때, 왜 타거나 익지 않고 계속 뜨거워지는지 의문을 갖고 그 내용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생물분야에서는 미이라를 탐구하는 파격적인 내용들이 전시돼 큰 주목을 받았다. 황희태, 윤희창, 손주익 학생은 한국형 미이라에 대한 의문을 품고, 실험과 탐구를 통해 생성과정을 파악했다. 자양고등학교의 이진규, 김범진, 안동현 학생은 ‘긴 잎 끈끈이주걱의 배양에 미치는 요인과 토양 산도에 따른 긴 잎 끈끈이주걱의 모기 포획량 변화’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진규 학생은 “이번 대회를 통해 평소 호기심 있던 문제들을 보다 심도있게 다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개구리 발바닥의 자기 세정 능력을 연구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광주 금호고등학교의 서재원, 임호준, 손형도 학생은 "청개구리는 점액을 이용해 접착력을 발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순물 제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구를 진행한 데 대해서는 " 청개구리 발바닥 구조가 궁금해졌고, 이를 관찰해 자기세정 작용을 탐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학생들은 “4~5월부터 연구를 시작해 여름방학에 자습도 빼고 나와서 실험을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도 출전해 다른 친구들의 아이디어를 보니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주제가 많아 많은 자극을 받았다"며 더욱 노력해서 다른 친구들과 아주 멋진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며 포부를 이야기했다.
과천고등학교의 곽서연 학생은 우리에게 익숙한 불포화지방산에 주목했다. 불포화지방산 생성이 가능한 균이 고등어 내부에 서식하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곽서연 학생은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먹으면 두뇌에 좋아진다고 하는데, 이것이 균 때문은 아닐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갖기 시작해 지금의 결과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테크닉이 부족해 균을 키우는 방법도 그것을 관찰하는 방법도 잘 몰랐으나, 막연하게 아이디어만 갖고 시작했기 때문에 박사님들께 질문도 하고 경기대와 경기과학고 등에서 자문을 얻기도 했다"며, "지금까지 많은 대회를 참여했지만, 이번 대회는 좀 더 많은 친구들이 폭넓은 주제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 자극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대구 운안 고등학교의 길태은, 이상경, 정서윤 학생은 세정과정에서의 두피손상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학생들은 “음식섭취와 샴푸 등의 ph에 따라 모발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그 결과 헤어드라이기는 냉풍으로, 샴푸는 약산성의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어린이들의 참여도 눈에 띠었다. 인천 신송초등학교의 김연서, 모성준, 이라경 학생은 김치의 무름 현상에 대해서 실험 했다. "우리는 소금을 그 원인으로 봤지만 실험 결과 숙성 시 온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대회에 참가하게 돼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학생들 발상, 신선하고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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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9일부터 31일까지 대전컨벤션센터에서는 청소년들의 과학축제가 열렸다. ⓒ사이언스타임즈 |
지구과학 분야의 심사위원인 노열 전남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교수는 “학생들의 참신함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틀에 박힌 생각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품들이 많았으며, 특히 속초에서 지진해일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를 실제 모형으로 구사한 실험은 매우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전북 삼례중학교의 이화영 과학 교사는 “아이들이 일정 주제를 정해서 탐구 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은데 전반적으로 잘 돼있었다"고 말했다. "어느 학생들은 연구를 처음 했다고 하면서도 매우 좋은 과정과 결과를 보여줬다"면서 "스스로도 자신들이 기특하고 자랑스러운 것 같더라"고 말했다
아직은 학생들의 연구방법에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심사위원은 “아이들이 생각하는 포인트는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논문을 작성하는 방법이 매우 미진하다. 교사의 입장으로서 이야기하자면 어떻게 탐구해야 하는지 더욱 공부가 필요할 듯 하다”고 조언했다.
대회와 관련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사업실의 박세만 과장은 “이번 대회는 미국 ISEF(International Science and Engineering fair)에 출전할 12개의 작품을 뽑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더 큰 목적은 학생들이 지난 1년 간 연구한 활동을 평가받는 자리기도 하다. 특히 다른 대회는 일반적으로 한 번의 심사기회만 주어지지만, 이번 한국청소년과학창의대회의 경우 최소 4번부터 최대 7번 까지 심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그만큼 자신의 연구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선정된 대상 수상작 12개 팀은 금년 5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개최되는 ISEF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는 특전이 주어진다. ISEF는 61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대회로, 미국 각 주 및 세계 60개국에서 선발된 1천6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매우 의미 있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창의인재상을 수상한 2개 팀은 오는 3월과 8월, 각각 중국에서 개최되는 BYSCC(Beijing Youth Science Competition)와 CASTIC(China Adolescents Science and Technology Innovation Contest)에 한국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에게는 대상 12개 팀과 분야별 최우수상 8개 팀, 창의인재상 2개 팀 외 국내 7개의 출연연구소와 7개의 관련학회, 교육기부참여기업 등 약 18개 기관 및 기업에서 후원한 특별상이 주어진다. 심사에는 산․학․연의 전문가 74명이 참여했다.
한편 행사와 관련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본 대회를 통해 학생들은 창의․인성을 갖춘 글로벌 인재, 더 나아가 유연한 융합(STEAM)적 사고를 통해 지구와 인류의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과학 꿈나무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2013.01.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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