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지색 지방세포와 비아그라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13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21세기 들어 비만은 우울증과 함께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 질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포수준에서 비만을 보면 결국 지방세포 하나 하나가 많은 지방을 저장해 커졌고 그 결과 지방조직이 비대해진 것이다. 결국 비만의 주범은 지방세포라는 말이다.
그런데 모든 지방세포가 이처럼 지방을 저장하는 창고인 건 아니다. 앞에서 얘기한 건 ‘백색 지방세포(white fat cell)’이라고 부르는데, 우리 몸에는 이것 말고도 ‘갈색 지방세포(brown fat cell)’도 존재한다. 갈색 지방세포는 지방 저장창고가 아니라 지방을 태워 열을 내는 난로다. 사람 같은 정온동물은 몸 속 온도가 일정 범위 안에서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열을 뺏기는 겨울에는 갈색 지방세포가 몸을 덥혀줘야 한다.
그런데 모든 지방세포가 이처럼 지방을 저장하는 창고인 건 아니다. 앞에서 얘기한 건 ‘백색 지방세포(white fat cell)’이라고 부르는데, 우리 몸에는 이것 말고도 ‘갈색 지방세포(brown fat cell)’도 존재한다. 갈색 지방세포는 지방 저장창고가 아니라 지방을 태워 열을 내는 난로다. 사람 같은 정온동물은 몸 속 온도가 일정 범위 안에서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열을 뺏기는 겨울에는 갈색 지방세포가 몸을 덥혀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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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몸은 저온에 놓이면 갈색 지방세포가 활성화돼 열을 만들어 대응한다. 사진은 PET-CT 영상으로 저온(왼쪽)에서 활성화된 갈색 지방세포(짙은 색)의 분포를 보여준다. ⓒNEJM |
원래 갈색 지방세포는 부피 대비 표면적의 비가 커 열을 쉽게 뺏기는 쥐 같은 작은 포유류에만 존재하고 사람은 열손실에 무방비인 신생아 때에만 활동하다 퇴화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2009년 어른의 몸에도 갈색 지방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화제가 됐다. 비만인 사람은 갈색 지방세포의 활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함께 나왔기 때문이다. 똑 같은 칼로리를 섭취해도 누군 살이 찌고 누군 날씬한 건 어쩌면 갈색 지방세포의 활성 차이로 설명할 수도 있지 않을까?
백색 지방세포와 갈색 지방세포는 세포 안에 지방이 있다는 점을 빼고는 여러모로 다르다. 먼저 색깔로 갈색 지방세포가 갈색으로 보이는 건 철이 풍부한 미토콘드리아가 잔뜩 들어있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 호흡을 담당하는 세포내소기관이다. 미토콘드리아는 호흡을 통해, 즉 포도당과 산소를 소모해 에너지 분자인 ATP를 만든다. 우리는 ATP를 소비하면서 운동을 하고 머리를 쓴다. 그리고 이때 부수적으로 열이 나온다.
그런데 갈색 지방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는 UCP1이라는 막단백질이 있어 ATP합성을 막고 대신 모든 에너지를 열로 내보내는 ‘열생성’ 과정이 일어난다. 둘은 출신도 전혀 다른데, 백색 지방세포는 지방 줄기세포가 분화해 만들어진 반면 갈색 지방세포는 근육세포와 친척이다.
필요한 때만 열생성 과정 진행
지난해 1월 학술지 ‘네이처’에는 미국 하버드의대 브루스 스피겔먼 교수팀의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실렸다. 백색 지방세포가 갈색 지방세포처럼 작동하게 만드는 호르몬이 발견됐다는 내용이다. 연구자들은 근육세포에서 만들어지는 FNDC5라는 단백질이 작은 조각으로 잘린 뒤 혈관을 타고 백색 지방조직으로 이동해 이런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이 단백질 조각, 즉 호르몬에 전령의 여신 아이리스(iris)를 따 ‘이리신(irisi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운동을 하면 이리신의 분비가 촉진된다는 것. 즉 운동을 하면 근육의 움직임에 ATP가 소모될 뿐 아니라 백색 지방세포가 갈색 지방세포처럼 바뀌면서 열생성이 활발해져 칼로리를 소모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참고로 이런 세포를 백색과 갈색의 중간인 베이지색을 따 베이지색 지방세포라고 부른다.
지난해 7월 스피겔먼 교수팀은 뜻밖의 연구결과를 저명한 생물학저널인 ‘셀’에 발표했다. 어른에게도 소량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갈색 지방세포가 사실은 베이지색 지방세포라는 것. 그리고 백색 지방세포가 이리신 같은 신호를 받아 임의로 갈색 지방세포화가 되는 게 아니라 백색 지방조직 안에 백색 지방세포와 베이지색 지방세포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 다만 베이지색 지방세포는 외부 신호가 없을 때는 열생성 활동을 하지 않는다.
즉 부피 대비 표면적비가 작은 중대형 포유류에서는 상시적으로 열생성 반응을 할 필요가 없으므로 성체에서는 갈색 지방세포가 퇴화했고 추위와 운동 같은 환경의 변화가 올 때 열생성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변화하는 베이지색 지방세포만으로 충분하다는 것. 사람의 경우 지방조직 가운데서도 쇄골과 척추 부근에 베이지색 지방세포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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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는 1990년대 영국 켄트에 있는 화이자의 연구소에서 개발됐다. 분자구조가 cGMP와 비슷한 비아그라는 cGMP를 분해하는 효소에 달라붙어 작용을 방해해 약효를 낸다. ⓒ강석기 |
비아그라가 다이어트약?
그런데 최근 베이지색 지방세포가 열생성을 하게 만드는 또 다른 촉진제가 발견됐다. 발기부전치료제의 대명사인 비아그라다. 독일 본대학의 알렉산더 파이퍼 교수팀은 쥐에게 비아그라를 7일 동안 투여하자 베이지색 지방세포의 UCP1 단백질 발현이 4.6배 늘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베이지색 지방세포가 활성화된다는 말이다.
사실 이 발견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는데 비아그라 실험을 한 동물의 경우 고지방 사료를 먹어도 좀처럼 비만이 되지 않는 현상이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구자들은 지난해 고리형GMP(cGMP)라는 세포내 신호전달물질이 UCP1 단백질 발현을 높여 베이지색 지방세포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비아그라는 바로 cGMP의 분해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cGMP는 조직에 따라 다양한 작용을 매개하는 신호전달물질인데 음경해면체에서는 평활근세포의 이완을 유도하기 때문에 발기가 일어난다. 즉 혈관이 팽창해 피가 몰려들어오기 때문이다. 발기부전인 사람은 음경해면체에서 cGMP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아 발기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데, 비아그라가 cGMP가 분해되는 걸 막기 때문에 조금 만들어져도 결국은 축적돼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농도에 도달하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하면 세포 안에서 포스포디에스터가수분해효소5가 cGMP를 분해하는데(신호전달물질은 주어진 역할을 한 뒤 바로 분해돼야 한다) 비아그라는 구조가 cGMP와 비슷하게 생겨 이 효소에 착 달라붙어 작용을 방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갈색 지방세포에서도 비아그라가 이 효소의 작용을 막아 cGMP의 농도를 높이고 그 결과 열생성 신호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 비아그라는 1990년대 고혈압과 협심증을 치료제로 처음 개발됐다. 즉 혈관세포를 확장해 혈압을 낮추고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하는 게 목적이었는데, 임상시험 결과 약효는 미미하고 뜻밖에 ‘발기력 회복’이라는 부작용이 더 컸던 것. 이렇게 부작용으로 대박을 친 비아그라가 이번엔 ‘다이어트 효과’라는 또 다른 부작용(아직 동물실험 수준이지만)을 보인다니 도대체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비아그라처럼 고통스런 병이 아니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병을 고치는 약물을 ‘해피드럭(happy drug)’이라고 부르는데 만일 이번 발견이 의미있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비아그라야 말로 ‘해피드럭 중의 해피드럭’이 아닐까.
저작권자 2013.01.24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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