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8일 월요일

수술용 칼의 역할까지 하는 초음파

수술용 칼의 역할까지 하는 초음파

강초점 초음파로 비 외과적 수술도 가능

 
오늘날의 초음파 기술은 임산부 뱃속에 있는 태아의 모습을 확인하는 용도 외에도 신장 결석을 제거하거나 암 치료 및 피부 미용을 하는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정밀한 수술을 할 수 있는 수술용 칼의 역할까지 초음파가 맡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 초음파 기술은 그동안 수술용 칼로 하기 어려웠던 섬세한 시술 분야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강초점 초음파(strongly focused ultrasonic)라 명명된 이 기술을 개발한 연구진은 하버드 의대에 재직중인 한인 과학자와 미시간대 컴퓨터사이언스팀이다.

수술용 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초음파
▲ 정밀하게 집중된 초음파가 비 외과적 수술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young Won. B
광학분야의 최신 소식을 제공하는 포토닉스(photonics)는 하버드 의대의 박형원 연구위원(research fellow)과 미시간대 연구진이 레이저와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만든 고강도·고주파수 초음파를 가지고 머리카락 굵기 10분의 1인 10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집중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포토닉스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탄소나노튜브로 코팅된 렌즈를 가지고 빛을 음파로 변환시키는 과정은 이전에 다른 기술로 만든 초음파보다 더 미세하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새로운 초음파 기술이 향후 비 외과(外科)적이면서도 거의 통증이 없는 수술용 칼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신장 결석이나 전립선 종양을 파괴할 때, 이 초음파 기술을 사용하게 되면 예전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초음파를 사용하는 것보다 신체 내부의 조직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등의 여러가지 장점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초음파로는 섬세한 치료가 어려워

지금까지의 초음파 정밀도는 아무리 강도를 높이더라도 수㎜ 에서 1㎝ 수준이었기 때문에 미세조직이나 혈관을 대상으로 한 섬세한 치료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박 연구위원과 미시간대 연구팀은 초음파 치료 기술 정밀도를 100배로 개선시켜 수십 ㎛ 이하로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 하버드 의대의 박형원 연구위원 ⓒHarvard univ.
탄소나노튜브가 일반 금속물질보다 수십 배 이상 우수한 초음파 변환 효율을 갖는다는 연구를 지난 2010년 발표한 박 연구위원은, 이번에 개선된 탄소나노튜브로 레이저·초음파 변환 렌즈를 제작했고 이를 통해 정밀도가 높은 고강도의 초음파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박 연구위원과 함께 이번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한 미시간대 컴퓨터사이언스과의 제이 구오(Jay Guo) 교수는 “이 시스템은 3가지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독특하다고 볼 수 있는데, 첫째는 빛을 소리로 변환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미세한 지점에도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점이며, 세 번째는 음파를 증폭한다는 점”이라고 소개했다.

구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음파를 증폭시키기 위해, 연구진들은 렌즈를 탄소나노튜브 층과 폴리다이메틸실록세인(PDMS, polydimethylsiloxane)이라고 불리는 고무 같은 재료 층으로 코팅했다. 탄소나노튜브 층은 빛을 흡수하고 그것으로부터 열을 만들어 내며 폴리다이메틸실록세인 층은 신속한 열팽창에 의해 신호를 발산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구오 교수가 밝힌 재료를 가지고 진행된 실증화 차원의 수술실험에서 공동 연구진은 강초점 초음파로 정확하게 하나의 난소암 세포를 분리하여 1분이 채 안돼는 짧은 시간 동안 환자의 신장결석 내에 150㎛ 미만으로 구멍을 뚫는 성과를 거뒀다.

광음파 접근법을 사용해 정밀도를 높여

현재 이 초음파 기술이 안고 있는 결점이라면, 기존의 초음파보다는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까지도 초점을 맞추는 면적이 넓다는 점으로, 수mm 정도의 범위를 차지한다. 따라서 인체의 맥관 구조(vasculature)나 세포의 질감 같은 섬세한 피부 조직을 높은 정밀도로 다루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초점의 정밀도를 100배는 높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정밀한 초음파 빔을 만들 수 있는 광음파 접근법을 사용했다. 이 방법은 75×400 μm의 규격을 가진 고증폭 음파들을 집중시켜 특별히 디자인된 렌즈들을 통해 펄스된 레이저의 광을 고증폭 음파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 규칙적인 초음파 스팟 ⓒHyoung Won. B

이 광음파 접근법에 대해 구오 교수는 “초음파 빔이 매우 미세하게 초점을 맞출 수 있어서 신경 섬유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고통 없이도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냈다”고 하면서 "우리는 이 기술이 앞으로 보이지 않는 수술용 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는데, 초점을 잘 맞출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세포들에게도 방해를 주지 않으면서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치료차원의 초음파에 대해 구오 교수는 “신장 결석과 전립성 종양을 파괴했던 기존의 초음파 장치들은 집중시킬 때 열을 발생시켜 다른 부작용 등도 발생했지만,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열보다는 압력을 이용하여 대상물을 터뜨리고 잘라낼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기존 초음파로는 접근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의료분야의 적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초음파로 새포조직 탐색까지도 할 수 있어
그동안 사용해 왔던 음파 기술은 토마스 에디슨 시대 이후 계속 존재했고 많은 시간이 지나며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어 왔지만, 의학계에서 수술용 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초음파 기술까지는 만들어 내지 못했다.

특히 초음파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것보다 10,000배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구오 교수는 “이 초음파가 목표에 집중하고 압력을 발산하는 충격파와 마이크로파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미세한 암의 종양이나 세포에 약물을 주입시키는 기능은 물론 성형 수술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이 기술이 아직 동물이나 사람에 시험되지는 않은 상태여서 성공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구오 교수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는 단지 시작일 뿐, 이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세포나 조직을 탐색할 수 있는 방법 등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3.01.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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