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9일 화요일

친한 사이일수록 사이버 폭력 심각해

친한 사이일수록 사이버 폭력 심각해

온라인 정보 많이 공개하면 친밀감 감소

 
학교폭력으로 인한 끔찍한 사건들이 보도될 때마다 사람들은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 경우가 많다. 피해 학생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간 가해 학생들이 대개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거나 한때 친한 친구 사이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폭력의 새로운 유형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이버 괴롭힘의 경우에도 상호 간에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들보다는 친구 관계나 이전에 친구였던 사이에서 오히려 많이 나타난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들보다는 친구 관계나 이전에 친구였던 사이에서 오히려 사이버 폭력이 심각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과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진들이 롱 아일랜드 지역의 학생 788명을 대상으로 사이버 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은 1년에 16만명의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피하기 위해 학교에 결석하는 것으로 조사될 만큼 학교폭력이 심각하며, 문자 메시지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우를 괴롭히는 사이버 폭력이 더욱 일반화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 바 있다.

연구진은 조사 결과 사이버 폭력이 대다수 학교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친구나 이전 친구, 이전 연인 사이일 때 오히려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고학년보다는 저학년의 학생들 사이에 사이버 폭력이 빈번하게 나타나며, 이성보다는 동성 간에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

온라인에서 발견된 사이버 폭력의 유형으로는 모욕적인 사진 게시, 악의적인 소문을 문자 메시지로 퍼트리기, 조롱의 대상으로 특정 학생을 포스팅 하기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 급우일수록 상호 간에 많은 온라인 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때문에 온라인 상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할수록 오프라인 상에서의 친밀감이 감소되고, 만족감 또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의 자기 노출은 연인들 간의 친밀성 증대나 만족감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오프라인에서의 정보 노출은 친밀감 높여
연구진은 후속 연구로 가상 페이스북 계정을 두 개 만든 다음, 한 계정에서는 개인적인 사진과 정보들을 빈번하게 노출하고 다른 계정에서는 개인정보를 최소한의 형태로 노출해 운영했다. 그 후 방문자들에게 친밀감과 만족감에 어떤 변화가 발생했는지 조사한 결과, 노출 정도가 낮은 계정보다 높은 계정에서 친밀도가 만족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와 반대로 오프라인 상에서의 정보 노출은 친구나 연인 간의 친밀감이나 만족감을 더욱 증진시키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기존에는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일반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청소년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 학교폭력의 새로운 유형인 사이버 폭력의 피해자에는 소셜 그룹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청소년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 특징이다.

사이버 폭력은 인터넷이나 휴대폰을 통해 한 명 혹은 복수의 사용자들로부터 받는 공격으로 정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메신저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사용해 특정인을 비방하거나 사회적 관계에 대한 모멸감을 주는 행위이다.

작년 7월 독일 연구진이 발표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여러 가지 사이버 폭력의 유형 중 사진과 동영상이 무차별적으로 익명의 다른 사용자에게 전송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 이 같은 형태의 메시지를 전송하는 것은 매우 쉬운 행위 중의 하나인데, 이를 제삼자에게 전송하는 행위는 피해자들에게 더욱 굴욕감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 간의 사이버 폭력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대표적인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지만, IT기술의 발전과 스마트기기의 보급 속도가 유난히 빠른 우리나라에서도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청소년들은 사이버 폭력을 더 힘들어 해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전국 16개 시·도의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514만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학교폭력 2차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8가지 학교폭력 유형 가운데 사이버 폭력의 발생 빈도는 7.3%로 6번째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피해를 당한 학생들이 힘들었다고 꼽은 유형(복수 응답)에서는 75.2%의 집단 따돌림에 이어 사이버 폭력이 65.0%로 2위를 차지한 것. 이는 피해 학생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사이버 폭력의 심각성이 그만큼 커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사이버 폭력은 안티 및 왕따 카페 개설, 모바일 무료 메신저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한 협박, 신상 털기, 굴욕사진 게재, 악성 댓글 등의 행위를 통해 사이버상에서 특정인을 집단이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사이버 폭력은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아 수업이 끝나거나 방학을 해도 피해자가 계속 괴롭힘을 당하고, 특히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상황이 공개되므로 물리적 폭력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특성을 지닌다.

또한 그동안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까지 사이버 폭력을 실제 사실로 받아들여 친구관계마저 해칠 수 있다는 점도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해 6월 ‘청소년의 사이버상 집단 따돌림의 이해와 예방’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한 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에서는 논문을 통해 우리나라의 사이버 폭력은 청소년기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성장과정 중 하나의 문화로 보기에는 점점 그 규모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피해학생들이 대인관계 단절에 따른 우울증 및 자살충동까지 생성하게 되므로 이에 대한 사회적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1.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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