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들 수 있는 외계의 거대구조물
SF관광가이드/외계의 거대구조물 (5)
SF 관광가이드 과학소설에서 외계문명의 도움 없이 인간이 독자적으로 만든 거대구조물 가운데 최대규모는 궤도 엘리베이터(또는 우주엘리베이터)와 우주방주(세대우주선)다.
궤도 엘리베이터를 다룬 작품들은 많고 이제는 과학소설의 일반배경으로 등장할 정도지만 그 효시는 아서 C. 클락의 <낙원의 샘 The Fountains of Paradise, 1979>이다. 궤도 엘리베이터는 한쪽 끝은 바다 위 승강장에, 다른 한쪽 끝은 3만5천㎞ 상공의 위성에 연결된 케이블을 통해 우주왕복선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화물과 승객을 운송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궤도 엘리베이터를 다룬 작품들은 많고 이제는 과학소설의 일반배경으로 등장할 정도지만 그 효시는 아서 C. 클락의 <낙원의 샘 The Fountains of Paradise, 1979>이다. 궤도 엘리베이터는 한쪽 끝은 바다 위 승강장에, 다른 한쪽 끝은 3만5천㎞ 상공의 위성에 연결된 케이블을 통해 우주왕복선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화물과 승객을 운송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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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찍이 러시아 과학자 치올코프스키는 우주엘리베이터를 건설하면 에너지 낭비가 큰 재래식 우주선을 자주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적시한 바 있다. 그의 꿈을 소설에 담은 아서 C. 클락의 <낙원의 샘>은 관련공학기술이 과학계는 물론이고 일반대중에게 널리 알려지는데 혁혁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Space Elevator Visualization Group |
1895년 러시아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Konstantin Tsiolkovsky)가 처음 착안했던 이 개념은 1975년 제롬 피어슨(Jerome Pearson)의 논문을 통해 그 실현가능성이 진지하게 검토되었고, 그로부터 몇 년 후 아서 C. 클락이 발표한 소설은 우주시대의 이 교통수단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미항공우주국(NASA) 소속 미래과학연구소의 데이빗 스미더먼(David Smitherman)은 논문 '우주엘리베이터: 새천년을 위해 향상된 지구와 우주의 하부구조 Space Elevators: An Advanced Earth-Space Infrastructure for the New Millennium'에서 “클락의 이 장편소설은 해당 아이디어를 과학소설 커뮤니티를 통해 일반대중에게 널리 알렸다.”고 평가했다. 소설 내용도 이 거대구조물을 지구 위에 세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갖 난관을 지혜와 용기로 헤쳐 나가는 공학자의 행적을 뒤쫓는다.
궤도 엘리베이터는 관련 공학논문이 나온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더 이상 상상의 대상이 아니다. 2002년부터 미국 하이리프트시스템사는 미항공우주국의 지원금(57만 달러)을 받아 궤도엘리베이터를 실용화하는 방안을 연구해왔으며 2006년 애리조나 사막에서 지상 1.6km 상공에 테스트 케이블을 설치하여 로봇 승강기가 460m 상승하는 시험을 했다. 당시 케이블은 6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는데 완제품을 만들자면 케이블 길이가 1만km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1) 이 구조물의 성패는 케이블의 인장강도에 달려 있는데 유력한 후보인 탄소 나노 튜브 역시 아직 기대에 100% 미치는 수준은 아니어서 향후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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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대하게 자라는 나무를 우주엘리베이터로 전용하려는 도전을 다룬, 래리 니븐의 장편 <무지개 화성; 1999년> ⓒBob Eggleton |
한편 래리 니븐의 장편 <무지개 화성 Rainbow Mars, 1999>은 궤도 엘리베이터 건설상의 난점을 기발한 설정으로 우회한다. 여기서는 화성에 오래 전 궤도 엘리베이터로 써도 충분할 만큼 거대하게 자라는 나무가 있었음이 밝혀진다. 알고 보니 지구의 역사가 아직 중세에 머물러 있을 무렵(A.D. 1000년 경) 화성에는 여전히 화성인들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오늘날처럼 화성인은커녕 풀 한포기 찾을 수 없는 황무지가 되었을까?
이러한 의문을 뒤로 한 채 인류는 이 식물의 씨앗을 지구로 가져온다. 정성들여 키우면 지구에서도 천연의 궤도 엘리베이터가 탄생하리라 본 까닭이다. 소설 속의 시간대는 31세기지만 지금과 마찬가지로 지상에서 우주로 나아가는 데에는 기술적인 비용과 위험부담이 여전히 막대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위기에 봉착한다. 이 거대나무를 온전히 유지하자면 행성 전체의 물을 다 끌어들여도 힘겨울 판이었으니 말이다.
과학소설은 일찍부터 우주 공간에다 인간 다수가 살 수 있는 인공구조물의 실현방안을 사색해왔다. 용도에 따라 이것은 라그랑주 포인트처럼 중력의 균형이 잡혀 있는 곳에 항구적으로 고정되어 있거나 아니면 먼 목적지까지 이동하기 위한 일종의 방주 성격을 띠었다.
한곳에 고정되어 있는 거대 인공구조물의 주요한 목적에는 과학탐사는 물론이고 교통과 무역의 중계 그리고 지구의 인구분산을 위한 일반인들의 거주가 포함된다. 그동안 과학자들이 구상해온 형태는 수레바퀴 모양의 스탠포드 토루스에서부터 아일랜드 원(Island One)과 버널2) 스피어(Bernal Sphere)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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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널 스피어는 우주의 대단위 인공주거지로 연구검토되고 있는 대안 중 하나로, 중앙 구체는 지름이 수km이며 중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일정속도로 회전한다. ⓒRick Guidice |
과학소설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다. 댄 시몬즈(Dan Simmons)의 장편 <일리움/올림포스 연작 Ilium/ Olympos, 2003, 2005>에서는 아예 지구 주위를 링처럼 에워싼 인공 테가 후기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지상에 사는 고전인류(우리와 같은 인류)라면 후기인간들이 산다는 하늘의 인공 테에 가보는 게 소원이다. 이러한 형태의 인공 지구환은 국내에서는 이재창의 <기시감, 2008년>의 도입부에도 등장한다. 여기서는 지구환이 애초에 상온핵융합을 위해 지구 직경의 두 배만한 입자가속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만들어졌지만 단면의 평균지름이 48km에 이르는 이 구조물의 최외곽 층에는 인간들이 다수 거주한다.
우주방주는 통상 태양계 안이 아니라 최소한 수십 광년에서 수백 광년 이상 떨어진 항성계를 목적지로 삼기 때문에 세대 간 대물림하며 항해해야 하다보니 일명 세대우주선(generation spaceship이라 불리기도 한다. 방주의 목적과 탑승인원에 따라 크기는 작은 도시에서 큼직한 소행성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크기가 아무리 작아도 우주방주는 일단 출발하면 고향으로부터 어떠한 인적 물적 지원도 추가로 받지 못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최소한의 자족적 생태계를 꾸릴 규모는 되어야 한다.
작가들은 이러한 전제를 역이용하여 극적 흥미를 배가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주인공 일행이 자신들이 나서 자란 곳이 천연의 거주지가 아니라 우주에 떠 있는 우주선임을 나중에 가서 깨닫는 식이다. 세대우주선의 효시로는 로벗 앤슨 하인라인(Robert Anson Heinlein)의 장편 <조던의 아이들 Orphans of the Sky,1963>이 유명하며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의 <별의 나비 Le Papillon Des Etoiles, 2006>는 전자의 아류작으로 창의성과 내적 논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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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 둘레를 도는 인공환천체가 등장하는 과학소설로 국내에는 이재창의 <기시감>이, 해외에는 댄 시몬즈의 <일리움/올림포스 2부작>이 있다. ⓒ청어람 |
외계의 초거대 구조물을 둘러싼 이야기는 로즈 카베니가 비아냥대는 뉘앙스로 지어준 별명(Big Dumb Object)처럼 규모와 거기에 딸린 기이한 특성을 신명나게 소개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지면 정말 ‘덩치만 컸지 멍청한 이야기’로 끝나버릴 공산이 크다. 이국적인 환경을 매력적으로 그리는 데만 골몰해서는 곧 상상력의 밑천이 드러나 버린다. 배경이야 어디든 상관없는 그저 그렇고 그런 모험담이라면 굳이 유난 떨며 거대구조물을 끌어들여봤자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러한 소재의 작품들 중 상당수가 이야기 자체의 힘보다는 볼거리로 독자를 현혹하려는 잔재주를 부리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이 과학소설에 이러한 설정을 끌어들이고픈 유혹에 빠지는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설사 플롯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하더라도 이국적인 초거대 구조물이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경이감을 갈구하는 독자들의 시선을 일차적으로 사로잡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 만큼 외계의 초거대구조물이 인간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원초적인 힘과 매력을 지녔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리상의 발견에 대한 동경은 지구 곳곳을 속속들이 알게 된 지금 우주 너머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계의 거대구조물이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 해도 인간과 사회의 진지한 고민을 함께 유기적으로 담아내지 못한다면 두고두고 읽히는 고전으로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 주요 추천작품 (국내 소개작은 밑줄 표시)
▶ <우주의 종달새호 The Skylark of Space, 1928> / E. E. Smith
▶ <조던의 아이들 Orphans of the Sky,<조던의 아이들 Orphans of the Sky,1951,1963> / Robert Anson Heinlein
▶ <2001년 우주 오디세이 2001 Space Odyssey<2001년 우주 오디세이 2001 Space Odyssey,1968> / Arthur C. Clarke & 극영화
▶ <링월드 Ringworld<링월드 Ringworld,1970> / Larry Niven
▶ <라마와의 랑데뷰 Rendezvous with Rama<라마와의 랑데뷰 Rendezvous with Rama,1973> / Arthur C. Clarke
▶ <궤도마을 Orbitsville,1975> / Bob Shaw
▶ <태양의 어두운 면에 있는 조커들 The Jokers in The Dark Side of the Sun,1976> / Terry Pratchett
▶ <낙원의 샘 The Fountains of Paradise,<낙원의 샘 The Fountains of Paradise, 1979> / Arthur C. Clarke
▶ <가이아 3부작 Gaea Trilogy,1979~1984> / John Varley
▶ <가짜 지층 Strata,1981> / Terry Pratchett
▶ <용이 일어나다 The Dragon Rises, 1982> / Adrienne Martine-Barnes
▶ <2010년 두 번째 오디세이 2010: Odyssey Two,<2010년 두 번째 오디세이 2010: Odyssey Two,1982> / Arthur C. Clarke
▶ <통로 시리즈 The Way fictional universe,1985~1995> / Greg Bear
▶ <신의 용광로 The Forge of God,<신의 용광로 The Forge of God,1987> / Greg Bear
▶ <더 컬춰 시리즈 The Culture,<더 컬춰 시리즈 The Culture,1987~2012> 시리즈4) / Iain M. Banks
▶ <네버니스 Neverness,1988> / David Zindell
▶ <여름철 Summertide,1990> / Charles Sheffield
▶ <제나두 큐브 Xanadu-kuutio,1991>(단편) / Risto Isomaki
▶ <질리 연작 Xeelee Sequence,1992~2011> / Stephen Baxter
▶ <어두운 배경에 맞서 Against a Dark Background,1993> / Iain M. Banks
▶ 대우주선 시리즈 Great Ship universe,1994~2004> / Robert Reed
▶ <비상사태 The Excession,1996> / Iain M. Banks
▶ <스피어 Sphere,1998> / Michael Crichton
▶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봐 Look To Windward, 2000> / Iain M. Banks
▶ <헤일로 Halo 시리즈,<헤일로 Halo 시리즈, 2001~ > / 비디오 게임
▶ <일리움/올림포스 연작 Ilium/ Olympos<일리움/올림포스 연작 Ilium/ Olympos, 2003, 2005> / Dan Simmons
▶ <물질 Matter, 2008> / Iain M. Banks
▶ <기시감<기시감, 2008> / 이재창
▶ <트로이카 Troika, 2010>(중편) / Alastair Reynolds
| 1) 자료원: 인터넷 한겨레 2002.08.13. 09:46 & 한겨례 21 2006년03월02일 제599호 2) John Desmond Bernal (1901 ~ 1971): 영국의 생물물리학자. 3) 아일랜드 원과 버널 스피어는 미국 물리학자 제라드 오닐(Gerard O'Neill)이 스탠포드 토루스를 대체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안했다. 4) 첫권 <플레바스를 생각하라>와 둘째 권 <게임의 명수>가 각기 2009년과 2011년 열린책들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
저작권자 2013.01.17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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