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8일 월요일

오일 쇼크보다 '워터 쇼크'가

오일 쇼크보다 '워터 쇼크'가

물로 인한 국제분쟁의 조짐 나타나기 시작

 
물 부족, 물 전쟁이라는 용어들이 자주 매스컴에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물은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에너지원이 아니다. 고갈되는 물질이 아니다. 따라서 한 번 써도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비와 눈으로 내렸다가 다시 기화라는 물리적 변화로 대기 속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또 다시 내린다. 전체적인 양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마치 자원전쟁처럼 물 부족, 물 전쟁이 도마에 오르는 건가?
▲ 물 부족으로 인한 '워터 쇼크'는 오일 쇼크보다 더 심각한 지구촌의 최대 문제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indianapost.com


기후변화로 강수량 변화 많아
문제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또 개인당 물 사용량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물의 양은 일정하다. 그러나 수질오염이 심각해 먹을 수 있는 물이 줄어들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비가 내리는 강우지역도 변하고 있으며 강수량도 변화가 많다. 어떤 지역에서는 폭우로 문제를 떠안는가 하면, 또 다른 어떤 지역에서는 비가 안 와 걱정이다. 그래서 물은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인류를 비롯해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에 풍요를 선사하는 강(river)이라는 여신은 그렇게 관대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영어에서 경쟁자를 뜻하는 라이벌(rival)의 어원은 개울이나 시내(stream)을 뜻하는 라틴어로 오늘날 강을 뜻하는 리부스(rivus)에서 유래됐다.

그래서 지리정치학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강을 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툼이 없다. 그러나 그 강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는 항상 분쟁이 있었다. 소통이 안되기 때문이다. 물은 단순히 마시는 것을 떠나 동질적인, 그리고 이질적인 문화를 생산한다.

저술가이자 천체물리학자로 세계 역사의 큼직한 사건들을 색다른 차원에서 바라보면서 글을 쓴 마이클 하트(Michael H. Hart)는 그의 저서 ‘세계사를 바꾼 사람들: 랭킹 100’에서 수문제 양견을 역사 발전에 가장 영향력이 있었던 인물 100명 중 하나(82위)로 꼽고 있다. 100명 중 동아시아 인물은 일곱 명이다. 수문제의 영향력 순위는 진시황보다는 낮지만, 마오쩌둥(毛澤東)보다는 높다.

하트는 수문제를 샤를마뉴와 비교했다. 두 사람 모두 오랫동안 분열되어 있던 문명권(유럽, 중국)을 통일했다는 점에서 역사에 미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샤를마뉴 대제는 서유럽 통일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유럽의 일부만 통일했고 그의 사후 유럽은 곧 다시 분열된 반면, 수문제는 중국을 모두 통일했으며 이후 통일 중국 체제가 지속된 점을 보면 수문제의 역사적 중요성이 더 크다. 그러나 수나라도 오래가지 못했다.

수문제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해묵은 갈등은 물줄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중국의 커다란 강, 황허(黃河)와 양쯔(揚子江)는 히말라야에서 발원하여 발해만(서해)으로 들어간다. 동과 서의 문제는 없지만 남과 북이 문제였다. 오랑캐의 문제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수문제는 물줄기를 틀어 남과 북으로 이어지는 강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욕심이 많았던 그는 고구려를 침입했다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에서 대패했다. 그리고 이 운하정비 사업으로 국가재정은 바닥이 났다. 수나라가 망하고 중국 역사상 가장 태평성대를 이룩한 당나라가 탄생된 계기이기도 하다.

오일 쇼크보다 ‘워터 쇼크’가 더 무서워
인류역사에서 물은 이처럼 대립과 갈등을 부르는 원인으로 존재했다. 오늘날이라고 해서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최근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워터쇼크(water shock)”, 물 전쟁의 가능성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악수와 인사의 기원은 존경의 뜻에 앞서 상대방을 해칠 의사가 없고 받아들이겠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데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악수를 보면 빈손이다.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해칠 무기가 없다는 거다.

그리고 가장 커다란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오른 손으로 한다. 그래서 오른 손 손바닥을 펴서 “여기 내 손에는 당신을 해칠 아무런 무기도 없다는 것을 알지 않소? 그러니 서로 사이 좋게 지냅시다. 그러니까 당신도 꼭 같은 모습을 보여주시오”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케냐에는 전통적으로 용맹한 부족 마사이족이 있다. 그런데 인사방법이 특이하다. 만나서 인사할 때는 서로 얼굴이나 몸에 침을 뱉는다. 왜 마사이족은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침을 뱉어 인사하는 걸까?

케냐, 상대에게 침을 뱉는 것은 '물의 축복'의 인사
바로 물 때문이다. 물이 너무 귀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귀하고 소중하다는 의미에서 침을 뱉는다. 침이라는 물을 상대방에게 선사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침을 상대에게 뱉는 것은 “당신에게 물의 축복을!”이라는 의미다.

케냐의 크고 작은 부족들은 귀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여전히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앞으로 세계가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이미 예고하는 상징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 케냐 서북부 지역에서 물 전쟁이 일어나 무려 50명이 죽고 50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 내막은 이렇다. 두 부락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우물이 있었다. 물의 양이 떠서 마시기에는 부족하지 않아서 별 분쟁이 없이 수백 년 간 두 부족은 화목하게 잘 지내왔다.

그런데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雨期)인 4~5월 동안 예년에 비해 비가 너무 적게 왔고, 우물물이 부족하게 됐다. 그러자 우물 사용권을 놓고 두 부족간에 분쟁이 일기 시작했다. 패싸움이 벌어지는 엄청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케냐의 물 전쟁은 두 부족간에 일어난 사소한 물 전쟁일지도 모른다. 인류문명의 발상지인 유프라테스 강과 나일강 주변 국가들은 물 때문에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물 분쟁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 아프리카의 물 부족문제는 아주 심각하다. 물 부족은 곧바로 식량문제로까지 이어진다. ⓒsavethewater.org

서아시아 최대의 강인 유프라테스 강.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다. 터키에서 발원하여 시리아와 이라크를 거쳐 흐른다. 상류 지역의 터키가 댐과 제방을 건설해 강물을 건조한 농경지대로 끌어서 사용하자, 하류의 시리아와 이라크가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일강, 유프라테스, 라인강도 분쟁에 직면해
이집트 문명의 발상지인 나일강서도 마찬가지다.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등 11개국을 거쳐 흐르는 나일강의 종착지 이집트에서는 상류 지역의 국가가 댐을 건설할 경우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형편이다.

중부 유럽에서 가장 큰 라인 강은 알프스의 스위스에서 시작해서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덜란드를 거쳐 북해로 빠져 나간다. 그러나 중동의 유프라테스 강이나 나일강에서처럼 제일 상류에 있는 스위스가 물 부족으로 물을 저장하기 위해 댐을 건설한다면, 또 이어서 오스트리아도 그렇게 한다면 독일, 프랑스는 가만히 뒷짐을 지고 바라보고만 있을까?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있는 네덜란드는?

이처럼 두 나라 이상의 영토를 거쳐 흐르는 다국적 강이 전 세계에는 263개나 된다. 큰 강치고 다국적 강이 아닌 경우가 없다. 증가하는 인구와 경제성장 및 도시화로 인해 물 소비량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쓸 수 있는 물의 양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한정되어 있어 이 같은 물 분쟁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장사, 21세기의 유망한 사업으로 등장
유엔미래보고서는 21세기가 물 분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8년 7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미래회의에서는 앞으로 10년 안에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면 물 전쟁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UN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동을 비롯해 전 세계 인구의 35%가 식수난을 겪고 있고, 2025년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인 52개국 30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통계를 내놓았다.

그러나 벌써 물 때문에 전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2011년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보고서는 최근 5년 동안 매년 180만 명의 어린이가 물 부족으로 인해 숨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오염된 물을 먹고 각종 질병에 걸려 목숨을 잃는 사람의 수도 매년 약 220만 명이나 된다. 이는 전쟁이나 테러 등 모든 형태의 폭력으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이렇다면 앞으로 물장사도 괜찮지 않을까? 대동강물을 팔아 먹었다던 봉이 김선달 식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로 말이다. 그 조짐은 이미 시작되었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01.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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