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6일 수요일

한옥에 숨겨진 과학원리

한옥에 숨겨진 과학원리

국립중앙과학관, 겨레과학기술원리연구 전 개최

 
과거 우리 선조들이 사용한 돌도끼와 활, 삼국시대에 축조된 성곽과 전통 가옥인 한옥은 우리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특히 한옥은 미적 가치에서도 후손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는데, 그 안에 숨겨진 과학원리를 접한다면 선조들의 지혜에 더욱 감탄하게 된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우리 선조들이 사용한 과학원리를 조명한 ‘겨레과학기술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선사시대의 석기제작과 삼국시대의 성곽축조, 그리고 한옥의 건축 원리를 설명하고 있으며 겨레과학기술의 과학적 원리를 현대적 관점에서 규명하고 있다.

문화유산 중에서도 과학원리를 조명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국내 과학기술의 역사를 보여주기 위해 마련된 전시다.
▲ 국립중앙과학관이 개최한 ‘겨레과학기술 전’. 2월 11일까지 상설전시관 2층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우리 선조들이 사용한 과학원리들을 소개하고 있다. ⓒScienceTimes

성곽 안에 비밀이 있다?

전시는 한신대학교와 (재)동북아지석묘연구소, 목원대학교가 참여했으며 각각 ‘성곽축조의 과학’과 ‘석기제작의 과학’ ‘목조건축의 과학’을 중심으로 패널(panel)에 설명을 담았다.
‘성곽축조의 과학’에서는 삼국시대 성곽축조의 과학기술 원리를 설명, 성곽의 지반축조부터 토성․석성의 성벽축조 기술을 알리고 성곽 건축 안에 숨은 토목공학적 원리와 재료학적 원리를 규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성곽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예로부터 많은 수의 성곽이 곳곳에 남아있다. 특히 고대 삼국은 그 발전과정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고 중국과도 전쟁을 벌인 만큼 성곽은 당시 필수적인 국가 안보책이었다. 성곽으로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만큼 삼국의 고대 왕들은 집권 후 성곽 축조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중요 방비책인 만큼 가장 튼튼하고 견고하게 지어진 성곽. 이번 전시를 기획한 관계자는 “성곽은 과거 우리 선조들의 과학기술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국가의 생명이 좌지우지 되는 만큼 축조에 최고의 기술이 투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곽의 눈에 띠는 축조원리 중 하나로는 부엽공법이 있다. 이는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쌓아 성벽 안의 두툼한 흙벽을 튼튼하게 하는 것으로 벽 안에 나뭇가지를 넣어놓기 때문에 배수가 잘 돼 비가 내려도 내구성이 훨씬 튼튼하다. 실험에 의하면 부엽공법을 사용한 황토층이 사용하지 않은 황토층에 비해 탁월한 배수능력을 보였다. 부엽공법을 사용한 황토층의 경우 200ml의 물 중 평균 71.5ml를 배수했지만 그렇지 않은 황토층은 1ml 만을 배수한 것이다.

전시 관계자는 “실험을 통해 유추한 결과 삼국시대 성벽을 쌓을 때 부엽공법을 사용하는 것은 여름철 집중 강우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흙으로 만든 성벽이 물에 의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옥이 뒤틀리지 않는 이유

우리 선조들의 과학 원리는 한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한옥은 미적 아름다움과 과학적 원리의 견고함으로 인해 현대에 와서도 조금씩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시멘트 등이 사용되지 않고 나무만을 사용해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한옥에는 어떤 과학 원리가 숨어있을까. 크게 한옥의 지붕부와 축부를 나눠 살펴보면, 지붕부에는 ‘서까래 내밀기 기술’과 ‘부연 설치 기술’, 그리고 ‘추녀의 뒤뿌리 들림 방지 기술’이 있다. 서까래 내밀기 기술은 서까래 뒤끝이 틀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우리 한옥을 살펴보면 서까래가 기둥을 중심으로 처마 내민 길이보다 안길이가 더욱 긴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해 적정한 처마뒤뿌리 길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부연은 처마를 길게 내밀어 집을 더욱 웅장하고 화려하게 보이도록 하는 기술로, 들이치는 비바람을 막아 벽과 창을 보호한다. 그만큼 부연을 설치하는 기술은 매우 중요하지만 반면 무척 까다롭기 때문에 여기에 사용되는 기술이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칫하면 보에 하중이 무리하게 가 내려앉을 수 있으며 지붕이 위로 들려 비가 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둥과 보, 결구 등에도 다양한 과학 원리가 숨어있다. 특히 기둥의 그랭이 기술의 경우 기둥의 밑 바닥면을 초석 상부굴곡에 맞춰 오려낸 다음 초석에 밀착시키는 것으로 기둥과 초석의 접촉면이 최대가 돼 마찰력이 커져 안정적인 구조가 되게 한다. 또한 기둥이 안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하는 안쏠림 기술, 양쪽 모서리기둥을 중앙기둥보다 높게 만드는 기둥 귀솟음 기술이 있으며 기둥에 끼워지는 보의 단면을 숭어턱 모양으로 깎아 기둥과 보를 결속시키는 숭어턱 깎기 기술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기술이 섞인 한옥은 탄탄한 지반 위에 세워지게 된다. 한옥의 지반은 흙과 공기, 물로 이뤄져 있는데 지반이 더욱 단단해지도록 달고질을 한다. 달고질은 땅이 단단해지도록 다지는 일로 이러한 달고질은 훗날 ‘판축’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지반을 다지고 난 후에는 기단을 세우게 된다.

기단이란 건물의 가장 밑바탕을 이루는 구조로 돌이나 흙, 벽돌 등으로 만들게 된다. 지반을 일정한 높이로 돋우어 그 위에 건물을 세우면 빗물이 고이지 않고 해충이나 뱀과 같은 동물로부터 피해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지반과 기단이 모두 튼튼히 다져지면 기둥을 세울 초석을 만들게 되고 이러한 기초 위에 지금 우리가 만나는 한옥이 세워지게 되는 것이다.

전시는 이외에도 석기제작에 사용된 과학원리를 전시, 석기를 사용하는 데 이용되는 운동과 힘, 에너지 보존법칙 등에서도 학생들이 알기 쉽도록 그림과 사진을 곁들여 다양한 설명을 첨부했다.

이번 전시와 관련, 박항식 국립중앙과학관장은 “겨레과학기술 원리탐구 연구사업은 전국에 산재해 있는 과학문화재를 연구 주제로 선정해 현대과학과 연계 및 비교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청소년 현장탐방을 병행함으로써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과학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성과기획전은 사업의 목적과 성과를 관람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대식 종합연구기획실 연구관은 “겨레과학 사업은 과학의 확산 대중화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학생들에게는 우리 조상에게서 과학적으로 뛰어난 슬기를 찾을 수 있다는 자긍심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들이 앞으로 미래 과학을 창조하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시는 오는 2월 11일까지 상설전시관 2층에서 진행, 다양한 패널 자료와 더불어 동영상 등으로도 이러한 원리를 접할 수 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1.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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