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1일 월요일

종이 책의 종말, 본격화 되나?

종이 책의 종말, 본격화 되나?

뉴스위크, 올해부터 종이 책 내지 않아

 
종이 책의 종말이 성큼 다가 오고 있다. 미국의 종합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올해부터 종이 판을 내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종이 책의 종말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그 동안 출판물 시장에서 종이 책을 대신해 전자 책(e-book)이 꾸준히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 막대한 양의 종이가 소요되는 교과서도 이러한 기류에 편승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역사가 깊고 권위 있는 언론매체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예는 아주 드문 경우다.

뉴스위크는 디지털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종이 판과 아이패드 판 등 두 가지 형태로 정기구독자와 서점독자들을 만났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종이 판을 접고 순전히아이패드 판만으로 독자들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 아마존이 개발한 전자 책 킨들. 혼잡한 지하철이나 버스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위키피디아


모바일 기기의 등장으로 본격화 될 조짐
요즘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의 모바일 기기를 통한 전자 책(e-Book)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해온 종이 책 종말의 시대가 우리 곁에 다가왔다는 느낌이다.

물론 대부분의 독자들은 여전히 전자 책보다는 종이 책을 선호한다. 책에서 풍기는 종이 냄새를 좋아하고, 또 직접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어야 책을 읽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의 통근 길 지하철 모습 속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전자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현저하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아이패드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뉴스를 읽고 책도 읽는다.

종이의 종말에 대한 예측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미래학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면 책과 신문이 사라지리라고 예상했다. 컴퓨터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도 소위 ‘서류’라는 것이 점차 사라지리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빗나갔다. 누구나 프린터로 콘텐츠를 인쇄할 수 있고 스스로 자신만의 책도 만들 수 있어 종이 사용량은 오히려 늘었다. 그러나 상황은 다시 바뀌기 시작했다. 전자 책이 등장하면서 다시 한번 종이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저자가 글을 쓰고, 출판사가 책으로 펴내 서점이 유통시키던 기존의 지식유통구조를 전자 책이 허물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연평균, 종이 책 2.3%↓, 전자 책 30% ↑
우선 통계로 볼 때 2011년 세계 출판 시장 규모에서 전자 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4.9%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세계 출판시장이 2016년까지 종이 책 시장은 연 평균 2.3%씩 줄어드는 반면에 전자 책 시장은 3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종이 책 종말의 조짐은 세계 최대 출판시장인 미국에서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2009년부터 전자 책 단말기(e리더)가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하더니 그 해 이미 200만대 이상 판매됐다.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이 만든 단말기 킨들(Kindle, 1500권 저장 가능)은 50만대가 팔렸다.

전자 책 단말기는 일반 휴대폰보다 2~3배 정도 큰 화면을 가진 독서 전용 전자기기로, 자신의 희망에 따라 수십~수천 권의 책을 저장해 읽을 수 있다. 또한 인터넷과는 달리 매일 아침 신문을 내려 받아 구독할 수 있다.

뉴욕의 최대 서점으로 체인을 통해 전국판매망을 갖고 있는 반스앤노블(Barnes & Noble)도 누크(Nook)를 선보이며 맞대응에 나섰다. 2011년 말 현재 누크의 판매량은 1백만 대를 넘어섰다. 원래 목표는 80만대였는데 목표를 무려 20만대나 초과 달성한 것. 애플의 아이패드 역시 꼭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다 목적용 인터넷 기기다.

구글 전자 책 시장 석권하기 위해 안간힘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의 전자 책에 대한 야망은 더 야심차다. 구글은 2009년 이미 전 세계 주요 도서관의 장서를 1000만권 넘게 스캔을 해 디지털화했다. 앞으로도 계속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독자나 방문객을 위한 도서관의 서비스 업무는 상당 줄어들 수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단단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구글의 야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저작권이 해결된 도서를 전 세계 전자 책 업체를 통해 판매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아마존을 비롯해 전자 책 사업자들을 누르고 이 분야의 황제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0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e리더가 팔리기 시작하더니 이제 200만대 이상 팔리면서 미국인의 '읽는 습관'을 바꿔놓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e리더 시장을 장악한 기업이 전 세계 책과 신문의 유통을 좌우할 힘을 가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책은 펴는 것이 아니라 켜는 것”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2018년에는 미국에서만 전자 책 시장이 90억 달러(약 10조 6000억 원)로 성장해 미국인의 3분의1이 종이 책이 아닌 e리더에서 책을 읽을 것으로 전망했다. 수천 년 역사를 지닌 종이 책이 단 10여 년 사이에 전자 책에 완전히 밀려날 위기에 있다. 이제 책은 “펴는 것이 아니라 켜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영국•호주 등 전 세계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같은 신문 33곳을 보유한 ‘미디어의 황제’ 루퍼트 머독 회장은 지난 2010년 한 회의에서 "앞으로 20~30년 후 나무를 찢어 만든 종이가 아닌 e리더에서 신문을 사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그의 예상보다도 훨씬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종이 책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될까? 적어도 그렇지는 않다. 이러한 전자 책 시장에서 종이 책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전자 책 시장을 석권하기 위한 노력과는 반대로 구글은 다른 한편으로 종이 책을 살리기 위한 노력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온, 오프라인 출판시장을 독점하겠다는 야심이다.
▲ 종이책을 살리기 위한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구글이 개발한 EBM은 파일만 입력하면 10여 분만에 편집 인쇄해서 책을 만들어 낸다. 사진은 EBM에서 출판된 책을 꺼내는 모습. ⓒnawe.co.uk

구글, 종이 책을 살리기 위한 노력도 함께
구글은 주문형 출판 시스템인 에스프레소 북 머신(Espresso Book Machine EBM)을 개발 10여분 만에 책 1권을 찍어내는 사업도 시작했다. 10분이면 책 한 마치 권이 완성된다. 마치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내는 것처럼 빠른 파일업로드와 짧은 인쇄시간을 자랑하는 북머신(book machine)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제품이다.

EBM이 인기제품이 되는데 일조한 사건이 있다. 워싱턴 타임즈가 보도한 한 기사다. 클레어 디킨스(Clare Dickens)라는 이름을 가진 한 노년 여성이 조울증으로 고통받아 온 아들의 일생, 그리고 죽음을 다룬 이야기를 썼다. 물론 그녀는 전문 저술가는 아니었다. 아마추어도 아니었다.

그녀는 앞뒤를 가리지 않고 쓴 이 글을 EBM을 통해 책으로 출판했다. 이 여성은 책을 팔고자 하는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아들의 스토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알리고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에서 출판했다. 그러나 운이 좋게도 워싱턴 지역의 서점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어 현재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EBM은 대형 복사기와 유사하게 생긴 인쇄 기기다. 마치 ‘에스프레소 커피’를 뽑듯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이 원하는 책을 인쇄해 손에 넣을 수 있어 붙은 이름이다. 출판사를 통해 나온 책들을 서점에서 구입하는 방식이 아닌, 읽고 싶은 책들을 자신이 직접 인쇄한다는 점이 다른 책들과 구별된다. 따라서 유명 작가들의 유명도서에서부터 자신이 직접 집필한 책까지, PDF 온라인 파일만 가지고 있다면 어떤 것이든 책으로 출판할 수 있다.

미국 출판시장에서 전자 책이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지만 출판용 종이 소비가 줄어들었다는 소식은 아직까지는 없다. 종이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곳은 출판과 인쇄 분야다. 10여 년에 불과한 전자 책이 수천 년 역사의 종이 책을 밀어내는 그러한 과학기술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01.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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