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1일 목요일

DNA 4중 나선구조, 그 의미는?

DNA 4중 나선구조, 그 의미는?

“암 치료에 획기적인 돌파구 마련”

 
“우리가 생명의 신비를 밝혀내고야 말았어!” 1953년 2월 21일, 영국 캐번디시 연구소 인근 이글 식당 안으로 한 청년이 숨을 헐떡이며 급히 뛰어 들어와 이렇게 외쳤다.

그의 뒤편에는 또 다른 청년이 감격에 차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 두 사람이 바로 바로 20세기 최고의 과학적 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DNA 이중 나선구조를 규명한 미국의 제임스 왓슨과 영국의 프랜시스 크릭이다. 생명과학 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낭보였다.
▲ 계사년 벽두초 과학계에 날아온 낭보는 DNA 사중나선구조 발견이다. 과학자들은 이 발견이 암과 유전질병 치료에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1960년 벽두 초에 날아온 낭보
이들의 발견은 그 해 4월 25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DNA의 이중 나선 구조 발견’이라는 제목의 900자 남짓 짧은 논문으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유전과학의 혁명에 단초를 마련한 공로로 두 사람은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 두 과학자의 업적은 4개의 염기(A, T, G, C)로 이루어진 기다란 화학 분자 사슬 두 개가 어떻게 서로 얽혀 우리 몸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기록하는지 설명한 것이다. 이후 이 대학에서는 DNA의 복잡한 구조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유전물질인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밝혀진 것은 꼭 60년 전의 일이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세상을 바꾼 과학사의 대단한 발견을 기념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새해 벽두에 ‘이중나선구조’에 찬물을 끼얹는 새로운 발견이 등장했다.

생물의 유전자 정보를 담은 DNA는 원래 두 개의 나선구조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이론은 생물학계의 확고한 정설이었다. 그러나 이 이론을 뒤집는 연구결과가 나와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과학자들이 사람의 세포 속에서 활동하는 네 가닥의 나선 구조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나선구조이론 다시 써야 하나?
벌써부터 일부 학자들은 성급하게 “DNA 이중 나선구조이론을 다시 써야 할 판이 왔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면 정말 이중나선구조 이론을 다시 써야 할 정도인가? 그리고 발견된 4중 나선구조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케임브리지 대학 과학자들은 최근 "인체 세포의 DNA는 항상 이중 나선구조만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4중 나선구조로 된 것도 있으며, 이러한 세포는 종종 암과 관련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왓슨과 크릭이 60년 전 위대한 발견을 한 곳이 바로 케임브리지다.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에 게재된 이 논문에 따르면, “이런 구조(DNA 4중 나선 구조)는 세포가 특정 유전자형을 갖거나 특정 기능장애 상태에 있을 때 생기는 것으로 보이며, 이런 구조를 억제하는 방법이 마련되면 새로운 질병 퇴치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암이나 유전질병 세포에서 많이 발견”
이 연구를 이끈 샹카 발라스브라마니언(Shankar Balasubramanian) 교수는 "아직 확실히 입증된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합성 분자를 이용하면 이런 특정한 세포들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을 비롯해서 특정한 성질의 유전자들만을 공격해 질병퇴치에 새로운 돌파구의 기회가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발라스브라마니언 교수는 “우리가 발견한 DNA 4중 나선구조는 분명히 이중 나선구조와는 다른 모습이다. 4개 가닥으로 된 나선모형은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 전혀 몰랐던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구조가 우리 몸 안에 자연적으로 생긴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몇 년 전 이미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만들어 낸 `G-4중 나선구조(G-quadruplex)’ 연구에 매달렸다. 원래 G-4중 나선구조는 금속 양이온과 결합을 잘 형성하는 구아닌(guanine) 구조를 많이 가지고 있는 구조를 지칭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이러한 구조는 4개의 염기 가운데 하나인 G(구아닌)가 다량으로 존재하는 DNA 안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4중 나선구조가 많이 분포된 인체 DNA 영역을 찾아내 결합하도록 설계한 항체 단백질을 만들고 여기에 형광 표지를 부착해 이런 구조가 언제 어디서 세포 사이클에 나타나는지 알아내고 영상을 촬영했다.
▲ DNA 4중 나선 발견작업을 선두 지휘한 발라스 브라마니언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 ⓒ케임브리지 대학


그 결과 4중 나선구조는 세포가 분열 직전의 DNA를 복제하는 단계에서 이른바 `S기'(s-phase)에 가장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형광이 더 강한 빛을 띠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바로 이것이 암 연구의 핵심적인 관심사임을 강조했다. 암은 대개 DNA 복제를 증가시키도록 변이를 일으킨 암유전자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암세포 증식 차단 가능성 열어
이들은 G-4중나선 구조가 일부 암의 진행에 관여하는 것이 확인되면 이런 구조가 생기는 것을 억제하고 종양의 뿌리에서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는 세포 증식을 차단하는 합성 분자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과거 학자들이 원생동물인 섬모충에서 이런 DNA를 발견한 적은 있지만 사람의 세포에서 이런 구조가 확실히 발견되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한편 영국 암연구소(Cancer Research UK)의 선임연구원으로 4중 나선구조 발견에 참여한 줄리 사프(Julie Sharp) 박사는 “DNA가 어떤 구조로 이루어졌는지 밝혀진 지 60년이 되었지만 이번 연구로 DNA 구조이론이 앞으로 계속해서 바뀌거나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세포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 입증
인간의 유전물질인 DNA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DNA 4중 나선구조 발견작업을 선두 지휘한 발사스부라마니안 교수는 1966년 인도 벵골만에 인접한 항구도시 첸나이(Chennai)에서 태어나 그 이듬해에 영국으로 이주했다.

1988년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했으며, 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 대학의 의약화학과(medicinal chemistry) 석좌교수로 있으며 케임브리지연구소(Cambridge Research Institute)에도 몸을 담고 있다. 이 연구소는 대학과 자선을 목적으로 한 영국 암연구소와 협력을 꾀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또한 작년 영국왕립학회의 명예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이제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을 밝혀냈다기보다 그 동안 이어진 많은 연구자들의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결과물을 얻어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DNA 사중 구조가 살아 있는 인간세포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시켰으며 사중 구조의 발생빈도를 조정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는 의미에서 커다란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획기적인 발견으로 인해 벌써부터 발사스브라마니안 교수는 노벨 생리의학생의 유력한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과학기술이 종교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이러한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은 이처럼 새로운 발견과 이론이 나와 수정되면서 진보하고 진화한다는 면이다.

DNA 이중나선이론 발견 60주년인 벽두 초 ‘충격’을 던진 4중 나선이론이 유전공학 분야에서 가벼운 ‘잽’으로 끝날지 아주 무거운 ‘훅’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쨌든 이렇게 새로운 발견으로 인해 과학기술이 발전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번 발견은 계사년 초 과학기술계에 안겨준 커다란 선물이자 축복이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01.31 ⓒ ScienceTimes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