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카본, 스모그와 지구온난화 일으키는 골치 덩어리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12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지난 일주일 중국은 최악의 스모그에 시달렸다. TV에 나오는 뿌연 베이징 시내의 모습은 봄철 황사 때와는 또 다른 광경이었다. 얼핏 보면 모래먼지로 하늘이 노랗게 된 황사가 더 심한 것 같지만 건강에는 이번 스모그가 훨씬 더 나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중국 각지에서는 심장발작이나 호흡기 곤란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했고 급기야 당국에서는 교통 운행을 중시시키고 공장 조업도 단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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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기 |
베이징은 한 때 PM-2.5(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초미세먼지 농도가 입방미터당 993마이크로그램으로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치(입방미터당 25마이크로그램)의 40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참고로 황사는 스모그에 비해 평균 입자 크기가 커 PM-10(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미세먼지 농도는 높지만 초미세먼지 농도는 낮다. 초미세먼지는 호흡기에 더 깊이 침투한다.
중국 기후에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나라도 요 며칠 동안 뿌연 스모그가 낀 날씨가 이어졌다. 미세먼지 농도가 일시적으로 기준치를 넘는 수준이었지만 황사에 이어 이제 중국 스모그까지 넘어오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실제 16일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스모그의 원인을 ‘베이징 스모그’가 중국 상공을 지나 한반도로 넘어온 것으로 추정한다고 발표했다.
황사야 자연현상이지만(물론 인간이 사막화를 가속화시켜 더 심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스모그는 사람 몫이 더 크다. 이번 베이징 스모그의 주범은 겨울철 혹한으로 난방용으로 석탄과 나무 같은 땔감을 사용함으로써 연기가 많이 나온데다 하필 저기압으로 공기가 정체되면서 수증기와 결합해 짙은 연무(煙霧) 즉 스모그(smog는 smoke(연기)와 fog(안개)의 합성어다)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석탄이나 나무, 디젤유 같은 연료는 메탄 같은 천연가스와는 달리 연소될 때 깔끔하게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 소하지를 못한다. 즉 불완전연소를 하면서 주로 탄소로 이뤄진 고분자 덩어리 즉 미세먼지를 내보내는데 이를 ‘블랙 카본 에어로졸(black carbon aerosol)’이라고 부른다. 검댕은 블랙 카본이 무수히 모여 뭉쳐진 게 눈에 검게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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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 카본의 전자현미경 사진. 아래 작은 막대 길이는 1마이크로미터로 사진 속 블랙 카본 입자가 미세먼지 크기임을 알 수 있다. ⓒclimatepedia |
사실 블랙 카본은 자연 상태에서도 많이 생긴다. 들이나 산에 자연발화로 불이 나면 나무와 풀이 타면서 엄청난 연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 한 연구조사를 보면 블랙 카본의 약 40%가 산불이나 화전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나머지 60%는 사람의 활동에서 비롯하는데 25%는 디젤 연소, 25%는 석탄과 나무 연소, 나머지 10%는 기타 산업활동에서 나오고 있다.
문제는 블랙 카본 배출의 상당 부분이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이 두 지역은 난방이나 취사에서 석탄과 나무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유가가 치솟으면서 석탄에 대한 의존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 2000년과 2006년 사이 석탄 소비량이 2배가 됐고 현재 세계 석탄생산량의 절반이 중국에서 연소되고 있다. 게다가 이들 두 나라는 여전히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10년 뒤에는 지금의 2배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이번 스모그 같은 현상이 앞으로 더 자주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지구온난화에 기여
그런데 블랙 카본은 스모그만 일으키는 게 아니라 지구온난화에도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확실하게 밝혀지고 있다. 학술지 ‘지구물리연구저널-대기’ 1월 15일자에는 블랙 카본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4년간 조사한 결과를 담은 논문이 실렸다. 이에 따르면 블랙 카본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이산화탄소의 3분의 2 수준으로 예상보다 훨씬 높게 평가됐다.
얼핏 생각하면 이산화탄소는 투명한 기체이지만 블랙 카본은 검은 고체이므로(너무 미세해 맨눈엔 안 보이지만) 햇빛을 차단해 오히려 지구를 냉각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실상을 알아보니 블랙 카본은 여러 방면에서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 카본은 태양에서 오는 빛을 반사해 내보내는 게 아니라 흡수한다(그래서 검은색이다). 따라서 설사 지표에 도달하는 빛이 줄었다고 해도 냉각효과는 없다.
또 공기 중의 블랙 카본은 비나 눈에 섞여 다시 지표로 내려오는데 문제는 눈에 덮여 있는 극지방에서 발생한다. 즉 눈과 얼음에 블랙 카본이 있으면 빛 반사율(알베도라고 부른다)이 떨어지고 빛을 흡수한 블랙 카본이 내놓은 열로 눈과 얼음이 더 잘 녹는다. 그 결과 땅과 물이 노출되고 태양에너지가 더 많이 흡수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지구온난화에 블랙 카본이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이번 연구결과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이산화탄소는 일단 방출되면 회수가 어렵기 때문에 반감기(절반이 사라지는 시기)를 100년으로 보는데 블랙 카본은 반감기가 수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블랙 카본 배출을 통제할 수만 있다면 그 효과가 금방 나타날 수 있다.
물론 현실은 만만치 않다. 당장 세계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에서 당분간은 늘면 늘었지 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블랙 카본이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해온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베라바드란 라마나탄 박사는 한 인터뷰에서 “동아시아에서 블랙 카본 배출을 줄이는 정책을 펼치는 건 어려운 과제일 것”이라며 “내가 정치인이 아닌 걸 감사할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블랙 카본의 미래는 스모그만큼이나 뿌연 셈이다.
저작권자 2013.01.18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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