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4일 일요일

자폐증, 엄마 탓이 결코 아니다

자폐증, 엄마 탓이 결코 아니다

‘냉장고 엄마’ 이론, 이제 이단으로 취급

 
가정은 좀 떠들썩해야 아름답다. 개구쟁이 애들이 장난치는 소리도 들리고, 또 이에 대해 핀잔을 주는 엄마의 목소리도 들려야 사람 사는 맛이 난다. 가정이 너무 고요하고 적막감이 감돈다면 분명 어딘가 문제가 있다.
▲ 한나 브라운은 실제로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자폐증에 관한 소설을 썼다. ⓒ오레곤 대학
자폐아를 가진 엄마는 늘 기를 펴지 못하고 산다. 그게 엄마의 사랑과 교육문제에서 오는 것이라도 그렇고, 또 확실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유전학적인 이유에서 그렇다면 엄마는 더욱더 죄의식 속에서 살아간다.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유전질환의 상당부분이 엄마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한나 브라운(Hannah Brown)의 작품 ‘If I Could Tell You(네게 말해줄 수 있다면)’는 자폐아를 키우는 4명의 엄마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사실 작가 브라운은 자폐아를 키우면서 얻은 경험과 영감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 그녀의 데뷔작이다.

자폐증 가정 이혼율 상당히 높아
과장된 보고서일 수도 있다. 자식이 자폐증인 경우, 부부의 80%가 이혼을 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자폐증의 자식을 키우는 소설 속 4명의 엄마들은 서로의 문제를 주고 받으며 험난한 시련도 이겨낸다.

소설에서는 아들이 자폐증 진단을 받은 직후 의학연구원인 아빠가 아내를 질책하는 장면도 나온다. 남편은 아이의 병이 엄마 탓이라고 몰아붙인다. “제대로 가정교육을 하지 않아서, 한계를 정해 주지 않아서”라며 나무란다.

계속해서 아이에게 감성을 순화시키는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지 않았으며, 다른 아이들과 지내는 법을 터득하도록 아이를 놀이학교에도 데려가지 않았다고 힐난한다.

여느 엄마와 마찬 가지로 자폐증의 자식을 둔 엄마들은 자녀의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아이가 자폐증 진단을 받는 순간 엄마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충격에 휩싸인다.

고령 아빠, 자폐아동과 상관관계 깊어
아이의 자폐증을 엄마 탓으로만 돌릴 것인가? 최근 뉴욕타임스는 과학자들의 연구를 인용, 나이 많은 아빠와 자폐증과의 상관관계가 깊다고 보도했다. 적어도 늦둥이가 자폐아라면 엄마가 기를 펼 수 있는 연구결과다.

유전자검사 업체인 디코드사의 최고 경영자이자 과학잡지 네이처에 실린 연구논문의 선임작성자인 카리 스테판손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의 나이가 그렇게 작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접하고 상당히 놀랐다.”

뉴스위크의 보도에 따르면 소설가 한나 브라운은 아들 대니가 자폐증 진단을 받은 후 남편과 이혼했다. 올해 16세인 아들 대니는 3살 때 가벼운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이른바 비전형성 전반적 발달장애다. 그러나 그녀에게 아들은 보물이었다. 그 보물에서 잠시도 눈을 떼본 적이 없다.

그녀는 아이의 임신기간, 대니의 유아기, 소년기의 생활을 마음 속으로 짚어가며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그리고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몇 번이고 되짚어보곤 했다. 그러나 어떤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의학계 연구 아무런 진전도 없어
사실 사람들 대부분은 자식의 자폐증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가족이든 친척이든, 그리고 남이든 간에 자폐증의 탓은 엄마에게 돌린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을 이외로 많이 겪는다. 무시하려고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자폐증과 관련 의학계는 거의 위안을 주지 못했다. 다시 말해서 예방이나 치료방법을 거의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한 현실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 별 뾰족한 수가 개발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저 선천적인 기형아 정도로 생각할 뿐이다.

자폐증이란 원래 신체적, 사회적, 언어적으로 상호작용에서 이해 능력의 저하를 일으키는 신경발달의 장애를 말한다. 자폐라고도 한다. 1911년 스위스의 정신병학자 오이겐 블로일러(Eugen Bleuler 1857∼1939)가 처음으로 제창한 용어다.

블로일러 자신은 다시 이것을 한정하여 현실과 이부도 단지 환자의 원망(願望)과 콤플렉스, 또는 환각과 망상 등에 적합한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것에 역행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정신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폐증 환자는 원망이 모두 충족된 것 같이 받아들이고 자기가 빠져 있는 '자폐적 세계'가 더 현실적인 세계로 느낀다. 현실의 세계는 꿈의 세계와 같이 보이고, 믿을 것이 못 되는 것처럼 느껴져서 전도된 세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냉장고 엄마’이론이 최근까지 대세
1950년대 많은 과학자, 의사, 심리학자들이 자폐증 연구에 활발하게 참여했다. 아동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브루노 베틀하임(Bruno Bettelheim)은 자폐증과 정신분열증으로 진단받은 아이들의 엄마를 ‘냉장고 엄마 refrigerator mothers)’라는 용어로 불렀다.
▲ 물건을 반복적으로 쌓아올리는 것은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행동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위키피디아
프로이드 학파의 정신분석가인 베틀하임은 아이의 자폐증은 자식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나 배려가 없는 쌀쌀맞은 엄마의 탓으로 돌렸다. 그 뒤로 수십 년 동안 자폐증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하긴 자폐증이 얼음장같이 차가운 엄마 탓이라면 더 이상 무슨 연구가 필요하겠는가?

1970년대와 80년대 일부 의학자들 사이에서 자폐증이 심리적, 정서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신경상의 문제라는 주장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쌀쌀맞은 엄마 때문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은 이러한 주장이 정설이며 ‘냉장고 엄마’ 이론은 이제 이단으로 취급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심리적 정서 문제가 아닌 신경의 문제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늦게 시작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다. 가끔씩 특정한 약품이 일부 증상의 억제에 도움이 된다거나, 그 질병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는 특정유전자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과학자들은 자폐증의 유발원인, 그리고 치료법에 대해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폐증 아동의 엄마에게는 모두 비슷한 죄목이 있다. 스스로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고 간주되는 죄목들이다. 물론 자녀양육을 하다 보면 엄마도 사람인 이상 실수할 때도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한다. 자식을 팽개치는 엄마는 드물다. 자폐아를 둔 가정의 이혼율은 일반 가정에 비해 현저히 높다. 그래서 자폐아동을 둔 엄마들 가운데 혼자서 자식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한나 브라운은 때로 이런 생각을 한다. 만약 자신이 33세가 아니라 25세에 아들 대니를 낳았다면 그런 병이 안 생겼을까 하고 말이다. 그녀는 너무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살았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결과는 그녀가 적어도 한가지 지옥에서는 빠져 나올 수 있는 훌륭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이유가 불분명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자폐증 아동이 급속히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폐아동을 키우면서 그녀가 받았던 고통 속에서 영감을 얻어 쓴 소설 ‘네게 말해줄 수 있다면’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이것으로 그녀가 겪은 쓰라린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면 더 큰 위안이 될 것이다. 그녀는 이제 과감하고 당당히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자폐아동을 둔 모든 엄마들에게도 용기를 심어줄 수 있다. “자폐증은 결코 엄마 탓이 아니에요!”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1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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