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6일 일요일

‘살아 있는 21세기의 전설’ 메시

‘살아 있는 21세기의 전설’ 메시

성장 호르몬 장애 극복해 위대한 선수로

 
신은 엄청 뿔이 났다. 이제 신은 우리에게 신화와 전설이라는 아름다운 공간을 제공하지 않는다. 과학과 기술로 점철된 이 사회에 분노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감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차디찬 이성만이 존재하는 이 사회에 등을 돌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에게도 일말의 휴머니티가 있다. 우리에게 ‘살아 있는 전설’을 딱 하나 선사했다. 삭막한 이 사회에 훈훈한 이야기 거리가 되라고 말이다. 그리고 박 터지게 싸우는 우리들에게 휴식을 안겨주고 희망을 주기 위해서 말이다.
▲ 2011년 아르헨티나 대표팀으로 출전했을 때의 모습. ⓒ위키피디아
신이 하사한 전설의 주인공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25, 바르셀로나). 키 169센티에 몸무게 67킬로인 그에게 축구천재, 아니 축구신동, 축구영재 등의 묘사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를 표현하자면 언어의 한계에 부딪힌다. 그저 정확하게 꼬집을 수 없는 ‘전설’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 같다.

그는 결코 미소를 잃는 법이 없다. 그는 결코 화를 내는 법이 없다. 상대 수비수가 깊은 태클을 해도, 심지어 걷어차도 항상 웃어 넘긴다. 오히려 그 선수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한다. 상대선수가 미안해 한다. 유(柔)로 강(强)을 제압한다.

돌진할 듯 말 듯, 제칠 듯 말 듯, 옆의 동료에게 패스를 할 듯 말 듯, 그러다가 갑자기 슛을 날린다. 슛이 힘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골 문지기는 볼이 언제 날아올지 그 시기를 모른다. “그의 볼은 결코 강하지 않다. 전혀 파괴력이 없다.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날아올지 시간과 방향을 모르겠다.”

메시는 예수와 축구를 하고 있다.
축구의 신동(神童)이자 악동(惡童)인 마라도나는 다른 사람의 칭찬에 아주 인색하다. 그러나 메시에게만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스페인 ‘스포르트’라는 스포츠 잡지에서 "1986년의 자신보다 메시가 더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메시는 펠레-마라도나 논쟁을 끝낼 수 있는 선수이다. 메시를 볼 때면 마치 예수와 공을 차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어떤 누구도 메시와 비견될 수 없다. 그가 하는 것의 40%를 하는 선수조차 없다."

“예수와 공을 차고 있는 것 같다”라는 이 말은 신과 공을 차고 있다는 이야기다. 인간이 신을 상대로 축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메시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왕년의 골잡이 파트릭 클루이베르트(36, 네덜란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레알 마드리드의 간판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 레알 마드리드)는 불운한 사나이다. 그는 신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메시 때문에 신이 될 수 없다. 호날두는 매우 좋은 선수다. 불운한 건 메시와 같은 시대에 뛰고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메시는 예수와 같은 존재다"

오바마, “메시와 같은 번호구나!”
한 가지만 더 들어보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골로라도 라피즈라는 프로축구팀으로부터 유니폼을 선물 받았다. 등 번호가 10번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바로 "메시와 같은 번호구나!"라고 말하면서 백악관에서 깡총깡총 뛰면서 기뻐했다고 한다.

축구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은 유니폼을 교환한다. 메시의 바르셀로나와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은 메시 유니폼과 자신의 유니폼을 교환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인다. 2012년 챔피언스리그에서 레베쿠젠 선수들이 메시의 유니폼을 가지려고 서로 싸운 사례도 있다.

메시의 몸값은 1억4천만 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1천959억 원이다. 그러나 돈이 그렇게 중요한가?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그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희망과 메지지를 전한다. 그는 결코 축구선수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그는 ‘21세기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성장 호르몬 장애, 축구 할 수 없어
메시는 어릴 때부터 축구를 잘 했다. 그러나 그에게 병마(病魔)가 찾아왔다. 성장 호르몬 장애였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성장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키도 크지 않고, 몸무게도 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메시에게는 청천벽력(靑天霹靂)과 같은 이야기다.
▲ 그의 환한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유럽축구연맹(UEFA)
그는 축구선수로서는 왜소한 169센티다. 그러나 그는 190센티나 되는 상대방 수비수를 제치고 문전에서 헤딩 슛을 날린다. “그는 볼을 달고 다닌다. 그가 볼을 달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볼이 항상 그에게 달라 붙는다”

그가 성장장애가 있다는 판정을 받은 것은 11살 때다. 그래서 의사는 성인이 되어도 키가 클 수 없기 때문에 축구를 포기하라고 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그의 잠재력을 일찍부터 발견했다. 바르셀로나가 그의 성장 호르몬 장애 치료를 약속했다. 그래서 2000년 가족과 함께 스페인으로 이주했다.

꾸준한 치료와 본인 스스로의 노력으로 169센티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하긴 마라도나가 165센티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작은 키는 아니다. 축구의 황제 펠레는 키가 173센티다. 그러나 그를 능가하는 사람은 없다. 메시는 그들을 능가한다.

축구선수들은 자기의 몸값을 저울질하면서 이곳 저곳 프로팀으로 이전한다. 러시아가 바르셀로나에서 지불하는 몸값의 2배를 줄 테니 오라고 했다. 각종 언론에서는 “메시가 러시아로 간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나의 고향은 아르헨티나다. 똑같은 고향은 바르셀로나다.”

2012년에만 91골을 터뜨린 메시가 게르트 뮐러(85골)가 갖고 있던 '한 해 최다골' 기록을 40년 만에 갈아치웠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메시가 성장호르몬 장애라는 병마를 극복했다는 점이다. 그의 환한 미소, 언제나 긍정적으로 살려고 하는 그의 의지. 새해에 새로운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

그가 축구의 황제 펠레보다, 축구의 신동 마라도나보다 더 훌륭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는 강하게 투쟁하는 축구선수가 아니라 귀여운 모습이다. 순진하고 착하다. 그래서 신은 우리들에게 ‘살아 있는 전설’ 메시를 선사했다. 희망과 꿈을 잃지 말라고 하면서 말이다.

"메시는 인간이 아니다. 절대 인간이 아니다. 거짓말이 아니고 사실이다. 볼과 함께 그러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를 본 적이 없다. 상대를 완전히 무력화시킨다. 그것도 아주 쉽게 말이다. 내가 아무리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도 결국 안 될 것이다. 그는 언제나 한 발 나아갈 때마다 볼을 터치한다. 그가 아스날을 상대로 4골을 넣은 후 난 경기를 중단하고 기립하여 박수를 쳐야 한다고 중얼거렸다.” – 아스날의 전설 앙리-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0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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