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에 숨어 있는 뇌 과학
석영중 교수가 말하는 문학과 뇌
문학은 인간을 성찰한다. 그 대상이 심리일 수도 있고 행동일 수도 있다. 훗날 과학적으로 입증될 만큼 생생하게 그려놓은 작품도 부지기수다. 문학이 과학을 이끌어나가는 경우도 있다. 미래공상과학소설이 대표적이다. 지금의 디지털 세계, 유전자 조작 등은 과거 문학 속에서 상상했던 내용 아니던가.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문학과 과학은 충분히 융합할 수 있는 분야이다.
특히 뇌 과학은 문학 깊숙이 배어 있다. 인간의 감정이나 행동은 뇌의 어떤 작용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가 실연을 당했을 때도 뇌의 작용으로 가슴이 아프다. 즉 우리 정서와 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그렇다면 ‘뇌 과학’이 거의 전무하던 시절, 어떻게 작가들은 뇌의 반응들을 작품에 담았을까.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 교수 석영중 박사를 만나 궁금증을 풀어봤다.
문학과 과학은 이제야 서로 ‘상호조명’ 단계
특히 뇌 과학은 문학 깊숙이 배어 있다. 인간의 감정이나 행동은 뇌의 어떤 작용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가 실연을 당했을 때도 뇌의 작용으로 가슴이 아프다. 즉 우리 정서와 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그렇다면 ‘뇌 과학’이 거의 전무하던 시절, 어떻게 작가들은 뇌의 반응들을 작품에 담았을까.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 교수 석영중 박사를 만나 궁금증을 풀어봤다.
문학과 과학은 이제야 서로 ‘상호조명’ 단계
![]() |
| ▲ 뇌 과학은 문학 깊숙이 배어있다. 인간의 감정, 행동에는 뇌의 어떤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
“융합이 시대적 화두로 대두되다 보니 모든 영역에서 융합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융합은 서로 다른 분야가 섞여 새로운 제3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문학과 과학은 이제야 서로 ‘상호조명’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석영중 교수는 “문학과 과학의 융합은 ‘기술과 과학, 기술과 기술’ 등이 융합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면서 “두 학문 영역이 섞여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서는 기본부터 하나 하나씩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영역의 전문가들에게 지혜를 나눠주면서 발전하는 것이 융합의 현실적 방법”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석 교수가 융합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좀 복합적이다. 석 교수는, 문학은 항상 새로운 패러다임을 향해 가야한다는 생각을 원래 갖고 있었다. 10년 전과 20년 뒤 도스토예프스키 평론이 항상 같아서는 안 된다고 여겨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래서 자주 다른 분야의 책을 뒤져봤다. 세상을 향해 눈과 귀를 열어두지 않으면 바뀌고 있는 그 무언가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마이클 S. 가자니가 교수가 쓴 ‘윤리적인 뇌’라는 저서를 접하게 되었다. 석 교수는 뇌 과학으로 인간 본성과 생명윤리의 딜레마를 풀어낸 이 책을 보면서 문학과 뇌를 연결해보는 것도 재미있고 새로운 시도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자료를 정리하다보니 놀랍더라고요. 뇌를 스캔할 수 있는 뇌 과학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단지 인간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을 읽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죠.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인문학자와 과학자들이 서로 만나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연구가 시도될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이미 문학 안에 뇌과학적 내용 포함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에서는 현재 뇌 과학에서 말하는 간질병 환자의 모습과 행동이 잘 드러나 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리나’와 에세이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도 흉내본능인 ‘거울뉴런’이라든지, 몰입을 했을 때 나오는 ‘도파민’에 대한 묘사가 세세하게 나온다. 뿐만 아니라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무의식과 기억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지난 2011년 석 교수는 이런 내용들을 바탕으로 ‘뇌를 훔친 소설가’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문학 안에 인간 행동이 뇌 과학적 행위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이라는 창을 통해 삶에 대한 새로운 용기와 지혜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창의성은 흉내 내기에서 시작된다는 점, 몰입은 연인을 사랑할 때와 비슷한 즐거움이라는 점, 그리고 사람의 기억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뇌에 관심을 가지는 인문학자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거의 혼자라서 책을 펴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여럿이 팀을 이루어 프로젝트를 진행시키면 아무래도 발전적이겠지요. 특히 과학은 필연적으로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데, 문학을 통해 해결방법을 제안해볼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합니다.”
융합 친화적 환경조성 필요해
석영중 교수는 “문학과 과학의 융합은 ‘기술과 과학, 기술과 기술’ 등이 융합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면서 “두 학문 영역이 섞여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서는 기본부터 하나 하나씩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영역의 전문가들에게 지혜를 나눠주면서 발전하는 것이 융합의 현실적 방법”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석 교수가 융합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좀 복합적이다. 석 교수는, 문학은 항상 새로운 패러다임을 향해 가야한다는 생각을 원래 갖고 있었다. 10년 전과 20년 뒤 도스토예프스키 평론이 항상 같아서는 안 된다고 여겨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래서 자주 다른 분야의 책을 뒤져봤다. 세상을 향해 눈과 귀를 열어두지 않으면 바뀌고 있는 그 무언가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마이클 S. 가자니가 교수가 쓴 ‘윤리적인 뇌’라는 저서를 접하게 되었다. 석 교수는 뇌 과학으로 인간 본성과 생명윤리의 딜레마를 풀어낸 이 책을 보면서 문학과 뇌를 연결해보는 것도 재미있고 새로운 시도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자료를 정리하다보니 놀랍더라고요. 뇌를 스캔할 수 있는 뇌 과학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단지 인간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을 읽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죠.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인문학자와 과학자들이 서로 만나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연구가 시도될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이미 문학 안에 뇌과학적 내용 포함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에서는 현재 뇌 과학에서 말하는 간질병 환자의 모습과 행동이 잘 드러나 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리나’와 에세이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도 흉내본능인 ‘거울뉴런’이라든지, 몰입을 했을 때 나오는 ‘도파민’에 대한 묘사가 세세하게 나온다. 뿐만 아니라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무의식과 기억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지난 2011년 석 교수는 이런 내용들을 바탕으로 ‘뇌를 훔친 소설가’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문학 안에 인간 행동이 뇌 과학적 행위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이라는 창을 통해 삶에 대한 새로운 용기와 지혜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창의성은 흉내 내기에서 시작된다는 점, 몰입은 연인을 사랑할 때와 비슷한 즐거움이라는 점, 그리고 사람의 기억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뇌에 관심을 가지는 인문학자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거의 혼자라서 책을 펴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여럿이 팀을 이루어 프로젝트를 진행시키면 아무래도 발전적이겠지요. 특히 과학은 필연적으로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데, 문학을 통해 해결방법을 제안해볼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합니다.”
융합 친화적 환경조성 필요해
![]() |
| ▲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석영중 교수 ⓒiini0318 |
외국에서도 다양한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뇌 과학과 문학과 연관된 연구들이 다양하지 못하다. 플로리다 대학 명예교수인 노먼 홀랜드 교수는 이 분야의 선구자이다. 그는 문학, 정신분석학, 인지심리학을 넘나들며 오랫동안 문학과 뇌의 융합연구에 매진해온 인물이다. 노먼 홀랜드 교수의 접근법은 현재 ‘신경문학비평’으로 발전해 신경학적 리서치와 인지과학을 통해 문학을 설명하고 분석하는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정 작가의 작품을 뇌 과학과 연결시켜 바라보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기억의 문제를 소설 속의 예문과 더불어 조목조목 밝혀놓은 ‘프루스트는 뇌과학자였다’와 드라마의 여러 대사들 및 다양한 뇌 스캔 사진을 함께 제시한 ‘셰익스피어, 뇌를 말하.’라는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문학과 뇌 과학을 융합하려는 움직임은 계속 꿈틀대고 있다. 그러나 문학이 가진 복잡한 본질을 간과하는 경향이 커 이렇다 할 성과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석 교수는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킬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문학과 과학을 모두 꿰뚫고 있는 연구자가 없어서”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융합이라는 시대적 화두가 유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질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석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는 시대적 화두에 편승해 그냥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며 “문학과 과학을 모두 알고 있는 연구자를 배출하기 위해서 먼저 학계가 융합 친화적으로 변해야 하고, 정부는 융합을 가르칠 수 있는 교육자 양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정 작가의 작품을 뇌 과학과 연결시켜 바라보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기억의 문제를 소설 속의 예문과 더불어 조목조목 밝혀놓은 ‘프루스트는 뇌과학자였다’와 드라마의 여러 대사들 및 다양한 뇌 스캔 사진을 함께 제시한 ‘셰익스피어, 뇌를 말하.’라는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문학과 뇌 과학을 융합하려는 움직임은 계속 꿈틀대고 있다. 그러나 문학이 가진 복잡한 본질을 간과하는 경향이 커 이렇다 할 성과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석 교수는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킬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문학과 과학을 모두 꿰뚫고 있는 연구자가 없어서”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융합이라는 시대적 화두가 유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질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석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는 시대적 화두에 편승해 그냥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며 “문학과 과학을 모두 알고 있는 연구자를 배출하기 위해서 먼저 학계가 융합 친화적으로 변해야 하고, 정부는 융합을 가르칠 수 있는 교육자 양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2013.01.02 ⓒ ScienceTimes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