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월드, 프리먼 다이슨의 구상이 소설로!
SF가이드/외계의 거대구조물 이야기(2)
SF 관광가이드 이제까지 과학소설에 등장한 거대 구조물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래리 니븐(Larry Niven)의 장편 <링월드 Ringworld; 1970년>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영국 출신 미국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Freeman Dyson)이 창안한 다이슨 구를 변형한 초거대 인공생태계인 링월드는 이후 이언 M. 뱅크스(Iain M. Banks)를 포함한 다른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헤일로 Halo> 같은 비디오게임에도 도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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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먼 다이슨과 그가 구상한 다이슨 구(球). 태양을 품고 있는 거대한 공으로 태양의 에너지를 거의 낭비없이 이용할 수 있다. ⓒNYtimes.com & D. Carrigan |
일찍이 다이슨은 고도의 문명이 존재한다면 단지 행성 표면에 고착화된 삶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항성계를 리엔지니어링 하는 단계에 이르리라 보았다. 예를 들어 주변 행성들을 다 해체해서 골디락스 존 부근에서 태양을 둘러싸는 얇은 공 모양으로 재구성한 문명사회가 있다면, 태양빛은 완전히 차단되지만 대신 복사열이 공 밖으로 배출되므로 여전히 적외선 천체망원경으로 관측이 가능하리라는 것이 그의 전망이었다. (골디락스 존은 해당 항성계에서 생명이 생겨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행성의 공전궤도를 지칭한다.) 이처럼 얇은 면으로 재구성해 늘여 놓은 천체는 속이 꽉 찬 공 모양보다 훨씬 표면적이 넓어 효율성이 높다.
래리 니븐의 링월드는 ‘다이슨 링’이라고도 불리며 다이슨 구(球)의 가장 단순화된 버전이다. 링월드는 말 그대로 골디락스 존을 구로 완전히 에워싸는 대신 공전궤도를 따라 얇은 링으로 둘러싼 세계다. 따라서 다이슨 구에 비할 수 없을 만치 원자재 투입량이 훨씬 적다. 행성들의 질량과 부피가 너무 작아 아예 다이슨 구를 지을 재료가 부족한 항성계라 해도 다이슨 링의 건설은 가능한 곳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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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이슨구을 최대한 단순화한 버전인 래리 니븐의 링월드. '다이슨 링'이라고도 한다. ⓒBallantine Books |
그렇지만 링월드만 해도 안쪽 표면적이 무려 지구의 약 300만 배에 달하는 대공사다. 따라서 작가들은 이러한 초거대 인공천체의 건설자를 십중팔구 지구 밖에서 찾는다. 래리 니븐의 <링월드>에서는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외계종족이 건설자로 추정되며, 이언 M. 뱅크스의 장편 <플레바스를 생각하라 Consider Phlebas; 1987년>에서는 은하계를 양분해 지배하는 휴머노이드 문명집단 컬춰(The Culture)의 산물이다.
래리 니븐의 링월드가 지구와 동일한 중력(해수면 기준 9.8m/s2)을 만들어내려면 링의 지름이 약 3억7천1백만km가 되어야 한다. 링월드에서 하루보다 긴 시간 단위로는 팔랑(falan)이 있다. 이것은 링월드가 10번 자전하는 시간으로 지구시간으로 환산하면 93.75일이다. 4팔랑이면 지구의 1년보다 약간 더 긴 셈이다. <링월드>는 과학소설 팬 뿐 아니라 과학자들 사이에도 그 현실타당성에 대한 분석과 토의를 불러일으킬 만큼 반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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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래리 니븐의 <링월드>에 등장하는 초거대구조물의 제반사양 ⓒefremov |
<플레바스를 생각하라>를 비롯해서 이언 M. 뱅크스의 <컬춰 The Culture>시리즈에 등장하는 링월드들은 래리 니븐의 버전과 기본적인 생김새와 구조는 같으나 크기가 훨씬 작은 편이다.
예컨대 컬춰 문명이 건설한 링월드 가운데 둘레가 1천만km짜리는 래리 니븐 버전의 1/970에 불과하다. 컬춰의 링월드는 중심부에 항성을 품는 대신 통상적인 행성처럼 항성 밖에서 공전한다. 항구적 안정성 차원에서는 이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자전 속도는 컬춰인들에게 익숙한 중력과 하루 주기에 맞게 조절된다. 링월드의 자전축을 궤도면 기준으로 살짝 기울이면 낮과 밤의 주기도 임의로 만들어낼 수 있다.
수십억 인구가 거주하는 링의 지각에는 대륙 크기의 판들이 이동하며 온갖 자연환경과 기후를 만들어낸다. 그 결과 지구와 마찬가지로 링월드 안에도 사막과 정글 그리고 빙하 따위가 존재하며 판과 판이 마주치는 곳에는 인공적으로 산맥이 조성된다. 심지어는 링월드 전체를 관통하며 흐르는 강도 있다. 링의 양 끄트머리에는 수백에서 수천km에 이르는 높은 장벽을 세워 대기가 달아나지 못하게 한다. 장벽은 단결정체(monocrystal)로 지어져 있다.1) 덕분에 오존층을 유지해 거주민들이 위험한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다. 링의 안정성은 초끈 재질과 역장(力場)으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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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언 M. 뱅크스의 <플레바스를 생각하라>에 등장하는 링월드 버전 ⓒMark Salwowski |
비디오 게임 <헤일로 Halo>에 등장하는 링월드는 은하의 모든 지적 존재들을 파멸시킬 수 있는 궁극의 무기 역할을 한다. 원래 이것은 역병이라 불리는 바이러스가 널리 퍼지는 것을 막으려고 만들어졌다. <헤일로 3>에는 이보다 훨씬 더 큰 거대구조물로, 이름하여 ‘방주(The Ark)’가 나온다. 방주는 그 안에서 신속하게 자동으로 링월드를 만들어낸 다음 목적지로 바로 전송한다. <헤일로>의 세계에서는 링월드가 은하 밖에도 만들어져 헤일로들이 은하 안의 모든 생명을 말살하는 사이 인간들의 은신처 구실을 한다.
래리 니븐의 <링월드>를 거론할 때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 밥 쇼(Bob Shaw)의 <궤도마을 Orbitsville; 1975년>이다.2) 후자에서는 아예 다이슨 구가 나온다는 점에서 다이슨 컨셉의 완결판이라 하겠다. <링월드> 발표 이후 5년 만에 선보인 이 이야기는 불가피한 이유로 항성 간 우주공간으로 달아난 주인공 일행이 뜻하지 않게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다이슨 구를 발견함으로써 인류 문명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게 된 사건을 다룬다.
<궤도마을>은 장편치고는 그리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지구보다 무려 50억 배가 더 큰 세계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대담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이 작품에서 다이슨 구는 인류의 미래에 무한한 원천이 되어줄 신천지로 기대를 모은다.
| 1) 보통의 금속은 다결정체인데 반해, 반도체에 쓰이는 게르마늄이나 실리콘 같은 물질은 단일한 결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2) 이 장편은 시리즈화 되어 <궤도마을 출발 Orbitsville Departure; 1983년>과 <궤도마을 심판 Orbitsville Judgement; 1990년>이 추가로 발표되었다. |
저작권자 2013.01.02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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