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일 수요일

클레오파트라가 뱀독으로 자살한 까닭

클레오파트라가 뱀독으로 자살한 까닭

12간지 중 여섯 번째인 ‘뱀의 해’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영국의 과학비평가 아서 케스틀러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꿈 중의 하나로 1865년 케쿨레가 낮잠을 자면서 꾼 꿈을 꼽았다. 독일의 화학자 케쿨레는 도대체 무슨 꿈을 꾸었을까. 흔히 길몽으로 꼽히는 용꿈이나 돼지꿈이라도 꾼 것일까.

아니다. 케쿨레가 꾼 꿈은 바로 ‘뱀꿈’이다. 원자들이 결합된 긴 사슬이 빙글빙글 돌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뱀 한 마리가 자신의 꼬리를 물어 고리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그는 깜짝 놀라 깨어난 것이다.
▲ 인간의 DNA에는 뱀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가 각인되어 있다고 한다. ⓒmorgueFile free photo
이 꿈이 중요한 꿈으로 꼽힌 이유는 케쿨레가 거기에서 힌트를 얻어 벤젠의 고리형 구조를 밝혀냈기 때문이다.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벤젠은 1825년 영국의 과학자 패러데이에 의해 발견된 이후 40년이 지나도록 구조식이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수소 원자 4개와 결합할 능력이 있는 탄소가 벤젠에서는 왜 수소와 1:1 비율로 결합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 어려운 과제 중의 하나였던 것.

벤젠의 구조식을 밝혀내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던 케쿨레는 꿈에서 본 뱀의 형상을 떠올리면서 벤젠이 거북등무늬의 육각형 구조임을 알아냈다. 탄소 6개와 수소 6개로 이루어진 벤젠은 플라스틱, 염료, 세제, 살충제의 원료로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유기화합물이다.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오는 흑뱀의 해인 계사년(癸巳年)이다. 무수히 많은 동물 중에서 뱀이 12간지 중의 여섯 번째 동물로 선택된 것은 인간과 그만큼 가까운 관계라는 의미를 지닌다.

옛날에는 가옥의 가장 밑바닥에 살면서 집을 지키는 수호신이 바로 구렁이라고 믿었다. 이 집구렁이가 사람의 눈에 띄거나 밖으로 나가면 가정의 운수와 가옥이 수명이 다한 것으로 여겼다. 그 이유는 집구렁이를 ‘업’이라는 ‘재신(財神)’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뛰어난 환경적응성을 지닌 뱀의 비밀
실제로 구렁이는 쥐가 지나간 발자국을 추적해 1년에 약 100여 마리의 쥐를 잡아먹는다. 집안에 구렁이가 살고 있을 경우 창고 속에 고이 보관해둔 양식을 먹어치우는 쥐들로부터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셈이다.

또한 뱀은 극지방과 섬을 제외한 세계 모든 곳에서 서식하고 있을 만큼 환경적응성이 뛰어난 동물이다. 그 비결은 습도 조절에 강한 비늘과 어떤 먹이라도 수월하게 삼킬 수 있는 소화기관의 구조 등 머리에서부터 꼬리 끝까지 담겨 있는 신체의 비밀에 있다.

뱀의 몸뚱이 전체가 한 번에 허물을 벗는 모습은 놀랍기조차 하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의하면 길가메쉬 왕이 어렵게 구한 불사의 약을 목욕하는 사이 뱀이 마셔버린 바람에 뱀은 허물을 벗으며 그때마다 젊어진다고 전해진다.

뱀 성체는 1년에 8회, 새끼 뱀은 15회 가량 허물을 벗는데, 그때마다 뱀은 매끈한 피부로 다시 태어난다. 이런 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뱀을 두고 신비한 초능력을 지닌 동물로 여겼다.

하지만 뱀은 인간에게 본능적인 공포를 유발하는 두려운 동물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게재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간이 뱀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원시 인류 때 먹이 경쟁을 하면서 뱀에게 자주 공격을 당해 사람의 DNA에 뱀에 대한 공포가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둘로 갈라져 날름거리는 혀는 섬뜩할 정도로 징그럽다. 뱀의 혀가 사람을 찔러 상처를 입히는 독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뱀의 혀는 단지 냄새를 맡고 생존하기 위한 감각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뱀은 혀를 날름거리는 동작을 통해 외부의 화학물질을 모아 야콥슨기관으로 보내 냄새를 맡는다. 혀가 두 갈래로 갈라져 있는 것도 입 속에서 냄새를 맡는 야콥슨기관이 2개로 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으로 화학물질을 잘 보내기 위해서다.

진짜로 무서운 것은 독사가 독니를 통해 내뿜는 독액이다. 몸집이 큰 뱀보다는 대체로 몸집이 작은 뱀 중에서 독사가 많은데, 뱀독은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독, 혈관과 혈구를 파괴하는 용혈독, 근육을 죽이는 독 등으로 나누어진다.

뱀독이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게 해줘
지난 여름 영국의 데일리메일이 공개한 동영상에 의하면, 러셀살모사의 독니에서 추출한 노란색 독물을 유리컵에 담긴 인간의 피에 한 방울 떨어뜨리자 잠시 후 피가 젤리처럼 응고된 형태를 띠는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러셀살모사에 실제로 물릴 경우 극심한 고통과 함께 상처 부위에 물집이 발생하며 구토가 나고 얼굴이 붓는 증상을 보인다. 또 혈압이 떨어지고 심장 박동이 감소해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매년 수천 명의 사람이 러셀살모사에 물려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살모사 외에도 방울뱀과 코브라, 맘바, 바다뱀 등이 무서운 독을 지닌 뱀이다.

이집트의 여왕이었던 클레오파트라는 악티움의 해전에서 패한 뒤 로마에 포로가 되어 끌려갔다가 ‘아스프’란 뱀의 독으로 자살했다. 그녀가 굳이 뱀을 풀어 자살을 감행한 것은 뱀의 독이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게 해준다는 믿음에서 기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뱀독은 혈전증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으며,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뇌경색 등의 치료제로 연구되고 있다. 또 인도코브라의 뱀독에서 분리한 포스포리파제A2라는 효소는 피부세포에 발생하는 암의 한 종류인 흑색종을 없애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살모사의 뱀독에서 추출한 단백질은 유방암 세포의 성장을 70%나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 외에도 뱀독은 진통 작용와 급성염증을 지연시키는 작용 등이 있어 집중적인 연구가 진행될 경우 심장질환 및 혈관질환, 통증, 암 등의 여러 질병에 대해 신약 개발의 중요한 소재로 떠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

새해엔 케쿨레가 벤젠의 구조를 밝혀내는 데 결정적인 힌트를 준 뱀꿈이나 두려움의 대상에서 신약 개발의 새로운 소재로 떠오른 뱀독처럼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도 모두 주인공이 되는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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