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4일 금요일

“남성의 정자수 감소하고 있다”

“남성의 정자수 감소하고 있다”

환경호르몬이 커다란 영향 끼쳐

 
아주 평범한 연구다. 그러나 이 연구는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에서 대단한 주목을 받았다. 내용은 간단하다. 브라질 상파울루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의 자녀를 10년간 추적했더니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래, 그게 무슨 문제가 될 것인가?

아마 이러한 내용이 찰스 다윈이 진화론에서 주장했던 자연선택인지 모른다. 원래 남녀의 출생비율은 51대 49 정도가 된다. 출생률에서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가 많이 나온다. 이것은 진화의 한 과정이다.

원래는 남자아이들이 많아
▲ 아기와 엄마는 미래의 희망이다. 그러나 최근 출산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morguefile free photo

남자는 항상 위험에 노출이 되어 있었다. 사냥도 해야 하고 맹수들과 접해야 했었다. 또 적들도 많았다. 그래서 죽을 확률도 많았다. 그래서 자연선택은 남자아이들을 조금 더 많이 만들었다. 2차 대전에서 남자들이 많이 죽었다. 당시 출생비율을 보면 여자아이들이 많았다는 자료가 있다.

상파울루 연구가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사정이다. 오염이 많은 곳 상파울루에서는 여자아이들이 많이 태어난다. 건강한 정자가 있다면 건강한 난자에게는 무한정 많이 공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네이처는 이 문제를 인간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으로 진단했다.

영국의 의학 저널인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은 최근호에서 프랑스 남자의 정자수가 1989년과 2005년, 불과 16년 사이에 3분의 1이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정확히 따지자면 32.2% 감소로 매년 1.9%씩 줄었다는 이야기다.

영국과 프랑스의 관계는 국민의 정서상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왜 의학 저널 휴먼 리프로덕션은 영국 남자의 정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프랑스 남자의 정자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까? 프랑스 남자들에 대해 영국 여성들이 갖고 있는 낭만적인 사고를 잠재우기 위해서 그런 글을 썼다고 한다.

이 내용을 보도한 데일리 메일(Daily Mail)은 그런 편파적인 감정을 떠났다. “프랑스 남자들의 생식력은 급감했다. 그러나 다음 차례는 영국이 될 것이다.” 정자 질에 대한 최대 규모의 이 연구는 그 파급효과가 너무나 대단하다.

그러나 정작 이 내용을 연구한 곳은 프랑스의 건강감시연구소다. 이 연구소는 17년 이상에 걸쳐 프랑스 전역에 있는 보조생식기술(ART) 센터 126곳에서 불임여성의 남성파트너 2만6609명에게서 기증 받은 정액샘플 데이터를 조사했다.

남성의 정자 농도 훨씬 줄어들어
조사결과, 35세 남성의 경우 정자농도가 1989년 1월 정액 ml당 7360만 개였다. 그러나 2005년에는 4990만 개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정도만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흔히 불임 상한선인 ml당 1500만 개 수준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볼 때 ml당 5500만 개 이하의 정자 농도인 경우에는 임신에 걸리는 시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자 질의 다른 지표는 정상으로 간주되는 형태의 정자비율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그 지표는 같은 기간에 33.4% 감소했다.

학자들은 규모에서 최대인 이번 연구에서 환경과 생활방식이 생식력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이 결과는 심각한 공중보건 경고라는 것이다. 특히 환경의 영향이 정자감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꼬집었다.

프랑스 연구자들의 원래 목적은 정자감소 원인을 규명하는 데에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내분비교란물질(endocrine disruptors)에 노출되면 생식력이 손상될 수 있다는 증거들을 제시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첨가제 비스페놀A를 비롯해 일부 플라스틱에서 발견되는 화학물질, 살충제, 그리고 일상생활에 편재하는 물질 등 환경호르몬이 커다란 요인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저자들 가운데 한 명인 조엘 르몰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프랑스 남성의 정자가 특별히 열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서 연구를 했다 해도 꼭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프랑스 남성들만 생식력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면서도 르몰 박사는 “이전 연구를 보면 국가간, 아니면 한 국가 내에서도 측정된 정자 질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지리적인 차이가 뚜렷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같은 유럽에서도 나라별로 정자 질이 서로 다르다.

1974~1992년 사이에 파리 지역에 정자를 기증한 남성들의 정자농도를 보면 연간 2.1% 감소했다. 그러나 프랑스 남부 툴루즈의 정자 기증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정자농도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 남성의 정자수가 급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경 호르몬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morguefile free photo


이런 들쭉날쭉한 이러한 연구결과 때문에 논쟁의 여지는 많다. 다시 말해서 이러한 연구결과에 신뢰성이 과연 있느냐 하는 의문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이번 연구는 신뢰성에서 커다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국적인 규모로 이루어졌고, 대상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신뢰성이 갈 수 있는 것은 데이터베이스 피브낫(Fivnat) 덕분이다. 피브낫은 1980년대부터 2005년 사이에 프랑스에서 이루어진 ART 시술 대부분이 등록된 데이터베이스다. 르몰 박사는 “아주 훌륭한 자료다. 매우 소중한 자료로 세계에서 유일무이할지 모른다. 물론 완벽한 해답을 줄 수는 없다. 그러나 적합한 자료다”라고 말했다.

등록된 남성들은 18~70세 남성들로 44만 건의 시술이 이루어졌다. 나팔관이 막힌 파트너를 둔 남성 2만6000명 이상의 데이터를 선별했다. 불임이 확실한 파트너를 가진 남성을 선발함으로써 정자의 질 연구에서 편견을 피할 수 있었다. 생식력이 좋은 기증자들만 고른다는 편견에서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 출산율은 아주 높아
그러나 흥미로운 사실도 있다. 모든 국가에서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는 반면 유독 프랑스는 출산율이 높다. 경제위기 속에도 프랑스는 4년 연속 여성 1명당 2자녀 이상이라는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아주 드문 일이다. 출산율만 따지자면 유럽연합(EU) 회원국들 가운데 아일랜드 다음으로 2위다.

2012년 현재 OECD 국가 중 출산율이 제일 꼴찌가 우리나라다. 전 세계 227개국 중 222위다. 결혼을 한 사람이 교육이나 육아걱정 때문에 경제적으로 힘들어 아이를 적게 낳는 이유도 있지만 결혼을 안 하는 이유가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더 큰 문제는 출산율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결혼가능 인구가 10년 전에 비해 거의 반 토막으로 줄었고, 거기서 더 줄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1.23%이다. 여성 한 명당 아이를 한 명만 가진다는 이야기다. 한 가족당 아기가 한 명뿐이라는 이야기다.

미래학자이자 UN미래포럼 회장을 지낸 제롬 글렌(Jerome Glenn)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사라지는 나라는 한국”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밀레니엄 프로젝트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300년 후인 2310년경 대한민국은 사라질 것”이라는 섬뜩한 예측을 했다.

부부의 생식력은 정자의 질과 여성의 생식조건 같은 생물학적 요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의 행동양식과 사회경제적 요인 같은 다른 요소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프랑스는 자녀를 갖도록 하는 출산장려정책이 많다.

프랑스 남성들의 생식력은 떨어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프랑스 남성들의 침실 명성은 유명하다. 정자의 질이 아니라 사랑과 애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과 애정 속에서 가정이 피어난다는 생각이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01.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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