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9일 수요일

물 대하는 태도 따라 미래 바뀐다

물 대하는 태도 따라 미래 바뀐다

2013년 ‘세계 물 협력의 해’ (2)

 
2013년은 국제연합(UN)이 지정한 ‘세계 물 협력의 해(International Year of Water Cooperation)’다. 1992년부터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로 지정한 UN이 수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2003년 ‘세계 담수의 해’에 이어 올해도 물을 선택했다.

ⓒIUPAC
UN은 각국의 지속가능한 수자원 이용을 돕기 위해 3년마다 ‘세계 물 포럼(WWF)’을 개최하고 매번 ‘세계 물 개발 보고서(WWDR)’를 발간한다. 지난해 3월에는 네 번째 보고서를 펴냈다. 이어 6월에는 브라질에서 열린 ‘리우 +20 지구환경 정상회담’의 부대행사로 유네스코 미래포럼을 진행했다.

포럼은 ‘2050년 이후 세계 물의 미래(Global Water Futures 2050+)’라는 주제 아래 4차 보고서에 대해 논의했다. 또한 동시에 진행된 ‘세계 물 시나리오(WWS)’ 프로젝트도 소개했다. 현재 시점의 상황과 노력을 기준으로 향후 20~30년 후 어떠한 결과가 초래될지 보여주는 5개의 인과적인 미래 모델을 만드는 작업이다.

전문가 포커스 그룹 구성해 5개 미래 시나리오 도출

우선 수자원 관련 이해당사자, 정책결정자, 데이터 전문가, 시나리오 전문가, 모델공학자 등을 모아 시나리오 포커스 그룹(SFG)을 만들었다. 이들은 ‘현재 상황의 묘사’ → ‘주요 구동력의 구분’ → ‘플롯 구성’ → ‘미래 이미지 구축’ → ‘임계치수에 따라 시나리오 선택’ 순에 따라 4년 동안 분석과 논의를 거쳐 미래 시나리오를 도출했다.

선택된 미래 시나리오는 크게 5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지금의 상황이 큰 변화 없이 지속된다는 ‘기존의 세상(Conventional World)’이다. 둘째는 스트레스가 심해져 집단 간의 협력이 사라지는 ‘충돌하는 세상(Conflict-World)’이다.

셋째는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해결책을 찾는 ‘기술 위주의 세상(Techno-World)’이다. 넷째는 각국이 위험성을 자각하고 협력하는 ‘국제적 인식(Global Consciousness)’이다. 다섯째는 지금 상황이 계속 진행되다가 결국 비극으로 치닫는 ‘틀어진 기존의 세상(Conventional World Gone Sour)’이다.

시나리오 도출을 위해 사용된 주요 구동력으로는 △수자원과 생태계 △기후변화 △단체와 기구 △과학기술 △경제 △안보 △농업 △관련 인프라 △인구통계 △사회, 문화, 민족 △정치 등 총 11개가 있다. 이어 각 요소가 서로 중복 교차되는 표를 만들고 중요도에 따라 0점에서 3점 사이의 점수를 매겼다. 점수가 높을수록 두 분야가 높은 연관성을 가진다는 의미다.
ⓒUN

이를 바탕으로 잠재적인 미래 시나리오를 구성하되 세계경제, 인구, 기술, 기후변화, 생태계 건강, 국제협력, 추구 가치, 물 관련 스트레스, 웰빙 등 9개의 요소를 기준으로 점수표를 재구성했다.

예를 들어 ‘물 관련 스트레스가 높은가 낮은가’, ‘인구 증가율이 가파른가 완만한가’, ‘국가 간에 협력이 우세한가 충돌이 우세한가’, ‘경제성장이 지속될 것인가’,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가 느린가’ 등이다. 방사형 그래프에서 이들 요소의 점수가 높을수록 임계치수에 다다랐다는 의미다.

긍정적인 미래 선택해 물 관련 스트레스 줄이자
이들 5개의 미래 시나리오 중 물 관련 스트레스 항목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의 세상’에서는 수자원 남용으로 인해 대부분의 건조대에서 지하수가 고갈된다. 이로 인해 사막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지구온난화로 인해 물의 증발은 더욱 빨라진다.

이상 기온과 변덕스런 날씨가 발생하는 빈도가 점점 심해진다. 특히 건조대에 위치한 개도국들의 큰 피해를 입는다. 수자원의 취약성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회, 경제, 생태계도 피해를 입기 시작한다.

둘째 ‘충돌하는 세상’ 시나리오에서는 안보를 위한 군사적 행동으로 인해 댐, 송수관 등 물 관련 인프라 유지가 어려워져 단계적으로 파괴된다. 관개용수가 필요한 농지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인해 물 부족의 고통이 증가한다.

지구온난화로 기후대가 이동하면서 극심한 기상 현상이 빈번해진다. 관련 시설이 노후하면서 물 관련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강수량이 증가해 가뭄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UN

셋째 ‘기술 위주의 세상’ 시나리오에서는 수자원이 미래 경제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물 사용량이 최고치를 갱신한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수자원을 발굴해도 지속가능성의 한계를 넘어서 지표수를 사용한다.

물 관련 스트레스가 지속가능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수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최고 우선순위에 놓게 된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거대 담수화 설비, 극지방의 빙하 운송 등 비싼 값을 치루어야 물 부족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다섯째 ‘틀어진 기존의 세상’ 시나리오에서는 강수량과 증발 등 물 순환과 관련된 기상 현상이 극적으로 변화하면서 지표수 활용에 관한 중장기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다.

건조대에서는 물 부족 현상이 극에 달하는 동시에 건조대 인근 국가들도 홍수와 가뭄이 번갈아 나타나는 등 날씨가 불규칙해지면서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이로 인해 식량 생산과 거주 형태에도 변화가 생기고 물이 생존 조건 의 최상위로 올라선다.

위의 5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인류는 어떠한 미래를 선택하게 될까. 문제점을 인식하고 국제협력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다면 긍정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을 외면하고 대립만 반복한다면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UN이 2013년을 ‘세계 물 협력의 해’로 지정한 이유다.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01.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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