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테리는 미스터리인가?
연구부족으로 질병으로 인정받지 못해
히스테리(hysteria)는 무엇일까? 히스테리는 병일까? 아니면 그저 한 때의 불편한 기분일까? 정신적 장애는 아닐까? 만약 정신적 장애라면 왜 그것을 시원하게 밝히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면 히스테리는 미스터리인가?
히스테리의 역사는 깊다. 기원전 460년의 시대에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히스테리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히스테리는 엄마의 자궁의 기능이 잘못되어 생기는 병이라고 주장했다. 기원전에도 히스테리는 말썽이었다는 이야기다.
히스테리의 역사는 깊다. 기원전 460년의 시대에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히스테리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히스테리는 엄마의 자궁의 기능이 잘못되어 생기는 병이라고 주장했다. 기원전에도 히스테리는 말썽이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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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히스테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위키피디아 |
19세기는 히스테리의 시대
정신분석학자들은 19세기를 히스테리의 시대라고 부른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였다. 마치 우리나라의 조선시대처럼 성은 완전히 금기가 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히포크라테스의 주장처럼 히스테리는 여자에게만 있는(female hysteria) 정신적 질환이라고 생각했다. 노처녀의 히스테리라는 말이 여기서 출발했다.
그러나 히스테리는 여전히 신비에 싸여 있다. 19세기말에 자네(Janet)와 샤르코(Charcot)는 히스테리 연구에 관심을 기울였다. 샤르코의 영향을 받은 프로이트는 브로이어(Breuer)와 함께 히스테리에 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프로이트를 그토록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바로 히스테리에 대한 연구 때문이다.
이러한 의사와 심리분석가들에 의해 히스테리가 무엇인지 알려지기 시작했다. 히스테리는 정신신경증의 일종이다. 이 병으로 진단받는 환자가 많다. 갑작스러운 발작과 부분적인 마비증세, 그리고 일시적인 시각장애가 동반되는데 원인은 불명이었다.
프로이트와 융의 충돌은 바로 히스테리 때문
프로이트는 자신의 연구에서 히스테리가 무의식적 환상, 갈등, 억압, 동일시 등에서 비롯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히스테리 증후를 성에 대한 기억과 환상이 억압되어 신체적 증후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이트는 모든 정신적, 심리적인 문제는 성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히스테리 환자의 뇌에서 어떤 장애나 화학적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신경계통의 병인지, 심리적인 병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아무런 원인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히스테리의 역사는 왜 그렇게 긴 것인가?
히스테리의 원인은 지금도 미스터리다. 지금은 히스테리를 전환장애(conversion disorder)로 규정한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 가운데 5%가 이 진단을 받는다. 다발성 경화증이나 정신분열증보다 더 많다. 그러나 병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 그리고 오진도 많다.
히스테리, 의학적으로 아무런 이상 없어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프로이트는 세상 모든 문제의 근원은 성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칼 융은 성적 접근만으로 모든 문제의 해결은 불가하다며 무의식 세계를 주장했다. 프로이트 학파와 융 학파는 서로의 학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정신분석학의 아버지인 프로이트와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융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도 끝내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융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창조성을 결여한 범성욕주의라고 생각했다. 프로이트는 융을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허구주의, 신비주의라고 비판했다.
최근에 나온 ‘데인저러스 메소드(Dangerous Method)라는 영화가 있다. 1900년대 초 칼 융(정신분석학자)의 환자로 나오는 슈필라인(키이라 나이틀리 역)은 비명을 지르고 온몸을 떠는 히스테리 증상을 보인다. 그러나 실제 증상은 근육경련과 사지 뒤틀림을 포함해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 그러나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가 없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버지니아주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인 수전 토머스(가명)의 경우도 그렇다. 2004년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있다가 갑자기 한쪽 눈에 이상을 느꼈다. “왼쪽 눈이 코 쪽으로 잡아당기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토머스의 얼굴을 본 친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왼쪽 눈동자가 완전히 안쪽으로 말려들어가 있었다.
그들은 응급실로 달려갔다. 그 후 몇 년 동안 토머스는 원인 모를 이상한 증세에 시달렸다. 의학적으로 불수의적 경련(involuntary spasm)이 그 중 하나였다. 어떤 때는 얼굴 왼쪽 부분만 치켜 올라가 소위 조커(Joker)처럼 냉소 띤 표정이 되기도 했다.
의사들은 온갖 검사를 다 했지만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구체적인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흥미로운 것은 의사들이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자 토머스는 “내 병이 가짜가 아닌가?”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의사들의 태도가 아주 달라졌다.
이런 자기회의(自己懷疑)는 히스테리 환자들에게 흔히 나타난다. 토머스는 다행히 국립보건원(NIH)이 진행하는 임상시험에 참가할 수 있었다. 2주 동안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 생체자기제어) 치료를 받고 증상이 호전되었다.
심호흡과 명상을 중심으로 한 치료법이다. 이 치료법은 의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연구는 터무니 없을 정도로 부족해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이 별로 없다. 다시 말해서 히스테리에 대한 연구비 지원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원인을 밝혀내려는 노력은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자신이 만들어 낸 ‘가짜’인가?
히스테리는 20세기,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의학전문가들도 이 병을 정신의학과 신경학 중 어느 분야로 포함시켜야 될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60년대, 70년대만 하드라도 많이 사용되던 히스테리라는 말은 거의 사라졌다. NIH에서 근무하는 신경과학자 마크 핼릿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1940년부터 거의 50년 동안 정신의학과 신경학 관련 서적에서 히스테리에 대한 언급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아마 히스테리라는 단어조차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만은 않다. 새로운 두뇌검사 기술 덕분에 신경학자들 사이에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밸러리 분 교수는 뇌의 감정을 유발하는 영역과 운동활동성(motor activity)을 조절하는 영역 사이에 알려진 것보다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스트레스가 전환장애인 히스테리를 유발할 가능성이 많다는 이론이다.
에든버러 대학의 신경학 교수 존 스톤은 화가 많이 났다. 히스테리 환자들을 다루는 신경과 전문의들이 형편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히스테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이 증상은 뚜렷한 신체적 원인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체적 이상이 전혀 없으니 꾸며낸 게 분명하다”라는 식이다.
스톤 박사의 환자 가운데는 전직 간호사가 있다. 그녀는 근육이 수축되는 증상으로 고통을 받아왔다. 그녀의 왼쪽 다리는 정상적인 위치와는 정반대로 수축을 일으킨다. 발끝이 엉덩이 쪽으로 말려 올라가 25년 동안이나 침대에 누워 있었다.
스톤은 히스테리를 일으키는 원인을 한가지로 설명할 수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이 병은 갈등이나 학대, 충격적인 경험이라는 한가지 원인에서 찾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매우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이 병에 걸린다.
그는 19세기처럼 히스테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있길 바란다. 그게 성적 욕구에 대한 결핍이든, 아니면 어떠한 원인이든 간에… 만약 그러한 관심이 사라진다면 히스테리는 계속 미스터리로 남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히포크라테스도 주시했던 그렇게 오래된 병이 말이다.
저작권자 2013.01.03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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