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일 목요일

불투명해도 안을 다 볼 수 있어

불투명해도 안을 다 볼 수 있어

새로운 비파괴 의료 이미징 기술

 
현대 의학은 인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이미징 기술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엑스레이나 자기공명 영상장치는 이런 목적을 위해 개발된 대표적인 이미징 기술들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대부분의 인체 조직이 가시광선을 포함한 전자기 스펙트럼에 대해 불투명하기 때문에 아직도 영상기술로 파악할 수 있는 인체 내부는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입사광의 산란과 집광 과정 ⓒMESA+

이런 상황에서 물리과학 전문매체인 피직스월드(physicsworld)는 온라인판을 통해, 최근 네덜란드의 연구진이 형광빛을 띄는 물체를 수 밀리미터 두께의 불투명한 소재를 통해 볼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징 기술을 개발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고 있다.

레이저를 활용한 새로운 의료 이미징 기술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트벤테 대학 메사(MESA+)연구소의 알라드 모스크(Allard Mosk) 박사에 의해 개발된 이 새로운 이미징 시스템은 표면이 고르지 못한 물체에 레이저 빛을 발사할 때마다 발생하는 반점 패턴(speckle pattern)을 이용한 것이다.
▲ 레이저 빛을 발사할 때마다 발생하는 반점 패턴(speckle pattern) ⓒMESA+
무작위로 분포한 분자나 매질 내부의 구조로부터 산란된 빛이 간섭을 일으키면, 반점 패턴은 비록 제멋대로인 것 같지만 사실은 입사광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포함한다. 특히, 매질에 닿는 빛의 각도를 약간만 비틀어주면, 반점 패턴은 형태는 거의 그대로인 상태에서 각도만 약간 이동하는데, 이것을 메모리 효과라고 부른다.

피직스월드가 2012년 10대 물리학 뉴스 중 하나로 꼽은 이번 기술에 대해, 과학자들은 분광학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외에도, 향후 피부 아래 숨어있는 질병을 진단하는 새로운 비파괴 의료 영상 기술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초 불투명 소재 연구 프랑스에서 시작돼

하지만, 불투명한 물체를 통해 간단한 영상을 재구성하는 연구가 이번에 최초로 시도된 것은 아니다. 이미 몇 년 전에 프랑스의 과학자들이 두꺼운 페인트가 덮인 유리를 통과시켜 영상을 투사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10년, 당시 프랑스 파리의 공업 물리·화학 대학(ESPCI)의 연구원이었던 실바인 기갱(Sylvain Gigan)과 동료 연구원들은 두꺼운 페인트가 칠해진 불투명한 물체를 통과해서 간단한 영상을 전송하고 이를 재구성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 ESPCI는 두꺼운 페인트가 칠해진 불투명한 물체를 통해 영상을 재구성하는데 성공했다. ⓒESPCI
프랑스의 성공 사례가 발표되기 전 상황을 살펴보면, 당시 과학자들은 불투명한 소재를 통과한 빛은 물질의 원자 격자 내부에서 여기저기로 튀어 너무 많이 산란되기 때문에, 물체 반대쪽에 있는 것을 보는 데 불투명한 물질을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불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지난 2007년에 실시한 달걀껍질과 인간의 치아를 통과하여 빛의 초점을 맞추는 실험에 성공한 뒤, 과학자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 이후 프랑스에서 두꺼운 페인트가 덮인 유리를 통과하여 영상을 투사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당시 프랑스 연구진은 ‘빛의 산란은 복잡하지만 예측도 가능하다’라는 명제를 가지고, “빛의 산란 과정에 역분석 공학(reverse engineering)을 적용함으로써 불투명한 페인트 층을 통과한 빛으로부터 영상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이미징 기술개발을 주도한 모스크 박사도 당시 프랑스의 성공 사례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하면서 “기술적으로 이 연구는 길고 흥미로운 여정의 출발점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비록 지금은 256화소의 영상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결과를 통해 자신감이 오른 전 세계의 다른 연구팀들이 불투명한 물체를 통해서 더 크고 복잡한 영상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기술 수준은 형광상태에서만 가능

네덜란드 연구진은 먼저 폭 50마이크론 크기의 그리스 문자 파이(π)처럼 생긴 형광물체로 실험을 했는데, 이 크기를 선택한 이유는 의료 이미징 기술을 염두에 두고 사람의 세포 크기 정도에 맞춰 선택된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그리고 약 6mm 두께의 뿌연 유리를 디퓨저(diffuser, 산광기)로 삼았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생물학적 시스템에도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두 개의 분산스크린 사이에 은방울 꽃 시료를 설치했다.
▲ 그리스 문자 파이(π)처럼 생긴 형광물체 ⓒMESA+
이어서 연구팀은 물체로부터 반사되는 빛만 조사한 것이 아니라 스크린으로 가려진 뒤편의 형광 물체로부터 방사되는 빛도 조사했는데, 그렇게 되면 이 형광물체의 녹색 다이오드 레이저 빛은 형광 물체를 가린 불투명한 스크린위로 발사하게 된다.

이 레이저 빛은 스크린의 다른 면에 작은 반점으로 나타나며, 이것은 물체 상에 작은 반점 패턴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 패턴의 밝은 부분은 어두운 영역보다 더 형광빛을 발생시키게 된다. 형광빛의 전체 세기는 물체의 이미지 영역 전체에 걸쳐 작은 반점 패턴의 합에 비례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연구진은 은방울 꽃 샘플로부터 자연적인 형광세포의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 모스크 박사는 “이 기술이 빛이 덜 분산되는 두꺼운 스크린 대신에 비교적 얇은 스크린을 사용했을 때 가장 잘 작동한다”고 언급했다.

이어서 모스크 박사는 이 기술의 단점에 대해 “연구하는 물체가 레이저에 의해 조사되어 빛을 방출될 때에만 작동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하고, “일부 생물학적 재료은 자연적으로 형광체인 반면에 다른 것들은 형광 분자들을 부착해야 하고 만약에 이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이 기술은 비선형 변환이나 광음향과 같은 다른 광방출 프로세스를 사용하여 작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과거 모스크 박사에 감명을 주는 연구사례를 발표한 바 있는 ESPCI의 실바인 기갱 연구원은 예전과는 반대로 이번 모스크 박사의 연구성과에 대해 격려하면서 “이번 연구가 비록 생물학적 영상에 적용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혁신적인 연구 성과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영상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3.01.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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