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일 목요일

해상통신의 새 장을 열다

해상통신의 새 장을 열다

[인터뷰] ETRI 김대호 초고속모뎀연구팀장

 
이제 해상에서도 위성 없이 웹서핑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초고속모뎀연구팀이 연안 항해중 선박에서 디지털 통신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비싼 위성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해상에서 위치정보와 메시지전송, 인터넷 검색 등 다양한 데이터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초단파 주파수인 VHF대역을 통해 디지털 데이터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로 연안에서 항해중인 선박 간, 혹은 선박과 육지 사이에 저렴한 비용으로 통신이 가능하며 선박의 위치와 이동경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e-내비게이션 시대를 열다

그 동안 해양에서 선박 간 통신은 위성을 통한 무전기 등 1세대 통신이 주된 방법이었다. 육지에서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본격적인 LTE 시대가 열리면서 통신기술의 빠른 발전이 가동되고 있지만, 해상통신은 여전히 과거 아날로그 통신환경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육지에서만큼 기동성을 갖추지 못했다.
▲ 김대호 ETRI 초고속모뎀연구팀장 ⓒ사이언스타임즈

현재 해양 통신 환경은 해안에서 수 킬로미터만 벗어나더라도 LTE와 와이파이(Wi-Fi)같은 육상 이동통신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개발된 디지털 VHF 통신시스템을 이용하면 해안으로부터 120km 이내에서 항해하는 모든 선박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노트북 등 다양한 데이터통신 장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개발된 기술은 해양통신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성을 통하지 않고 기지국의 주파수를 이용해 저렴한 가격에 자유자재로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해양관계자들은 “신세계가 열렸다”는 농담을 할 정도다.

기술개발과 관련 김대호 초고속모뎀연구팀장은 “지금까지 육지에서 10km 정도만 벗어나면 해상에서는 위성을 제외하고는 육지와 디지털 통신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e-내비게이션은 해상에서의 안전과 보안, 더불어 해양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선박과 육상에서 해상정보를 원활히 수집하고 교환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2007년 ‘WRC-07 회의에서 해상 디지털 이동통신을 위한 주파수 할당계획’ 발표 후, 2012년 WRC-12회의에서 주파수 할당을 모두 완료했다. 또 국제해사기구(IMO)에서 해상통신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김대호 박사는 “‘e-내비게이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선박 내 통신도 필요하고 육지에서도 해당 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러한 통신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 국제기구(ITU-R)에서 ‘m.1842-1’ 이라는 표준을 만들어, 그 표준에 기반, 최초로 해당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개발된 기술은 현재 사용중인 해상 VHF 대역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 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보다 약 30배 이상 향상된 데이터 전송속도를 제공하고 있다. 비록 육지에서보다는 인터넷 속도가 느릴지라도 바다 위에서 이와 같은 속도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해양통신의 신세계라고 할 수 있다.


해상통신, 선점이 중요
▲ 해상 VHF대역 디지털 무선통신시스템 시연에서 ETRI 관계자가 지도상에서 선박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ETRI

개발된 기술을 이용하면 육지에서 120km 떨어진 영역까지 디지털 통신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왜 하필 120km인가 싶을 수 있는데, 이는 대부분의 선박 항로가 120km를 벗어나지 않으며 선박의 입출항 관리 시스템도 120km부터 관리하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보다 더 먼 거리까지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까. 안테나를 높이 세우면 가능하다. 하지만 연구팀은 현실적인 제반 조건을 따져봤을 때 120km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대호 박사는 “VHF대역 전파는 중간에 장애물이 있으면 통신이 불가능하다. 만약 200km까지 통신거리를 늘리고자 한다면 안테나 높이가 2000m는 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바다 중간에 2,000m의 산이 거의 없기 때문에 통신거리를 최대 120km로 목표를 잡았다”고 전했다.

이번 기술은 미래 해양기술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로 꼽히며 현재로서는 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즉, 경쟁국가가 없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김대호 박사는 “타 국가는 아직 개발을 안 한 상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통신으로의 변화는 국제기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므로 앞으로 모든 국가가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 올 초 VHF대역의 해상 디지털 통신용 주파수가 할당이 되면서 이제 각국에서 해당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국내에서 먼저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1.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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