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3일 화요일

신물질로 만든 10억분의 1㎚ 측정 기준

신물질로 만든 10억분의 1㎚ 측정 기준

[인터뷰] 한국표준학연구원 김창수 박사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반도체 두께를 측정할 수 있는 인증표준물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김창수 박사팀이 약 3년에 걸친 연구기간을 거쳐 국내 최초로 반도체 두께측정 물질을 개발한 것.

표준연 연구실에서 만난 김창수 박사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박막 두께 제어는 반도체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인 만큼 이번 연구가 향후 반도체 소자의 생산 수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도체 두께도 측정이 필요하나요

무엇보다 반도체 두께측정 ‘인증표준물질’ 이라는 용어는 대중들에게 친숙하지 않다. 인증표준물질이란 이름 그대로 반도체 두께를 측정하는 데 있어 공식적으로 인증 받은 표준물질을 의미한다.
▲ 김창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 ⓒ황정은

김창수 박사는 “인증표준물질을 이야기할 때 먼저 설명할 것이 ‘표준물질’이다. 표준물질이란 길이와 질량, 농도 등의 양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물질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물질의 길이를 측정하는 정확도가 보장된 기준자가 바로 표준물질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증표준물질이란 표준과학연구원처럼 공인된 표준기관에서 공인된 측정방법으로 길이 등의 값을 정확히 인증한 표준물질을 말한다. 따라서 인증표준물질에는 그 측정 결과를 보증하는 인증서가 포함돼 있다. 이러한 인증표준물질은 산업체나 일상생활 곳곳에서 주로 측정기기를 교정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이번에 우리 연구원이 개발한 박막두께 인증표준물질은 반도체 공정에서 박막의 두께를 결정할 때 쓰는 일종의 미세한 자와 같다고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반도체 두께표준을 측정하는 일이 왜 중요한 걸까. 무엇보다 반도체도 두께를 측정한다는 사실에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들은 의아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창수 박사는 반도체의 두께 표준을 측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앞서도 말했듯 두께 인증표준물질은 박막두께 측정의 기준이 된다. 이러한 기준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박막 두께의 신뢰성을 제공한다. 매우 정확하게 박막 두께를 관리해야 하는 반도체 공정에서 측정 장비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가령 부정확한 측정 장비가 사용되는 공정라인에서 생산되는 소자는 성능의 신뢰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그렇게 생산된 소자를 불량으로 폐기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게 된다.

“박막두께 표준 확립은 반도체 공정에서 신뢰성을 보장하고 공정 표준을 확립하는 필수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국내 반도체 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 공정, ‘하이-K’에 눈 돌리다

김창수 박사 연구팀이 제작한 물질은 ‘하이-K’ 물질인 하프늄 산화막(HfO2)을 이용한 것이다. 하이-K는 기존의 실리콘 산화막(SiO2)을 대체하는 물질로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반도체 내의 배선과 배선 간 간섭을 차단하고 트랜지스터의 기본 구성단위인 게이트를 절연하는 특성이 높은 물질이다. K값이 높을수록 배선간 전류 누설 차단능력이 뛰어나고 게이트 절연 특성이 좋아 미세 회로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으므로 각국 반도체 기업들이 이 물질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김창수 박사는 하이-K가 매우 중요한 물질이라고 전했다.
▲ 김창수 박사 연구팀이 실험을 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반도체 소자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절연체라는 물질이 있는데,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인 절연체는 반도체를 구동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기존에는 이러한 절연체로 실리콘 산화물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반도체 공정이 점점 미세화 되면서 절연막의 두께도 얇아질 수밖에 없고, 실리콘 산화물은 절연체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예를 들어 누설전류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께가 얇아져도 절연체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전상수 K 값이 높은 물질인 하이-K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김 연구원은 앞으로의 반도체 공정에서는 이러한 하이-K 신물질을 활용한 초미세 공정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며, 이것이 연구팀이 하이-K 물질의 두께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한 기준이 되는 두께 인증표준물질을 개발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개발된 인증물질을 통해서는 10나노미터 이하의 두께까지 측정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 공정에서는 수십나노미터 이상의 두께 인증표준물질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서 적용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번 우리 팀이 개발한 두께 인증표준물질은 5나노미터 두께에 대해 그 값을 보증하기 때문에 초미세 공정에 두께 기준을 제공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5나노미터 수준의 아주 얇은 박막이 있다고 한다면, 이 박막의 두께를 측정한 값이 얼마나 신뢰성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교정을 하지 않아 신뢰성이 없는 측정장비라면 4, 5 또는 6나노미터 등 제각각 측정값이 다를 수 있다. 또한 이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장비의 측정 신뢰도 확보를 위해 두께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게 되고, 두께 인증표준물질로 측정 결과를 5나노미터 라고 보장할 수 있게 된다. 반도체 공정라인에서 두께 인증표준물질을 이용해 두께 측정장비를 교정하게 되면 그 장비는 측정결과에 대해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로 인해 김 박사는 하이-K 기반의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서의 두께 측정에 충분한 신뢰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앞으로를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이에 따른 반도체 소자의 수율 향상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전세계적 초미세 반도체 기술 확보 경쟁에도 우리나라가 좀 더 앞서 나가고 나아가서는 반도체 강국을 유지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해당 인증표준물질은 연구소와 학교 등 연구기관에 제공될 예정이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2.10.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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