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6일 화요일

발 빠르게 진화하는 인간형 로봇

발 빠르게 진화하는 인간형 로봇

시속 45km 달리는 치타로봇 개발중

 
시속 45km로 달리는 로봇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소방차를 직접 운전하여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는 화염에 휩싸인 원전 안으로 들어가 활약하는 로봇을 생각해 보자. 공상과학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그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 미국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개발진행 중인 치타 로봇. 이 네 발이 달린 이 로봇은 시속 45km를 주행할 수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프가니스탄과 후쿠시마에서 성능 입증 돼
로봇은 지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폭탄을 해체하는 데 직접 참가해 혁혁한 공을 세웠다. 또한 작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는 방사능을 감지하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 로봇들은 기계 팔이 달린 소형 원격 조종 탱크들이다.

그러나 이 인간형 로봇들은 좁은 계단 통로에서는 아무데도 못하거나 사다리 앞에서는 완전히 속수무책이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국방부 산하 일종의 공상과학 연구기관이다. DARPA가 구상하고 있는 장애물 코스에 도전하는 로봇들은 사다리를 기어올라가야 할뿐만 아니라 차량을 운전하고 새는 파이프를 수선할 줄 알아야 한다. 그야말로 인간형 로봇이다.

DARPA는 지난 8월 주변 환경에 맞춰 색을 변화시키는 카멜레온 로봇을 개발해 세간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일종의 정찰용 로봇을 개발한 것이다. 상대방의 감시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색이 변하고 좁은 곳에 숨어들 수 있도록 재질도 실리콘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움직임이 재빠르지는 않아서 연구팀이 이를 개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났을 당시 현장에 소방차가 있었지만 방사능 수치가 너무 높아 사람이 접근하지 못했다. 미래는 인간형 로봇이 소방차를 직접 운전해서 원전 안으로 들어가 수리 작업을 할 수 있기를 DARPA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미래가 금방 올 것 같지는 않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마크 레이버트 사장은 “예를 들어 쪼그려 앉기 같은 간단한 동작도 금속부품과 경직된 피부를 가진 로봇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로봇 전문업체인 다이나믹스가 개발한 머리 없는 인간형 로봇은 계단을 오를 수 있지만 태엽인형처럼 우스꽝스럽게 기우뚱거린다. 이런 정도라면 DARPA의 욕구를 채울 수 없다. 이 기관은 인간이 하는 일을 대신하는 로봇을 원하고 있다.

해군 연구소는 소방형 로봇 개발 진행
그러나 최근 들어 많은 발전이 있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해군연구소(The Office of Naval Research)는 버지니아 공대와 손을 잡고 소방용 휴머노이드 SAFFiR (Shipboard Autonomous Firefighting Robot)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인간형 로봇을 바탕으로 개발되는 SAFFiR은 이름 그대로 선내 화재 발생시 승무원과 함께, 혹은 승무원의 손을 빌리지 않고 화재와 응급처치를 진행하기 위한 로봇이다. 통상적인 지상용 소화로봇은 바퀴나 궤도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통로 폭이 좁고 사다리나 높은 계단이 많은 함 내에서는 이런 방식을 도저히 쓸 수가 없다. 그리고 좁은 공간에서 승무원과 협력하기 위해서도 수평 점유면적이 좁은 인간형의 가치는 매우 크다. 그리고 사람에 비해 내열성이 좋고 호흡에 구애를 받지 않아 완전히 불길에 휩싸인 선실 같은 곳에도 최소한의 작업을 할 수 있다.

해군연구소는 이 로봇을 단순히 원격조종이 아니라 급박한 상황이나 승무원 진입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자율 행동을 실시하도록 강력한 인공지능을 부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승무원이 버튼을 누르거나 구체적인 명령어가 없이 "저기!" 하고 손으로 가리키면 SAFFiR은 성량과 성조, 손가락의 상대위치를 파악해 해당지역의 정보를 분석하고 거기에 맞춰 행동하는 식이다.

보스턴 다이나믹스 치타 로봇 개발 진행
이보다 더 놀라운 로봇도 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지난 9월 자신들의 최신 프로젝트 두 가지를 선보였다. 시속 45km로 달리는 네발 달린 치타 로봇, 그리고 머리가 없는 ‘짐 나르는 노새(pack mule)’ 로봇이 그것이다.

알프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이라는 작품을 보면 나폴레옹을 백마를 탄 역동적이고 영웅적인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작품은 당시 궁정화가들의 예술적 사명 때문에 왜곡되어 그려진 것이라고 한다. 나폴레옹은 당시 수려한 백마를 타지 않았으며, 눈 덮인 알프스를 넘기 위해 노새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로봇이다.

DARPA와 해병대의 지원으로 개발되는 이 로봇은 험준한 지형에서 군인들의 장비운반을 돕게 된다. 다이나믹스의 CEO 레이버트의 말이다. “지구에 있는 육지의 절반은 바퀴 달린 차량으로 이동하기에는 너무 거칠고 모래밭이거나 바위투성이다. 우리는 그런 곳에서 이동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려고 한다. 그 성공적인 모델은 인간과 동물 뿐이다.”

그러나 이 회사가 개발하려는 걷는 로봇 가운데 전투용은 없다. 이 로봇들은 화재를 진압하고, 각종 산업재해를 수습한다. 그리고 짐이 많은 해병대원들의 짐을 날라준다. 모두 국방부의 자금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무인비행기의 사례가 말해주듯이 전투지원과 전투참가는 다를 바가 없다.

한편 로봇을 전투에 이용하려고 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과 관련, 버지니아 공대에 로봇 연구소를 설립한 데니스 홍 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나에게 있어 로봇은 사회를 돕는 도구다. 로봇을 무기로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기술이 우리연구소를 벗어난 뒤에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용하든지 관여할 바가 아니다.

뉴스위크는 인간형 로봇을 전투에 사용하려는 계획에 대해 “그런 점에서 본다면 치타 로봇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간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는 DARPA의 자랑스러운 주장이 그렇게 반갑게만 들리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로봇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간의 지능•행동•감각•상호작용 등을 모방해 인간을 대신하거나 인간과 협력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10.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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