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30일 화요일

인문학이 살아야 과학이 산다

인문학이 살아야 과학이 산다

교과부와 한국연구재단, ‘2012 인문주간’ 개최

 
과학과 인문학의 차이점을 들라면 과학은 사실(fact)에 기초를 두고 있는 반면, 인문학은 그 사실을 깨는 데 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는 인간의 사고의 틀을 해방시켜, 사고의 지평을 무한대로 뻗치도록 하는 것이 인문학이다.
▲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인문학의 대중화를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29일부터 7일간 '인문주간'을 선포하고 다양한 행사들과 함께 전국적인 인문학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 사진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뜨락에서 열린 개막식 광경. ⓒScience Times

위대한 철학에서 위대한 과학이 탄생한다.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을 굳이 언급할 필요 없이 인문학은 과학의 근간을 이룬다. 그러나 이러한 인문학이 메말라가고 있다는 우려가 널리 퍼져 있다. 인문학이 살아야 과학이 산다.

“인문학 축제의 장이 될 것”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와 한국연구재단은 29일부터 11월 4일까지 7일간을 ‘인문주간’으로 선포하고, 제2회 세계인문학 포럼, 인문사회 성과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를 통해 전국적인 인문학의 축제의 장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치유의 인문학(Healing & Humanities)’을 주제로 인간의 고통과 갈등을 치유하는 인문학의 역할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세계 20여 개국 학자들이 참여하는 세계인문학포럼을 비롯하여 전국 32개 기관이 주관하는 다양한 인문학 관련 행사 및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각종 이벤트를 준비해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게 채워질 예정이다.

‘열림과 소통’이라는 기본정신 아래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하는 인문주간(Humanities Week) 행사는 교과부와 한국연구재단이 펼치고 있는 인문학 대중화 사업 가운데 하나로,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인문학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왔다.

한편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뜨락에서 개최된 ‘2012 인문주간' 개막식에서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개회사를 통해 “인문학은 삶의 본질과 의미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설명하면서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삶의 이정표를 보여주고, 가끔 쉬어갈 수 있는 미덕을 알게 해 준다”고 말했다.
▲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인문주간' 개막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Science Times
이 장관은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스티븐 잡스 등 수많은 기업의 CEO와 임원들이 균형 잡힌 인문학적 사고의 필요성을 재조명하며 인문학의 열풍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따라, 정부는 인문학적 가치를 통해 국민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고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인문학 진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특히, 2006년부터 시작된 ‘인문주간’ 행사를 통해 전시, 답사, 문화공연 등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우리 사회가 인문학 정신을 함양하고 국민들이 인문학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며 "올해는 ‘치유의 인문학’을 테마로 우리가 경험하는 상처를 조망하면서 인문학적 치유의 길을 모색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열림과 소통을 통한 ‘치유의 인문학’
이승종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열림과 소통이라는 기본 정신 아래 진행될 올해 인문주간의 주제는 치유의 인문학”이라고 새삼 강조하면서 “살아가면서 겪는 많은 아픔들을 치유하는 데 있어, 사람을 탐구하는 인문학으로써 그 방향을 제시하고자 다양한 인문체험 활동들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문화계 유명 인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일상생활 속 ‘인문학적 치유’의 가치를 깨닫고, 개인의 상처를 모두와 함께 공유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보듬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하면서 “사람을 품는 다채로운 인문학 행사들을 통해 사람을 향하고 대중을 품는 인문학의 온기(溫氣)가 온 나라에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 이어 인문사회 기초 학문 육성 성과로 선정된 연구과제에 대한 인증식이 거행됐다. 이번에 선정된 연구 결과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인문사회분야의 학술 진흥을 대표하는 총 150편의 성과들로 29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세종로 공원, 11월 1일부터 3일까지 부산 BEXCO에서 패널 및 멀티미디어 등을 통해 전시될 예정이다.

또한 교과부, 유네스코, 부산광역시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회 한-UNESCO 세계인문학포럼이 11월 1일부터 3일까지 3일간 부산 BEXCO에서 개최된다.

포럼은 세계적 석학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소주제별 전문세션, Call for paper 세션, 주최기관 특별세션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부대 행사로서 지역 인문유산 탐방,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차세대 리더 워크숍' 등도 진행된다.

인간의 고통과 갈등 해소에 역점을 두어
올해 기조강연으로는, 김여수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장(주제: 인문학과 문명간 치유), 콘라드 야라우쉬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주제: 과거사 직면과 카타르시스), 미셸 마페졸리 파리5대학 교수(주제: 포스트모더니티와 치유)가 ‘치유의 인문학’이란 대주제 아래 인간의 고통과 갈등에 대한 고견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포럼에는 세계 20여 개국 33명의 외국 학자와 한국 학자 28명 등 모두 61명이 참여하여 '고통과 갈등’, ‘자연, 문명, 과학기술’, ‘치유의 인문학 비판과 옹호’, ‘누구의 고통에 귀 기울일 것인가?’, ‘치유의 인문학 실천 사례’ 등을 주제로 논의한다.

특히 주요 국가의 인문학 진흥기관 대표들이 모여 인문학 진흥정책과 국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라운드테이블도 열려, 이론적 논의와 함께 정책 대안도 제시한다. 포럼 내용은 마지막 날 발표될 ‘부산제언’에 집약되어 전 세계 학계와 정부 및 유네스코에 전달된다.

이번 포럼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포럼 홈페이지에서 사전 등록이 가능하다. 제2회 세계인문학포럼 세부 프로그램은 홈페이지(www.worldhumanitiesforum.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전국 32개 기관에서 지역별로 다양한 인문학 행사를 진행하며, 일반인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들도 마련된다. 영화감독, 작가 등 일상생활 속에서 접하기 쉬운 문화계 인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영화와 문학 속 인문학과 치유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는 ‘인문학을 품은 콘서트’가 열린다.

11월 3일 부산 BEXCO에서 오후 1시 30분부터 소설 ‘덕혜옹주’의 작가 권비영 소설가와 함께 ‘문학에 담긴 치유’의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일반인들의 참여를 통해 이루어진 ‘치유의 길’ 수기 공모작 전시 또한 인문주간 기간 동안 서울과 부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국 32개 인문학 관련 기관을 통해 문화공연, 토론회, 전시, 강연, 답사 등 200여 개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전국 곳곳에서 펼쳐진다. 특히 ‘Healing 투어’, ‘인문학 movie 투어’, ‘인문학 문화유람’, ‘청소년 인문학 투어’ 등 ‘테마별 인문학 투어’ 프로그램의 경우 시민들의 많은 호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문주간 기간 동안 한국연구재단에서 선발한 인문학 대학생 탐방단 ‘영 휴머니스트’들의 활동이 두드러질 예정이다. 전국에서 선발된 15명의 대학생들은 전국의 인문학 행사에 참여하고 이와 관련한 정보들을 SNS를 통해 온라인으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 행사를 준비한 한국연구재단 측은 “2012년 인문주간 및 제2회 세계인문학포럼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인문학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10.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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