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4일 수요일

마오타이, 와인과 스카치를 압도해

마오타이, 와인과 스카치를 압도해

사회주의 중국의 유일한 사치품, 골동품

 
작년 10월 중국의 명주(名酒) 마오타이주 1병이 호화별장 1채와 맞먹는 890만 위엔(약 15억 원)에 경매돼 화제가 되었다. 마오타이의 산지인 귀주(貴州)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1992년산 마오타이주 1병이 치열한 입찰 경쟁을 통해 최종 890만 위엔에 낙찰된 것.

공산주의 혁명과 인연이 깊은 술
사회주의 중국의 유일한 사치품 마오타이(茅台). 뉴스위크의 보도에 따르면 공산주의 혁명과 인연이 깊은 이 술은 가격과 품격에서 서양이 자랑하는 와인과 스카치를 압도하고 있다. 마오타이는 이제 그 맛을 즐기며 마셔 없애버리는 술을 넘어 보관해서 두고두고 감상하는 골동품이 됐다.
▲ 중국의 명주 마오타이. 최근 중국 경제력의 부상과 산업화 과정 속에서 그 진가가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위키피디아
중국 남서부 귀주(貴州)의 산골 마오타이에서는 수수가 발효하는 느글느글한 냄새가 진동한다. 이 마을의 절반을 차지하는 하얀 건물 단지의 국영 귀주마오타이주 주식회사에서 솔솔 새어 나오는 이 농익은 냄새는 위로 올라가 공기 전체에 배어 있다. 여기에서는 숨만 쉬어도 취할 정도다.

마오타이는 중국 공산혁명의 상징인 대장정(大長征, 1934∼1936)과 인연이 깊다. 대장정은 중국의 홍군(紅軍)이 장시성(江西省) 루이진(瑞金)에서 산시성의 북부까지 장개석(蔣介石) 국민당 군대와 전투를 하면서 1만5천km를 걸어서 이동한 행군이다.

이 결과 공산당의 혁명 근거지가 중국 동남부에서 서북부로 옮겨졌으며 마오쩌둥은 확고부동한 지도자로 부상했다. 홍군은 18개의 산맥을 넘고 24개의 강을 건너 서북 지방의 산시성에 도달했으며, 중국의 많은 청년들은 대장정이라는 영웅적인 투쟁에 자극을 받아 1930년대 말과 1940년대 초에 걸쳐 공산당에 가담했다.

대장정에 나선 홍군이 우연히 이 마을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마오타이주는 혁명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게 된다. 홍군은 험준한 산악지대를 넘어 북쪽으로 가는 길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길을 찾지 못했다. 대신 마오타이를 발견했다.

아주 강한 毒酒, “액체로 된 면도날과 같아”
공식 자료에 따르면 홍군은 거의 치명적일 정도로 독한 마오타이주로 상처를 소독하고 다양한 질병을 치료했다고 한다. 초대 총리인 주은래(周恩來)는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마오타이주의 역할도 컸다고 말했다. 그가 감기에 걸렸을 때 약을 먹지 않고 이 술을 먹고 치료했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홍군이 그 술을 등에 업고 마을을 떠난 이래 마오타이는 ‘국빈주’가 됐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마오쩌둥은 그 술을 권했다. 미국의 유명 CBS 앵커 댄 레더(Daniel Rather)는 마오타이 맛을 보고는 “액체로 된 면도날”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만큼 독한 술이다.

중국의 국주 마오타이는 과거 공산주의 혁명세력이 즐기던 술이었고, 지금은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술 가운데서 가장 비싸다. 마오타이보다 중국의 정치사와 많이 얽혔거나 현대 중국의 모순상을 더 극명하게 보여주는 술은 없다.

마오타이는 중국 엘리트층의 식탁을 장식한다. 오래된 마오타이는 인기가 너무 좋아 수백만 위안에 팔린다. 불과 20년 전인 1992년산 마오타이는 전 세계적으로 10병밖에 없다. 그래서 소장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다. 와인과 스카치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러나 이 술이 사치품 세계로 돌아선 것은 최근의 현상으로 고작 10년에 불과하다. 지난 10년 동안 마오타이 수요가 크게 늘면서 가격이 거의 10배 이상 치솟았다. 돈이 있어도 못살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의 경제력, 그리고 산업화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
그러면 왜 마오타이가 세계적인 고급주로 등장하게 된 것일까? 중국의 경제력과 무관하지 않다. 사회주의를 탈피해 진행되는 자본주의 산업화 과정에서 새롭게 부를 축적한 사람들의 등장이다. 그들은 이제 과거의 화려했던 중국문화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싶어한다.

마오타이에 관해 여러 권의 책을 쓴 자오천의 말을 빌어보자. “공장 안에서 작업복을 입은 여성들이 희고 붉은 마오타이 병에 상표를 붙이고 붉은 리본을 매는 모습은 노동을 넘어 경건함 그 자체다.”

그는 “이러한 생각은 중국 사람이 아니면 힘든 일”이라며 “마오타이는 그냥 마시고 음미하여 없애버리는 술이 아니다. 그 속에는 오래된 중국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말한다.

가격 상승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우선 비싼 술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수집할 가치가 있는 골동품이라는 것이다. 또한 중국 역사와 문화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결혼을 축하하고 사업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항상 술에 의존하곤 했다.

와인이나 스카치가 근사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마오타이 한 병이면 족했다. 국제적인 브랜드는 세련미를 나타낸다. 마오타이는 이와 달리 존경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작가 자오천은 마오타이 수집가이기도 하다. 그는 2000년부터 수집을 시작했다. 또 나름대로 마오타이 규칙도 만들었다. 일종의 마시는 방법이다. 알코올 도수 55에 가까운 독주(毒酒)의 정취를 느끼려면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60도짜리도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주 조금만 따라 세 잔을 연거푸 마신다. 자오천은 “마오타이 맛은 충격적(spicy)”이라며 “홀짝홀짝 마시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는 “목 안 뒤쪽에서 꿀떡꿀떡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제대로 마시는 것”이라고 말한다.

비싼 마오타이는 뇌물의 상징이기도
마오타이이의 강렬함, 그리고 정치적 의미와 비싼 가격이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특징이 만들어졌다. “중국에서 마오타이를 사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다. 그리고 마시는 사람은 사지 않는다” 마오타이가 최고의 뇌물 가운데 하나라는 의미다.

돈을 건네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기 때문에 대신 마오타이를 선물한다는 것. 올해 초 중국의 최대 국영석유기업 시노펙(SINOPEC)이 부패 스캔들에 휘말렸다. 수사 결과, 이 회사가 마오타이를 대거 구입한 영수증이 발견됐던 것.

회사측은 한 중견간부가 개인적으로 사들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믿는 중국인들은 거의 없었다. 고가의 마오타이를 혼자서 그렇게 많이 마실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마오타이 팬들은 이 술의 향취가 브르고뉴나 보르도와 같은 최고급 와인을 능가한다고 주장한다. 마오타이 제조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한 간부는 마오타이의 독특한 맛은 바로 산악지대인 귀주의 독특한 위치와 물과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사실 마오타이 수요가 늘자 이를 충당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다른 지역에 양조공장을 세워 마오타이 생산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원산지인 귀주의 마오타이 맛을 모방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귀주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양조공장에서 생산되는 마오타이 맛도 달랐다.

자오천은 이렇게 말한다. “중국에는 내세울 만한 이렇다 할 브랜드가 없다. 아마 만리장성, 야오밍(미국 NBA에 진출한 장신의 농구선수), 그리고 마오타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10.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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