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1일 일요일

학생들에게 멘토가 되는 과학자

학생들에게 멘토가 되는 과학자

[릴레이 인터뷰] 이창수 충남대 화학공학과 교수

 
최근 국내 연구진의 한 연구 성과가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재료과학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Advanced Materials)'지 온라인 판에 논문이 발표된 충남대 이창수 교수팀의 연구 내용이 그것이다.

이 교수팀은 마이크로몰딩이라는 신기술을 이용, 지금까지 난제로 여겨졌던 균일한 마이크로 크기의 구형입자를 자유자재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이 분야 기술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진보된 기술, 균일한 입자가 답이다

“자연계를 이루는 모든 물질의 최소단위는 원자입니다. 원자가 둘 이상 결합하면서 어떠한 구조물을 이루게 되고, 그 구조물에 따라 물질이 형성됩니다. 하지만 구조물이 형성되는 원리에 대해 아직까지 잘 모르는 게 현실입니다. 측정할 수 있는 분석기구도 별로 없을뿐더러 연구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우리 연구팀은 원자의 결합구조를 알기 위해 마이크로 단위에서 입자를 만드는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 신개념 마이크로 몰딩 기술을 이용한 기능성 구형 마이크로 입자제조기술 개발 모식도 ⓒ충남대학교

과학자들이 원자의 결합구조 원리를 알고자 노력하는 이유는 신소재의 새로운 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입자 합성 및 응용 연구는 1마이크로미터에서 나노미터사이즈의 크기 또는 10 마이크로미터 이상의 입자를 이용하는 방법에 치중돼 있었습니다. 전자는 최근 나노 기술이 발달하면서, 또 후자는 고전적인 방법으로 이미 연구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1~10 마이크로미터 사이의 범위입니다. 이 사이는 매우 애매모호한 범주였지만, 이 사이의 입자를 만드는 기술을 우리가 제시한 것입니다.”

이창수 교수팀이 새로운 기술을 제시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나노세계 연구를 통해 새로운 기능성 물질을 보다 잘 만들기 위해서다. 나노 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확한 구조해석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입자가 되려면 어느 정도의 크기가 돼야 합니다. 머리카락 하나도 100마이크로미터지 않나.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성 소재를 만들려면 사이즈를 키워야 합니다. 때문에 나노미터 입자로 만들지 말고 마이크로미터 입자로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한 것입니다.”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마이크로입자는 사이즈가 너무 커 중력의 영향을 받아 실험이 용이하지 않았던 것이다. 중력의 영향을 받은 입자들은 결합의 원리를 분석할 시간도 없이 빠른 시간에 시험관 아래로 가라앉았다. 결국 연구팀이 내린 결정은 미국 나사(NASA)와의 공동연구로 우주에 가서 중력이 없는 환경에서 실험을 하는 것이었다.

“우주는 무중력상태니까 입자가 가라앉지 않아 서로 뭉치고 결합하는 과정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올 8월에 국제우주정거장에서 1차 실험을 했고, 그 실험을 위한 입자를 만드는 게 우리 연구팀의 일이었습니다.”

균일한 입자를 만들면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약물전달시스템, 소형전자회로, 광학물질 등. 이 중 약물전달시스템은 균일 입자가 더욱 필요하다. 균일한 입자의 기술이 적용되면 모든 약이 같은 속도로 몸 안에 퍼져 약의 효능은 더욱 좋아지게 된다.

균일한 입자를 통한 상용화 기술은 일부에서는 이미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널리 확산될 정도의 기술단계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 균일한 입자를 만드는 원리가 복잡하고 어려워 비용의 절감을 이루기엔 아직 역부족인 것이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십자가 몰드에 입자를 만들 수 있는 용액을 넣고 고형화를 시키면 십자가 형태가 나오고, 다른 유체를 넣으면 구형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할 때 자유롭게 십자가 모양을 만들 수도 있고, 구형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기술로 인한 가장 큰 기술적 진보는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하루 1.7kg 분량의 입자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증명됐으며, 이 정도 기술을 기반으로 향후 기업이 기술을 발전시킬 경우 더욱 많은 양의 입자 양산이 가능해 진다고 설명했다.

"선생되기 잘했다 싶다"는 마음으로 살아
이 교수는 과학자이면서 교육자다. “선생 되기 잘했다 싶다”고 할 만큼 학생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 이창수 충남대 화학공학과 교수 ⓒ황정은

그는 20살이 넘은 학부생과 석·박사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외에도 초중고등 학생과 대면하는 자리 역시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미래의 과학 꿈나무라는 생각에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과학이라는 학문이 그리 어려운 개념이 아니었지만, 지금 학생들에게 과학은 매우 어려운 분야로 인식되는 것 같다. 어린 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붙이고 자연스럽게 관심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주고 싶다. 나는 비록 대학교 교단에 서는 사람이지만 어린 학생들의 교육에도 매우 관심이 많다.”

그는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하는 것이 ‘생각’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깊이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때문에 나는 학생들에게 숙제도 많이 내주고 시험도 많이 봅니다. (웃음) 학생들은 힘들겠지만 진정한 앎을 깨우치길 바라는 스승의 마음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랍니다.”

그는 앞으로 좋은 제자를 많이 양성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라고 전했다. 자신보다 유연한 사고를 가진 학생들이 좋은 아이디어로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과학과 기술을 개발하여 쓰임 받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2.10.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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