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8일 목요일

플랫폼 중립성 필요한가?

플랫폼 중립성 필요한가?

플랫폼 생태계 활성화 고려해야

 
망 중립성에 이어 플랫폼 중립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플랫폼 중립성이란 무엇일까.
▲ ‘플랫폼 중립성이 꼭 필요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플랫폼 중립성이란 네트워크상에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단계에서의 차별 금지를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스마트폰에서 플랫폼을 운영하는 애플, 구글, MS 등의 업체가 하드웨어, 콘텐츠 사업자들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 주도권, 불공정 경쟁 야기 우려

최근 플랫폼 중립성이 화제로 떠오른 이유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권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스마트 미디어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선택해 설치할 수 있지만 반대로 플랫폼에 따라 애플리케이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플랫폼을 가진 사업자가 모바일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고, 주도권을 기반으로 불공정한 경쟁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 예가 아이폰이다. 2008년 애플의 앱스토어 오픈은 플랫폼 중립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가 됐다. 먼저 음반사에 압력을 가해 프로모션 사업을 방해하거나 수익분배 문제를 일으켜 국내 음반서비스 사업자들의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했다. 전화번호 하나로 단말기와 메시지를 관리해주는 구글 보이스(Google Voice)와 실시간 위치추적 서비스인 구글 래티튜드(Google Latitude)의 앱스토어 등록이 거부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이 사건은 앱스토어 심사지침(App Store Review Guidelines)을 마련함으로써 일단락됐다.

결국 애플의 폐쇄적 플랫폼 운영은 오픈소스 방식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안드로이트 탑재 스마트폰이 증가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이 또한 중립성 논란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급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갔지만 안드로이드 OS 스마트폰은 구글 검색 애플리케이션을 사전에 탑재하면서 문제를 일으켰다. 다음이나 네이버 같이 국내 검색서비스를 제한했던 것. 그 때문에 작년엔 다음과 네이버가 안드로이드의 구글 검색위젯 기본탑재를 불공정거래 행위로 구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중립성이란 단어, 오해의 소지가 있어
그런데 ‘플랫폼 중립성이 꼭 필요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청강문화산업대 모바일스쿨 황병선 교수는 “중립성이라는 단어를 자칫 도덕적 규범으로 이해해 모든 회사가 착해야 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며 “회사가 도덕적으로 옳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기업이란 것이 자신의 이득을 내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중립성이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드회사를 생각하면 이해가 어렵지 않다. 카드를 매개로 각종 콘텐츠와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카드회사들은 대표적인 플랫폼 사업자들이다. 그런데 카드회사에서는 카드 수수료를 10% 받기도 하고 15% 받기도 한다. 대기업이나 대형마트 수수료율은 싼 반면 중소기업이나 영세 상인들에게는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기도 한다.

언뜻 보기에는 카드사의 횡포이고 중립성에 어긋난 행동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형마트들은 부도율이 낮지만 영세업체들은 높기 때문에 위험부담에 대한 정책일 수 있다. 중립성이란 단어가 애매한 이유이다.

플랫폼 중립성도 마찬가지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자신의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중립적이지 않을 수 있다. 또는 수익을 더 갖다 주는 애플리케이션 회사에 유리한 조건을 주는 것도 당연지사이다. ‘중립성은 지켜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 생태계 활성화 측면 고려
▲ 청강문화산업대 모바일스쿨 황병선 교수 ⓒiini0318
황 교수는 “지금 모바일 생태계 구조를 볼 때 플랫폼 사업자들의 경쟁 제한적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도 “카드회사의 수수료율 정책이 시장을 활성화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듯이 플랫폼 중립성은 생태계 활성화 측면에서 고려되고 판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앱스토어인 경우 애플에서 요구하는 결제시스템이 있다.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는 앱스토어를 통해 자신들의 애플리케이션을 유통할 수 없다. 분명 독점적 지위 남용이다. 하지만 고객은 이 결제시스템이 더 편리하다고 느끼면 불편을 초래하지 않는 이상 그냥 쓰게 된다. 즉, 이런 독점은 생태계 활성화에 큰 장애가 되지 않는 셈이다.

그렇지만 과도한 수수료나 경쟁사에 더 적합한 시스템 제공 등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폐쇄적 운영이 이루어지면 플랫폼 회사들의 과도한 남용이 우려된다. 어플리케이션 개발사들이 더 이상 참여가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는 콘텐츠나 서비스의 양과 질이 떨어지게 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두 말 할 필요 없이 소비자들은 더 이상 그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게 된다. 이는 생태계 활성화 저해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플랫폼 생태계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자연스레 독점적 플랫폼에 대항하는 전선을 구축하게 된다. 그 결과 우월적 지위를 누리던 플랫폼은 그 힘을 잃게 된다. 이는 자율적으로 시스템이 어느 정도 운영되고 있는 모습이다.

황 교수는 “현재 모바일 생태계 구조를 볼 때 플랫폼 사업자들의 경쟁 제한적 행위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를 단순히 '중립성'이라는 개념으로 규제하게 되면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기술혁신을 저해할 수도 있다”며 “오히려 애플이나 안드로이드 등을 기반으로 많은 회사들이 서로 발전할 수 있도록 공정성을 기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연희 객원기자 |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2.10.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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