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5일 목요일

벼농사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벼농사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쌀 생산량당 메탄 배출량 점점 높아져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지금 누런 낱알이 고개를 숙인 가을 들판에서는 벼 베기가 한창이다. 이미 수확이 끝난 논에는 하얀 비닐로 둘러싼 원통형의 곤포 사일리지만 듬성듬성 눈에 띌 뿐이다.

곤포 사일리지란 수확하고 남은 볏짚의 부패를 방지하고 장기 보관하기 위해 돌돌 만 볏짚에 비닐 피복을 입힌 것이다. 한 덩이의 무게만 해도 500킬로그램이나 나가며, 소 50마리가 하루 동안 먹을 수 있는 분량이어서 주변 농가들의 겨울 준비 필수품목으로 꼽힌다.
▲ 벼는 환경과 생태에도 아주 큰 역할을 한다. ⓒmorgueFile free photo
벼의 껍질인 왕겨는 닭·오리 등의 사육장 깔개용이나 돼지 분뇨 발효용으로 인기가 높아 비싼 값에 팔린다. 이처럼 버릴 것 하나 없는 벼는 세계 인구의 절반이 먹는 주요 작물이며, 밀·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곡물로 꼽힌다.

또 쌀은 알레르기 반응이 가장 적은 식품 가운데 하나이며, 인구 부양력이 커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지역의 경우 인구밀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주민들은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의 70%를 쌀에서 얻고 있다. 따라서 세계 경지 면적의 약 20%가 논일 만큼 벼는 널리 재배된다.

이뿐만 아니라 벼는 환경과 생태에도 아주 큰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논의 평균 둑 높이를 27센티미터로 볼 때 전국의 논에 동시에 가둘 수 있는 물의 양이 약 30억톤이나 된다. 이는 춘천댐 저수량의 20배에 이르는 엄청난 양이다.

쌀 생산액보다 논의 환경적 기능이 더 커
게다가 우리나라 논에서 땅속으로 스며드는 지하수의 양은 연간 약 160억톤인데, 이는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수돗물 사용량보다 2배 이상 많은 양이다. 이 같은 논의 홍수 조절량과 맞먹는 다목적 댐을 건설하려면 약 15조원이나 되는 건설비가 들어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 논에서 벼가 자라며 배출하는 산소의 양도 연간 1천600만톤에 달한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인구 전체가 논에서 나오는 산소만으로도 1년 동안 실컷 호흡할 수 있는 양이다.

또 논은 올챙이나 논고둥, 미꾸라지, 붕어 등이 사는 터전이 되기도 하며, 논두렁에는 별꽃이나 개불알꽃 같은 식물이 서식하는 등 아주 중요한 생태적 기능을 지닌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같은 논의 여러 가지 기능을 돈으로 환산할 경우 연간 약 5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쌀 산업의 생산액이 연간 약 10조원인 것을 감안할 때 오히려 논의 환경적 기능이 훨씬 더 큰 셈이다.

때문에 지난 2005년에 열린 제9차 람사르 총회에서는 일본 미야기현의 가부쿠리 늪과 그 일대 무논 7만평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기도 했다. 이는 자연 습지가 아니라 인간이 개발해 농사를 짓는 땅이 습지 목록에 오른 첫 사례였다.

그런데 최근에 벼농사가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일랜드와 미국의 국제공동연구진이 발표한 이 연구결과에 의하면 쌀의 단위생산량당 메탄가스의 배출량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

메탄가스는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 중의 하나이다. 그 메탄가스는 논에서 자라는 토양 미생물에 의해 생성된다고 한다.

벼농사가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
이처럼 논에서의 메탄가스 배출량이 더 많아지고 있는 원인은 바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이산화탄소 농도와 온도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즉,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가 벼농사에서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메탄가스 발생량을 더 높게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벼가 더 빨리 자라면서 추가 에너지를 가지고 토양 미생물들의 대사를 끌어올림으로써 메탄가스 배출량이 많아지게 된다.

또 온도가 높아지면 벼가 조숙하게 돼 꽃가루가 덜 생기거나 수정이 제대로 안 되면서 생산량이 줄어들게 된다. 이로 인해 쌀 수확량은 감소하지만 쌀의 무게당 배출되는 메탄가스 양은 더 높아지게 된다는 것.

연구진에 의하면 금세기 말쯤에는 더욱 높아진 이산화탄소 농도와 온도로 인해 쌀의 킬로그램당 메탄가스 배출량이 약 2배 정도 높아진다고 한다.

따라서 배수작업과 같은 관리법과 대체 비료 사용, 파종 날짜 바꾸기, 열 내성이 강한 벼 품종 개량 등으로 벼농사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의 양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연구진은 제안했다.

점점 다가오고 있는 지구온난화라는 재앙의 검은 그림자가 전 세계인의 주식으로 사랑받고 있는 벼농사에까지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2.10.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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