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적 다양성으로 국민소득 예측?
유전자 결정론 부추긴다며 비난 쏟아져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1970년대 미국 남서부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는 멸종 위기에 놓인 큰뿔산양을 복원하기 위해 자연방사 프로젝트가 행해졌다. 다행히도 이 프로젝트는 처음에 성공을 거두어 큰뿔산양이 300마리 이상으로 불어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에 불거졌다. 함께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던 퓨마가 큰뿔산양들을 잡아먹기 시작한 것. 경쟁 포식동물이 없는 상황에서 졸지에 퓨마들의 전용 먹잇감이 된 큰뿔산양 무리는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처럼 갑자기 개체 수가 줄어든 큰뿔산양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집단 모두가 일시에 죽어나가는 불행을 맞이했다. 그들에게 최후를 맞이하게 한 건 퓨마가 아니라 바로 다양하지 못한 유전자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에 불거졌다. 함께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던 퓨마가 큰뿔산양들을 잡아먹기 시작한 것. 경쟁 포식동물이 없는 상황에서 졸지에 퓨마들의 전용 먹잇감이 된 큰뿔산양 무리는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처럼 갑자기 개체 수가 줄어든 큰뿔산양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집단 모두가 일시에 죽어나가는 불행을 맞이했다. 그들에게 최후를 맞이하게 한 건 퓨마가 아니라 바로 다양하지 못한 유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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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전적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질병에 취약하기 쉽다. |
유전형질이 다양하지 못한 무리에서 계속 비슷한 유전자를 지닌 새끼들이 태어나다 보니 결국 가축에게서 옮은 전염병을 견뎌내지 못하고 집단 전체가 사라지는 불행을 맞이한 것. 유세미티 국립공원에 방사된 큰뿔산양 무리는 주변의 도로와 농장들 때문에 야생종 무리와 접촉할 기회가 미처 없었다.
이처럼 같은 무리 내의 개체끼리 번식을 계속하면 거기서 태어난 자손들의 유전형질이 갈수록 비슷해져 질병에 취약하기 쉽다. 그들이 물려받은 유전자 중 어떤 한 가지 질병에 취약한 형질이 있을 경우엔 그지없다.
또 유전적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열성형질이 나타나기도 쉽다. 부모 중 어느 한쪽만 열성형질을 지니고 있을 경우 자식 대에는 그 특성이 나타나지 않지만, 같은 열성형질을 지닌 동물끼리 번식할 경우 그 자손에게는 열성형질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반달가슴곰을 도입한 까닭
따라서 요즘엔 멸종위기종의 복원을 추진할 때 유전적 다양성에 대해 특히 주의를 많이 기울인다. 현재 지리산에서 진행 중인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경우 애초엔 러시아와 북한에서만 곰을 도입했지만, 작년부터는 한반도 반달가슴곰과 유전적으로 동일한 중국산 반달가슴곰을 도입해 자연방사하고 있다.
또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산양 복원사업도 설악산과 오대산, 월악산 등지에 흩어져 이동경로가 지역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현 상황에 대해 백두대간을 따라 산양 생태축을 이어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식물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재배하는 농작물의 경우 유전적 다양성이 파괴되어 일단 어느 한계점을 지나면 해충 및 질병과의 진화 경쟁에서 영구적으로 패배하고 더 이상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무서운 경고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GM 기술에 의해 보급되는 특정 종자의 확대가 자생적인 농작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급속히 감소시켜 오히려 식량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자기들만의 전통생활 양식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야네샤 족의 경우 예로부터 전해오는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농작물 다양성을 만들어내고 관리하고 보존해 현대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페루 아마존 상류 지역의 해발 수백 미터 되는 곳에서 사는 야네샤 족은 그 지역에 자생하는 코코나 등을 집안에 75종 이상, 화전에 125종 이상을 심어서 해충이나 병, 기상 등으로 인한 작물 파괴 가능성에 늘 대비한다. 모전 유전 특성을 지닌 코코나는 씨앗으로 번식한 과일이 꽃가루에 관계없이 모친의 과일과 비슷하므로 야네샤 족은 씨를 심을 때 어떤 수확물을 거두게 될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주곡 작물인 카사바를 비롯해 옥수수나 콩, 바나나 등을 경작할 때도 반드시 간작(間作)과 윤작, 휴경 등의 전통 방식으로 다양한 서식처를 갖게 해 식물 다양성을 유지시키는 지혜를 발휘한다.
유전적 다양성과 일인당 소득 간의 연관성
그런데 최근 한 국가의 유전적 다양성으로 그 국가의 경제적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 한편이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을 야기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사이언스지의 ‘다른 저널에 실린 새로운 논문’ 섹션에 요약분이 게재된 이 논문의 저자는 미국 브라운 대학의 오데드 갈러와 월리엄스 칼리지의 구암룰 아쉬라프라는 두 명의 경제학자이다.
이들은 논문에서 145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유전적 다양성과 일인당 소득 간에 강한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한 국가의 인구 구성이 다양할수록 인지능력과 스타일의 스펙트럼이 넓어져 고도의 혁신을 추구하는 사회가 된다는 것. 반대로 국민의 다양한 유전성이 낮으면 사람들 간의 차이가 거의 없어 혁신보다는 개인 간 신뢰를 중시하는 사회가 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과도한 혁신이나 개인 간 신뢰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중간 정도의 다양성을 지닌 국가들이 가장 생산적인 경제체제를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은 두 경제학자가 상이한 국가들의 유전적 다양성을 독립적인 데이터로 처리하는 실수 등을 범했다며, 이 같은 연구결과가 인종청소나 집단학살 같은 용납될 수 없는 과거 관행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오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나선 것.
또 게놈프로젝트 이후 더욱 힘을 얻고 있는, 인간의 모든 행동이 유전자에 의해 좌우된다는 소위 ‘유전자 결정론’을 부추길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최근 생명과학 및 의학 등의 자연과학 부문에서 유전학적 분석이 성과를 거두자 사회과학 분야에도 유전학적 방법론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이번 논쟁의 경우 섣부른 유전학적 방법론의 적용이 사회에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지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같은 무리 내의 개체끼리 번식을 계속하면 거기서 태어난 자손들의 유전형질이 갈수록 비슷해져 질병에 취약하기 쉽다. 그들이 물려받은 유전자 중 어떤 한 가지 질병에 취약한 형질이 있을 경우엔 그지없다.
또 유전적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열성형질이 나타나기도 쉽다. 부모 중 어느 한쪽만 열성형질을 지니고 있을 경우 자식 대에는 그 특성이 나타나지 않지만, 같은 열성형질을 지닌 동물끼리 번식할 경우 그 자손에게는 열성형질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반달가슴곰을 도입한 까닭
따라서 요즘엔 멸종위기종의 복원을 추진할 때 유전적 다양성에 대해 특히 주의를 많이 기울인다. 현재 지리산에서 진행 중인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경우 애초엔 러시아와 북한에서만 곰을 도입했지만, 작년부터는 한반도 반달가슴곰과 유전적으로 동일한 중국산 반달가슴곰을 도입해 자연방사하고 있다.
또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산양 복원사업도 설악산과 오대산, 월악산 등지에 흩어져 이동경로가 지역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현 상황에 대해 백두대간을 따라 산양 생태축을 이어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식물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재배하는 농작물의 경우 유전적 다양성이 파괴되어 일단 어느 한계점을 지나면 해충 및 질병과의 진화 경쟁에서 영구적으로 패배하고 더 이상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무서운 경고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GM 기술에 의해 보급되는 특정 종자의 확대가 자생적인 농작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급속히 감소시켜 오히려 식량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자기들만의 전통생활 양식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야네샤 족의 경우 예로부터 전해오는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농작물 다양성을 만들어내고 관리하고 보존해 현대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페루 아마존 상류 지역의 해발 수백 미터 되는 곳에서 사는 야네샤 족은 그 지역에 자생하는 코코나 등을 집안에 75종 이상, 화전에 125종 이상을 심어서 해충이나 병, 기상 등으로 인한 작물 파괴 가능성에 늘 대비한다. 모전 유전 특성을 지닌 코코나는 씨앗으로 번식한 과일이 꽃가루에 관계없이 모친의 과일과 비슷하므로 야네샤 족은 씨를 심을 때 어떤 수확물을 거두게 될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주곡 작물인 카사바를 비롯해 옥수수나 콩, 바나나 등을 경작할 때도 반드시 간작(間作)과 윤작, 휴경 등의 전통 방식으로 다양한 서식처를 갖게 해 식물 다양성을 유지시키는 지혜를 발휘한다.
유전적 다양성과 일인당 소득 간의 연관성
그런데 최근 한 국가의 유전적 다양성으로 그 국가의 경제적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 한편이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을 야기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사이언스지의 ‘다른 저널에 실린 새로운 논문’ 섹션에 요약분이 게재된 이 논문의 저자는 미국 브라운 대학의 오데드 갈러와 월리엄스 칼리지의 구암룰 아쉬라프라는 두 명의 경제학자이다.
이들은 논문에서 145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유전적 다양성과 일인당 소득 간에 강한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한 국가의 인구 구성이 다양할수록 인지능력과 스타일의 스펙트럼이 넓어져 고도의 혁신을 추구하는 사회가 된다는 것. 반대로 국민의 다양한 유전성이 낮으면 사람들 간의 차이가 거의 없어 혁신보다는 개인 간 신뢰를 중시하는 사회가 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과도한 혁신이나 개인 간 신뢰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중간 정도의 다양성을 지닌 국가들이 가장 생산적인 경제체제를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은 두 경제학자가 상이한 국가들의 유전적 다양성을 독립적인 데이터로 처리하는 실수 등을 범했다며, 이 같은 연구결과가 인종청소나 집단학살 같은 용납될 수 없는 과거 관행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오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나선 것.
또 게놈프로젝트 이후 더욱 힘을 얻고 있는, 인간의 모든 행동이 유전자에 의해 좌우된다는 소위 ‘유전자 결정론’을 부추길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최근 생명과학 및 의학 등의 자연과학 부문에서 유전학적 분석이 성과를 거두자 사회과학 분야에도 유전학적 방법론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이번 논쟁의 경우 섣부른 유전학적 방법론의 적용이 사회에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지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자 2012.10.19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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