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3일 토요일

면역체계가 결국 최후의 방법

면역체계가 결국 최후의 방법

항암 백신의 희망(3)

 
“Cancer is a word, not a sentence. 암이란 (짧은) 단어에 불과하다. (긴) 문장이 아니다”
-존 다이아몬드(John Diamond, 1953- 2001), 영국 방송인, 저널리스트-

워싱턴대의 디시스 박사가 개발한 백신을 투여 받은 여성의 경우 T세포는 유방암 세포를 파괴해 먹어 치운 뒤 다시 뱉어냈다. 그러면 암세포 항원이 체내에 가득 흐른다. 이 항원이 다시 면역체계를 자극해 새로 형성되는 종양 항원에 맞선다.

이런 면역력이 체내에 널리 퍼지면 T세포가 언제든 왕성하게 공격 준비를 갖추게 된다. T세포가 언제든지 활성화 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백신을 투여 받은 후 수년이 지나도 종양세포를 파괴할 능력을 가졌다는 뜻이다. 천연두 백신처럼 평생면역을 제공할 수가 있다.
▲ 암은 바이러스나 세균으로 인간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유전자의 변이로 우리를 못살게 한다. 그러나 다양한 암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위키피디아

한 연구결과를 인용한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T세포는 절대 과거를 잊지 않는다. 암이든 천연두든 일단 면역체계가 위협을 표적으로 삼으면 그 위협이 다시 나타날 때까지 언제든 공격할 예비자세를 갖춘다. 백신의 면역력은 유방암뿐만 아니라 다른 암에도 영구히 작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면역체계를 이용하는 방법이 최선
최근 백신을 이용해 면역체계가 암을 공격하여 이길 수 있다는 연구가 많이 나왔다. 예를 들어 2006년의 한 연구를 보자. T세포를 가장 많이 끌어들이는 대장암은 치료 재발 확률이 가장 낮았다. 마찬가지로 폐암세포나 유방암 세포가 T세포를 끌어들이는 분자로 가득하면 환자는 전이를 면하거나 오래 살 가능성이 많다.

간암과 난소암의 경우, 종양에 T세포가 침투하면 환자는 더 오래 생존한다. 면역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 주는 사례가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UCLA)의 유방외과 전문의인 수전 러브(Susan Love) 박사는 지난 3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Artemis Project) 세미나에서 “유방 X선 촬영에서 발견된 종양 가운데 적어도 30%는 아무런 처치 없이도 저절로 사라진다”고 말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암을 제거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든다. 건강하고 면역체계가 잘 작동하는 사람이 암에 걸리고, 그 때문에 왜 목숨을 잃을까? 문제는 종양세포가 T세포를 쫓아내거나 파괴하는 방어분자를 생산한다는 사실이다.

2011년 초 FDA가 승인한 전이성 흑색종 면역요법제 예보이(Yervoy)가 대표적이다. 예보이는 세포독성 T임파구 항원(CTLA40)으로 알려진 분자를 차단한다. 예보이는 면역체계를 가로막는 빗장을 제거해 암을 파괴하도록 한다.

예보이는 브리어스톨 마이어스 스퀴브 제약사가 만들었다. 가격은 12만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효과는 대단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기간을 많아야 10개월 정도 늘릴 뿐이다. 더 많은 효과를 얻으려면 더 많은 면역자극분자를 백신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암의 종류 150가지 이상
암은 몇 종류가 될까? 심장을 빼고 모든 장기에서 발생한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 따르면, 현재 확인되는 암 종류는 150가지가 넘는다. 생존이 보장되는 고환암이 있는가 하면 불과 몇 개월 만에 생명을 앗아가는 췌장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재 실험단계에 있는 항암백신들은 기존 치료제가 잘 통하지 않는 가장 치명적인 몇 가지 암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2011년 11월 NCI 종양면역학자 제임스 걸리가 이끄는 연구팀은 전이성 난소암과 유방암 둘 다에 잘 듣는 실험적인 백신 팬백(PANVAC)으로 유망한 결과를 얻어냈다.

그 연구로 인해 난소암 환자 14명은 지금까지 평균 15개월을 생존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 12명은 평균 생존기간이 13.7개월이었다. 전체 평균보다 약간 길 뿐이다.
▲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제임스 걸리 박사 ⓒ미국 국립암연구소
그러나 걸리 박사는 전이성 유방암이 완전히 사라진 환자 한 명에 주목했다. 그 환자는 진단 후 4년 이상 생존했다. 그리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수준의 종양이 줄어든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걸리 박사는 앞으로 종양이 더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화학요법은 면역체계를 지치게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치명적인 췌장암 환자, 백신 후 문제 없어
백신은 치명적으로 악명 높은 췌장암에도 커다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1월, 당시 78세인 버트 월리엄스는 췌장암 판단을 받았다. 사형선고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아내가 뉴저지 암연구소에서 실시하는 임상실험을 찾아냈다.

암치료를 전혀 받지 않은 그는 3월 실험용 백신 투여를 받아들였다. 그 해 12월 전신을 스캔한 결과 어디에도 종양이 발견되지 않았다. 췌장암은 전이성이 너무 강하다. 그래서 치명적인 암으로 통한다. 그러나 월리엄스는 백신으로 그것을 극복했다.

뇌암도 췌장암 못지 않게 치명적이다. 가장 흔하고 공격적인 뇌암이 다형성교아종(glioblastoma multiforme)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이 뇌암 백신에는 뇌암 세포를 뒤덮는 '상피 성장인자 수용체변이III(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variant III)가 들어 있다.

듀크 대학의 임상실험에서 뇌종양 수수로 제거한 환자 18명이 이 백신을 받아들였다. 2010년 듀크 대학 과학자들은 환자들의 평균 생존기간이 26개월이었다고 발표했다. 보통은 14개월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생존 기간이 두 배나 증가했다.

지금까지 아주 유망하다고 간주되었던 항암치료제(would-be cancer cures)가 등장했다가 곧바로 사라졌다. 아마 항암 백신도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지 모른다. 항암 백신에서 성공을 받은 사람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상당수가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기적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항암백신을 맞은 환자들 가운데서, 왜 어떤 사람은 기적적으로 낫는가? 왜 어떤 사람은 낫지 않는가? 그 문제 해결이 항암백신의 미래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다.

아마 이런 쉬운 예를 들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감기약을 먹으면 빨리 낫고, 어떤 사람은 빨리 낫지 않는 사람이 있다. 아마 건강한 사람은 면역력이 강해 빨리 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체력이 약한 사람은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천연두를 예방하는 우두 백신은 모든 사람에게 통한다. 이제까지 우리 인류가 발명해 낸 백신은 바이러스와 세균과의 투쟁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암 백신은 다르다. 암은 괴상한 세포의 전이, 쉽게 이야기해서 시시때때로 몸체를 바꾸기 때문이다.

최고의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미국의 국민 1천500명이 하루에 암으로 죽는다. 우리나라의 최고 사망률 1위는 암이다.

우리는 암을 잡을 수 있을까? 겨우 불과 몇 개월, 몇 년 수명을 연장하는 과학기술에 고마워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두려움 때문에 신에 기도해야 하는 것일까? 암은 신이 우리에게 부과한 영원한 악마일까? 결코 아니다. 인간은 악마를 퇴치해 왔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10.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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