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9일 화요일

GM 작물 안전성, 다시 도마 위에…

GM 작물 안전성, 다시 도마 위에…

종양 발생 실험 발표 후 논란 가중

 
최근 유럽에서는 유전자 조작(GM) 작물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어 화제다. 프랑스 정부는 미국산 GM 옥수수 수입 중단을 검토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프랑스 정부의 검증에 따라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러시아 정부는 미국산 GM 옥수수의 수입과 사용을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1994년 세계 최초로 GM 토마토가 출시될 때부터 이미 불거졌던 GM 작물의 안전성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인 주범은 바로 지난 9월 19일 미국 ‘식품화학독성학(Food ans Chemical Toxicology)’ 지에 발표된 프랑스 칸 대학 연구팀의 실험결과였다.
▲ 미국 몬산토 사의 GM 옥수수인 NK603에 대한 위해성 실험결과가 발표되면서 GM 작물에 대한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음) ⓒmorgueFile free photo
세랄리니 교수가 이끄는 칸 대학 연구팀은 암수 쥐 100쌍 총 200마리를 대상으로 2년 동안 미국 몬산토 사의 GM 옥수수인 NK603이 섞인 먹이를 공급하면서 GM 작물의 유해성 연구를 실시한 결과, GM 옥수수를 먹은 그룹의 쥐는 정상 그룹의 쥐보다 종양 발생 비율이 약 2배 이상 높고 종양 크기도 2~3배 정도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실험에 사용된 NK603 옥수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농약제인 라운드업(Round Up)에 저항성을 지니게끔 유전자가 조작된 작물로서, EU를 비롯해 미국 및 기타 국가에서 동물과 인간이 먹어도 좋다고 승인 받은 GM 작물이다.

연구팀은 실험대상 쥐를 3그룹으로 구분해 각각 11%, 22%, 33%의 NK603이 섞인 먹이를 공급했다. 그 결과 14개월이 지났을 무렵 정상적인 먹이를 공급 받은 쥐 그룹에선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반면 GM 옥수수가 섞인 먹이를 공급 받은 암컷 쥐 그룹에선 10~30%가 종양이 발생한 것.

또 2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는 정상 그룹의 암컷 중 약 30%가 종양이 발생한 것에 비해 GM 작물 그룹의 쥐는 50~80%에서 종양이 발생했다.

특이한 것은 11%로 제일 적은 양의 NK603이 섞인 먹이를 공급 받은 쥐들의 치사율이 가장 높아 암컷의 경우 사망률이 2~3배, 수컷의 경우 5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또 쥐에게 발생한 일부 종양의 크기가 탁구공만큼 크고, 그 무게가 쥐 체중의 25%에 달하기도 해서 연구진이 그 쥐들을 안락사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혀 놀라움을 더해주었다.

NK603을 만든 몬산토 사는 미국의 다국적 농업생물공학 기업으로서, 1982년 세계 최초로 식물의 유전자 조작에 성공한 이후 현재 전 세계 유전자 변형 식품의 90%에 대해 특허권을 소유하고 있다. 2001년부터 재배가 시작된 NK603은 미국과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비롯해 캐나다, 일본, 남아공, 필리핀, 콜럼비아, 파라과이, 우루과이,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등 12개국에서 재배되고 있다.

2년에 걸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 지녀
칸 대학 연구팀의 이번 연구결과가 지니는 의미는 실험대상 쥐의 수명에 해당하는 2년이란 장기간에 걸쳐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GM 작물의 안전성 연구는 현행 안전성 규정에서 요구하고 있는 동물실험 기간인 90일을 기준으로 이루어져 왔다. 몬산토 사의 후원을 받아 실시된 이전의 연구에서는 쥐에게 NK603을 90일 동안 먹인 결과, 아무런 부작용도 없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칸 대학 연구팀의 실험 결과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장-마르크 아이로 프랑스 총리는 “이번 연구결과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프랑스 정부는 모든 유럽 국가에서 GM 옥수수 판매를 금지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유럽 집행위원회(EC)는 유럽 식품안전청(EFSA)에 이번 연구결과를 평가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EFSA는 칸 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설계에서부터 보고, 분석에 이르기까지 불충분하며 이 연구의 결론을 과학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는 초기평가를 내렸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번 연구의 방법론과 결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실험설계와 통계학적 분석에 대해 문제를 삼을 수 있으며, 해당 논문에 제시된 데이터들이 연구진의 주장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입장 때문이다.

또 어떤 과학자들은 실험에 사용된 쥐가 세월이 흐를수록 종양 발생에 취약한 혈통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특히 몬산토 사는 이번 연구가 과학적 연구의 최소 기준을 충족시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연구를 주도한 세랄리니 교수는 “이번 연구에 사용된 쥐가 장기적 연구에 적합한 최선의 모델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NK603 옥수수를 먹은 쥐 그룹과 대조군 그룹의 차이가 너무 현저했으며, 몬산토 사가 인허가 과정에서 사용한 90일간의 동물실험에도 이 쥐가 사용되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번 연구결과를 둘러싼 논란은 연구에 이용된 데이터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완료되고, 그 결과를 재현하는 후속논문이 발표되어야만 실험방법과 결과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칸 대학 연구팀은 몬산토 사가 NK603의 유럽 판매를 승인 받는 과정에서 제출했던 자료의 원본을 공개하지 않는 한 이번 연구의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 연구에서도 위해성 논란
이번에 논란을 일으킨 NK603은 이전의 연구결과에서도 생식능력 저하 및 장기 손상 등의 위해성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 2008년 오스트리아 빈 대학 연구진이 ‘NK603×MON810’을 33% 섞은 먹이를 쥐에게 공급한 결과 정상 그룹에 비해 3~4세대 후에 새끼를 적게 낳고 크기와 몸무게도 덜 나간다는 연구결과를 얻은 것. 실험에 사용된 ‘NK603×MON810’은 NK603과 해충에 강한 MON810의 GM 옥수수 2종을 복합해서 만든 이중 저항성 품종이다.

또 지난 2010년 국제생물화학저널지(,IJBS)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NK603 등 몬산토 사의 GM 옥수수 3종을 쥐에게 공급한 결과 콩팥과 간 등의 기관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GM 식물 찬성론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늘고 있는 식량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GM 작물이 주는 경제적 이득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무조건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지난 5월 영국에서는 GM 농작물 유래 제품을 낮은 농도에서도 검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생물발광 실시간 리포터(BART) 기술과 등온증폭법(LAMP)을 이용한 이 새로운 연구결과는 현재 EU의 기준치인 0.9%보다 훨씬 낮은 농도인 0.1%에서도 옥수수를 대상으로 GM 오염을 식별할 수 있다.

기존에 흔히 사용된 기술은 중합효소연쇄반응법(PCR)이지만, 이 기술은 복잡한 추출 과정과 특수한 장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LAMP-BART는 현장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GM 작물 감시 추적방법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2.10.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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