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4일 목요일

중동사태, SNS의 빛과 그림자

중동사태, SNS의 빛과 그림자

인터넷, 종교와 민족주의를 부추겨

 
중동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역사를 보면 항상 그랬다. 그들은 수천 년 동안 이민족의 침입에 시달렸다. 그리고 자체 내에서 갈등도 많았다. 그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한다. 죽음을 불사하면서 말이다.

인터넷은 모든 사람과 소통하고 정보를 교환하면서 지구촌을 하나로 만들 것이라고 예상됐다. 그러나 인터넷은 오히려 갈등을 조장했다. 물론 당분간일지는 모르지만. 인간이 생각하는 이념과 종교를 생각하면 인터넷이 아름다운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을 것 같다.

1988년 간행된 ‘악마의 시 The Satanic Verses’. 저자인 S. 루시디는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하마드를 왜곡되게 풍자했다. 그는 코란의 구절들이 알라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실은 악마의 말이었다고 썼다.

'악마의 시'에 이어 '악마의 영상'
▲ 인터넷은 소통 대신에 반목을 안겨주었다. 인터넷이 야기한 종교적 편향은 사람들에게 분노와 편협을 안겨 주었다. ⓒ위키피디아.
루시디는 이슬람의 창시자인 무하마드를 악마와 관계를 나누는 징표로 선택했다. 그리고 무하마드는 수 없는 여자들과 빠져 있다고 썼다. 이 소설은 무하마드를 색광(色狂)으로 표시했다. 그러면 무하마드를 신성한 신이라고 생각하는 이슬람 종교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 소설은 유럽에서 문학적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무하마드를 모독하는 행위라 하여 이슬람계의 격분을 촉발시켰다. 파키스탄을 선두로 한 이슬람 여러 나라에서는 즉각 발간중지를 촉구했고, 많은 나라들도 이 소설의 판매 및 번역금지 등을 표면화했다.

1989년 2월, 이란의 최고 지도자 호메이니는 작가 루시디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그의 암살에 대해 1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어,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은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명분으로 하는 유럽의 논리와 종교적 진리에 강력하게 고착하는 이슬람의 논리가 대결하는 사태로 발전해, EC 각국과 이란은 서로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영국은 이란과 단교했고, 루시디는 오랜 피신생활을 계속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할 게 있다. ‘악마의 시’는 소설, 책이다. 그러나 그 책은 아무리 많이 읽혔다 해도 영상과 필름이 담긴 인터넷보다는 파장효과가 없다. 요즘 중동을 요동치게 하는 것, 바로 소셜네트워크 SNS다. 여기에 인터넷의 빛과 그림자가 있다.

불과 13분에 불과한 동영상
‘이노센스 오브 무슬림(Innocence of Muslims)’ 은 6월에 공개됐다. 미국에서 제작된 불과 13여 분에 불과한 동영상이다. ‘순진한 무슬림’이라고 번역돼 불리고 있다.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하마드를 모욕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 단막극은 중동을 분노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미국 외교관까지 죽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반미 시위가 크게 일었다. 그러나 제작자는 이 프로그램을 유투브에 올렸을 때, 불 붙인 성냥과 같은 큰 파장이 올지 짐작하고 있었다. 폭력이 아랍세계를 불 태웠다.

유투브라는 사악한 바이러스가 중동인의 마음을 분노하게 했다. 소셜 미디어라는 괴물이 휘두르는 사악한 힘의 위력이 잘 드러난 사건이다. 또 만약 반대가 되면 어떨까? 예수를 욕하는 동영상이 나오면 기독교인들은 분노를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뭔가 좋은 소식이 바이러스처럼 퍼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것이 혐오스럽고 나쁘게 작용한다. 역사에서는 작은 원인이 큰 것을 만들었다. 유럽을 지배했던 오스트리아 대공의 암살은 1차 세계대전을 촉발했다. 한가지 예를 들어 보자.

로자 리 루이즈 매콜리 파크스(Rosa Lee Louise McCauley Park)는 소수민족의 편에 섰다. 미국 의회는 그녀를 “현대 민권 운동의 어머니”라고 칭송했다. 그녀는 1955년 12월 백인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버스 운전사의 지시를 거부했고, 결국 이것 때문에 경찰에 체포됐다.

이 운동은 흑백분리(黑白分離)에 저항하는 큰 규모로 번져 나아갔다. 이때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여기에 참여하게 되고, 결국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인권과 권익을 개선하고자 하는 미국 민권 운동의 시초가 됐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무심코 하는 클릭이 현실 세계를 혼돈으로 비화시키는 상황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른다.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올린 조그마한 프로그램이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생각하지 못한다.

소셜 미디어는 분명 빛과 그림자가 있다. 우리가 인터넷을 좋게 이용한다면 빛이다. 그러나 남을 욕할 목적이라면 그림자다. 가만히 따져보면,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낸 인터넷의 늪에 빠지고 있다.

‘무슬림의 순진함’을 만든 제작자는 그 프로그램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러나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는 죽었다. 종교 성향이 강한 리비아인의 총탄에 의해서. 종교적인 이유에서다. 그러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인터넷이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10.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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