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31일 일요일

빛이 아닌 음파로 레이저를 쏜다?

빛이 아닌 음파로 레이저를 쏜다?

음파로 레이저의 기능을 하는 '페이저'

 
 
 

▲ phonon을 이용하여 레이저 기능을 하도록 만드는 디바이스가 최근 개발되었다. ⓒNottingham univ
'복사 유도 방출에 의한 광 증폭(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을 의미하는 레이저(LASER)는 빛의 입자인 광자(photons)가 아주 좁은 대역의 특정 주파수에서 방출되면서 생성된다.

발명된 지 50년이 지난 레이저는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는데, 일상 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슈퍼마켓의 스캐너나 DVD 플레이어로부터 시작하여 의료 분야나 제조업, 그리고 방위 산업에 이르기 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어져 왔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연구기관이 빛의 입자 대신 음자(音子, phonon)라고 불리는 음파 입자를 사용하여 레이저와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는 음자 레이저 디바이스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주목을 끌고 있다.

빛 대신 음파를 이용하는 레이저

첨단기술 전문 매체인 WIRED는 온라인 판을 통해 일본 NTT 기초과학연구소의 연구진이 나노 규모의 드럼을 이용하여 빛 대신 음파 입자를 사용하는 레이저인 페이저(phaser)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 음파 레이저를 생성하는 에칭 회로 ⓒNTT
WIRED는 이 새로운 디바이스를 페이저로 명명한 이유에 대해, 개발 초기에는 과학자들이 '방사 자극 방출에 의한 음파 증폭(Sound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이란 의미를 그대로 약자로 표기해 '세이저(saser)'로 불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새로운 디바이스는 레이저와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음자를 전이시키기 때문에 소리 대신 음자가 사용된다는 관점에서, 프로세스의 양자적 성질을 강조하는 페이저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모아져 페이저로 이름 붙여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WIRED는 앞으로 페이저가 초음파 의료 영상 장치나 미세한 컴퓨터 부속품, 그리고 고도의 정밀 측정기 등과 같은 세밀함을 요하는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 NTT 기초과학연구소의 연구원이자 음파 레이저 프로젝트의 담당자인 이므란 마붑(Imran Mahboob)은 “음자 레이저 디바이스에는 광학 부분이 제거되어 있다”며 “페이저에는 광학 부분이 없기 때문에, 타 응용 기기나 디바이스로 통합하기가 더욱 쉽다”고 설명했다.

최초의 음파 레이저는 하이브리드 형태

이론적인 음자 레이저 개념은 지난 2009년에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및 칼텍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제기되었다. 당시 그들은 하나의 마그네슘 이온이 전자기 트랩(electromagnetic trap)에서 1mk(밀리캘빈)의 온도로 냉각되었을 때, 단일 이온 음자 레이저 제조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최초로 규명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 음자 레이저의 세 가지 물리적 프로세스를 나타낸 그래프 ⓒNTT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포르투갈 및 스웨덴 연구진도 단일 이온 음자 레이저의 개념을 커다란 원자 앙상블(ensemble)로 확장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이를 통해 그들은 극저온 기체가 집합적 음자 전이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그 이후, 1년 뒤인 2010년에 일본에서 음자를 함께 모아 같은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최초의 음파 레이저가 개발되었다. 그러나 이 최초의 디바이스는 완전한 음파 레이저라고는 볼 수 없는 하이브리드 모델로서 기존의 광학 레이저 시스템과 상당히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그리고 최근에야 NTT 기초과학연구소는 음자 레이저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결과를 학회에 보고했는데, 연구진은 이 음파 레이저가 전통적인 광학 레이저의 설계 디자인에 기초하고는 있지만 어떠한 광학 요소도 들어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되는 페이저

빛을 이용하는 레이저에서는 가스나 결정 내의 전자 다발이 동시에 여기(excitation, 勵起)되는데, 이 전자 다발이 원래의 에너지 상태로 되돌아올 때 특정 파장의 빛을 방출하여 거울로 향하게 될 때 빔을 생성하게 된다.

음자 레이저인 페이저도 이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하기 때문에 연구진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디자인을 적용하였다. 즉 기계적 진동자가 빠르게 움직여 음자 다발을 여기시키고, 다시 원래의 안정된 상태로 되돌아가면서 에너지를 디바이스로 방출하게끔 페이저를 설계한 것이다.
▲ 페이저가 생성하는 좁은 대역의 음파 범위를 나타낸 그래프 ⓒNTT
하지만 이렇게 설계가 되어도 에너지는 여전히 시스템 내에 존재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연구진은 이를 통해 디바이스가 좁은 파장 내에서 원하는 주파수로 진동하여 음자 레이저가 생성되도록 공정을 변경하였고, 전체 음자 레이저도 단일 집적 회로 위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우여고절 끝에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페이저에는 아직 결정적인 단점이 남아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그것은 우주 공간에서의 문제인데, 빛은 진공 상태에서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레이저 빔은 우주 공간처럼 어느 곳이든 발사될 수 있다. 하지만 페이저의 경우는 음자가 진행하려면 매질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주 공간처럼 음자가 전파될 매질이 없으면 이내 소멸되기 때문에 발사가 불가능해 진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마붑 연구원은 “따라서 진동을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공명기(resonator) 구조를 어떻게 만들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이에 대한 마땅한 아이디어는 없지만, 조만간 연구개발 네트워크를 통해 지금까지의 연구 내용을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특정 공간에서 사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페이저가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기대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페이저를 아주 작은 디바이스로 만들었을 경우 기계적 진동을 전기 신호의 진동으로 변환하는 기능을 통해 아주 작은 시계로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하여 존스 홉킨스 대학의 전기공학 전문가인 제이콥 커긴(Jacob Khurgin) 박사도 “페이저 기술이 원숙한 수준에 달하게 되면, 초음파 주파수로 작동시켜 안전하게 사람이나 물체를 스캐닝하거나 혹은 의료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극도로 좁은 음파 주파수 대역은 고도로 정밀한 측정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3.03.29 ⓒ ScienceTimes


사회적 고립은 외로움보다 해롭다!

사회적 고립은 외로움보다 해롭다!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22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지성인은 개인주의의 유혹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고독은 활력을 불어넣지만 고립은 우리를 무기력하고 메마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공부하는 삶’

얼마 전 서점에 들러 새로 나온 책들을 구경하다가 표지가 누런 재생지라 오히려 눈에 띤 책을 집어 들었다.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라는 프랑스 신학자가 쓴 ‘공부하는 삶’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원서는 거의 100년 전인 1920년에 나왔다. 이렇게 오래 된 책이 뒤늦게 번역된 사유가 궁금해 역자 서문을 읽어보니, 이 책은 서구권에서 소위 지성인이 되는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지침서로 오늘날에도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한 권 사 읽고 있는데 예상대로 지적인 삶을 살려면 시간을 잘 관리해야 하고 그러자면 쓸데없는 자리를 만들지 말라는 조언이 들어있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무익한 외출을 피하라”며 “내적 고독과 고요는 정신의 두 날개다”라고 쓰고 있다.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다음 장에서는 “현실의 감각을 유지하라”며 “지나치게 고립된 사람은 점점 소심해지고 추상적으로 변하고 약간 괴짜가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사유하는 사람인 당신은 반드시 세상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이 평정을 잃는다”고 덧붙이고 있다. 진리 탐구를 위해 헌신할 시간을 확보하되 그렇다고 책과 씨름하며 방 안에 처박혀 있지는 말라는 말이다.
▲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더 많이 구축해야 한다. ⓒScienceTimes
그런데 세르티양주의 조언은 지성인이 되려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건 아닌가보다. 1인 가족이 급증하는 현대사회에서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데, 최근 수년 사이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정신 건강은 물론 신체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는 사회적 고립이 외로움보다도 수명을 단축시키는 데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비슷한 것 아닌가?’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들겠지만 그렇지 않다. 엄밀히 말하면 둘은 상관관계는 있지만 다른 개념이다. 사회적 고립은 객관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즉 결혼 여부, 혼자 사는가 여부, 한 달에 한 번 이상 만나는 친구 숫자, 가입한 동호회 숫자, 종교 활동 여부 등을 조사해 한 사람의 사회적 고립도를 ‘산출’할 수 있다.

반면 외로움(loneliness)은 심리적 상태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도 외로움을 안 느낄 수 있고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는 대기업에서 일하면서도 외로움에 흐느낄 수 있다. 물론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대체로 외로움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난다.

고립된 사람 사망률 50% 더 높아
영국 런던대 역학·공중보건학과 앤드류 스텝토에 교수팀은 2004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영국노화장기연구(ELSA)에 참여한 6천500명의 남녀 가운데 2012년 3월까지 사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사망률에 어떤 연관성을 보이는지 알아봤다. 이 기간 동안 918명이 세상을 떠나 사망률은 14.1%다.
ⓒ강석기

연구자들은 참여자들을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 척도가 높은 집단과 낮거나 중간인 집단으로 나눈 뒤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사회적 고립도가 높은 집단은 이 기간 동안 21.9%가 사망한 반면 낮거나 중간인 집단은 사망률이 12.3%에 불과했다. 외로움의 경우는 높은 집단이 19.2%, 낮거나 중간인 집단은 13.0%로 역시 차이를 보였다. 그런데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은 나이나 소득, 건강상태와 관련이 있을 것이므로 이런 결과를 꼭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실제로 나이가 많거나 미혼이고 교육수준이 낮거나 소득이 적은 사람이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을 확률이 높다. 또 만성호흡기질환 같은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외로움도 경향은 비슷하다.

이런 의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나이와 성별뿐 아니라 재산과 교육수준, 결혼상태, 인종 같은 인구학적 요인과 암, 관절염, 우울증 등 건강지표를 따로 떼어낸 뒤 사망률에 미치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의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사회적 고립은 정도는 약해졌지만 여전히 그 자체로 높은 사망률에 상당한 기여를 하는 요소로 나타난 반면 외로움 자체는 사망률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외로움이라는 주관적인 경험은 사회적 고립과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는 주된 메커니즘이 아니다”라고 결론지었다. 그렇다면 사회적 고립의 어떤 측면이 사망률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일까.

연구자들은 생활습관이 연관성이 클 것으로 추정했다. 즉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은 흡연과 활동부족, 부실한 식사 같은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접촉이 없을 때 이런 행동에 빠져들기 쉽기 때문이다. 또 혼자 살면 급성질환이나 사고가 일어났을 때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망의 위험이 높아진다.

연구자들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둘 다를 줄이는 게 필요하지만 사망률만을 놓고 봤을 때는 사회적 고립을 줄이는 데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즉 사회적 네트워크를 더 많이 구축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과연 이게 쉬운 일일까.

논문에 나와 있듯이 미국의 경우 혼자 사는 사람의 비율은 1970년 17%에서 2011년은 28%에 이른다고 한다. 중요한 문제에 대해 상의할 사람이 없다고 대답한 사람의 비율도 1985년 10%에서 2004년 25%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사회적 고립이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런 경향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부터 사회적 고립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선구적인 연구를 진행해온 미국 하버드대 리자 버크먼 교수는 “뚜렷한 차이를 느낄 정도로 사회적 네트워크를 바꾼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진실은 사람들이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매우 서툴다는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회적 고립이 이래저래 해롭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오히려 그쪽 방향으로 급격히 진행하고 있는 사회의 변화를 무력하게 지켜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고독하되 고립되지는 말라”는 세르티양주의 ‘공부하는 삶’의 100년 전 글귀가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 kangsukki@gmail.com

저작권자 2013.03.29 ⓒ ScienceTimes


바이러스로 암을 고친다

바이러스로 암을 고친다

간암을 비롯한 유방암에 효과 입증돼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가 정치적·군사적인 성어(成語)라면 독으로 독을 다스린다는 이독제독(以毒制毒)은 의학적 성어다. 최근 바이러스를 이용한 암 치료 기술이 의학계의 새로운 화제로 등장하고 있다.

바이러스로 어떻게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을까? 오히려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무모한’ 짓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 의학사를 돌이켜보면 인류에게 희망을 선사한 대부분의 백신과 치료약들이 대부분 세균을 이용하여 우리 몸 속의 세균을 몰아낸 작품들이다. 그러니 전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 바이러스는 그 동안 진화와 진화를 거듭하면서 인류를 질병이라는 공포 속으로 몰아 넣었다. 그러나 최근 바이러스가 암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연이어 나오면서 일부 바이러스는 커다란 '효자노릇'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위키피디아

‘바이러스 종양파괴’ 새로운 암 치료기술로 등장
의학연구는 일반적으로 조심스러우면서 절제된 과정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가끔씩은 과학자들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험한다. 예를 들어 암 환자에게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주사하는 경우다. 바이러스가 암세포를 죽일 수도 있다는 실낱 같은 가능성 때문이다.

이러한 방법을 바이러스종양파괴라고 한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이 치료법은 최근에 개발된 기술이 아니다. 최소한 이미 1950년대부터 시작됐다. 가망 없어 보이는 각종 말기 암 환자들에게 당시 무해하다고 생각됐던 웨스트나일 바이러스(West Nile Virus)를 주사했다.

웨스트나일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에 치명적인 뇌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1937년 우간다의 웨스트 나일 지역 여성의 피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건강한 성인에게 감염됐을 경우 독감처럼 느껴지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도 있다. 2004년 7월 몇몇 과학자들이 알렉산더 대왕이 이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돼 사망했다고 주장해 더욱 유명해진 바이러스다.

어쨌든 이 바이러스 주사를 맞은 환자들 가운데 일부는 약간 더 호전됐고, 일부는 더 악화됐다. 그러나 이 방법은 이후 새롭게 등장한 화학요법이라는 치료법에 의해 거의 묻혀지고 말았다. 살아 있는 바이러스의 취급이나 주사와 관련된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당시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윌 스미스가 주연한 2007년도 SF 작품 ‘나는 전설이다’라는 영화가 바로 그렇다. 바이러스를 이용한 암 치료가 기대와는 달리 엉뚱한 결과를 초래한다. 바이러스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다는 줄거리다.

우두 바이러스, 간암 환자의 생명 연장시켜
그러한 바이러스 치료법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샌디에고에서 실시된 연구 예비보고서가 공개됐다. 연구원들은 한 그룹의 진행성 간암 환자들에게 우두 바이러스를 주사했다. 200여 년 전 영국의 의학자 에드워드 제너가 천연두 예방을 위해 주사했던 바로 그 바이러스다.

연구팀은 일부 환자들에게는 소량을, 또 다른 환자들에게는 다량을 주사했다.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완치가 된 것은 결코 아니다. 다량을 주사 받은 환자들이 훨씬 더 오래 살았다. 연구자들은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두 바이러스가 유익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연구다.

헤르페스와 아데노바이러스에도 주목
연구자들은 이외에 헤르페스와 아데노바이러스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헤르페스는 정확하게 말한다면 일종의 성병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다. 남녀간의 성행위나 구강 성교 등 남녀간의 성행위로 전염되고 감염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다른 경로로도 감염된다.

고대 로마시대에도 있었을 만큼 오래된 질환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우리 인류가 가장 많이 감염되어있는 질병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 인구 80%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다는 보고서도 있다. 입가에 물집이나 두드러기 같은 염증이 그런 경우다.

아데노바이러스는 위장염과 유행성 결막을 일으킨다. 상당한 연구가 이루어진 분야다. 보통 코감기 정도를 일으키는 별로 해가 되지 않는 바이러스인 아네노바이러스는 이미 유방암세포를 위축시키는 작용을 하며 이 바이러스에 항암인자인 인터페론 유전자를 실어서 투입하면 상승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996년 미국 뉴욕에 있는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센터의 밀튼 테일러 박사는 실험실 쥐에 유방암을 일으키게 한 뒤 인터페론 유전자를 갖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아데노바이러스를 유방암세포에 직접 투입한 결과 암세포가 급속도로 위축된 사실을 밝혀냈다.
▲ 과학자들은 바이러스를 이용한 암치료에서 호흡기 증상을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rcsb.org


더구나 흥미 있는 사실은 인터페론을 싣지 않고 자연상태의 아데노바이러스만을 투입했는데도 암세포가 부분적으로 축소됐다는 것이다. 이는 흔한 아데노바이러스가 암세포만을 선별적으로 죽이는 독자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한 연구다.

병으로 병을 치료하는 매력적인 논리 담겨 있어
그러나 이러한 바이러스가 어떤 방법으로 암세포를 죽이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한다. 과학적인 조작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DNA 일부를 잘라내고 결합한 뒤 암세포에게로 보낸다. 그 뒤에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가 더 잘 듣도록 만들려는 목적이다.

또 어떤 바이러스는 환자의 면역체계가 더 두드러진 염증반응을 일으키도록 조작된다. 이 같은 방식이 제각기 적극적으로 개발되는 중이다. 미국과 유럽의 여러 병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암들을 상대로 많은 실험이 실시되고 있다.

샌디에고에서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초기 발표가 숨막히는 흥분을 유발할 수도 있다. 거의 상상도 할 수 없던 치료법이 눈 앞의 현실로 다가온 듯이 느껴진다. 그리고 하나의 병으로 다른 병을 다스리는 바이러스 치료법에는 뭔가 기이하고 매력적인 논리가 숨어 있다.

짜릿한 흥분은 역시 지루한 일상적인 연구에 의해 뒷받침 된다. 하루 아침에 기발한 연구결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금물이다. 환자 수백 명을 임상실험에 등록시키고 느리고 지루한 반복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측정하고, 또 측정하고, 커다란 걸림돌을 하나 둘씩 헤쳐나가는 지루한 연구와 노력 속에서 진정한 발전이 이루어지며, 어쩌면 우리 인류에게 커다란 희망을 줄 수 있는 찬란한 빛이 탄생할 수 있다. 과학적 발전은 늘 인내 속에서 탄생한다.

부산대학 황태호 교수 암 항체까지도 개발
한편 최근 부산대학 황태호 교수 연구팀이 바이러스의 면역기전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항암바이러스’ 연구가 과학학술지 네이처 등에 소개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보도에 따르면 황 교수는 JX-594라는 바이러스를 이용해 간암 말기 환자를 치료하는 데 성공하면서 적절한 바이러스를 이용해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황 교수는 지난 20년간 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연구에 매진해 왔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올해 초 세계적인 의학저널 네이처 온라인 판 표지에 ‘진행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종양파괴-항암면역치료 효능을 가지는 백시니아 유래 JX-594의 치료 용량결정을 위한 연구’로 게재되고 뉴욕타임즈 등 해외 언론에 보도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항암 바이러스치료를 통해 말기 암환자가 회복되고, 이 환자에게서 암에 대한 항체가 발견되는 등 연구가 급진전해 노벨 의학상도 바라볼 수 있다는 다소 성급한 예측을 하기도 했다. 바이러스를 이용한 항체로 다른 암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린 것이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03.29 ⓒ ScienceTimes

2013년 3월 30일 토요일

대규모 집단의 급진적 탄생 조건 밝혀

대규모 집단의 급진적 탄생 조건 밝혀

[인터뷰] 강병남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한 집단이 소규모에서 대규모로 급진적으로 진화하는 조건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국내 연구진이 이 비밀을 밝혀냈다.

강병남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연구팀은 스위스 공과대학 Herrmann 교수와 공동으로 이 연구를 수행했으며, 그 연구결과가 '사이언스' 지 3월 8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돼 많은 주목을 받았다.

대규모 집단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대한 고찰

인간은 살아가면서 크든 작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커뮤니티를 이루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것이다. 집단의 크기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 속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으며 작은 조직이 큰 조직으로 커 나가면서 다양한 변수가 생기기도 했다.
▲ 강병남 교수(가운데)는 이번 연구를 박사과정 학생들과 함께 진행했다. ⓒ한국연구재단

강병남 교수의 이번 연구는 소규모 집단이 대규모 집단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고찰한 결과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집단의 형성을 연속적으로 천천히 진행되는데, 강 교수 연구팀은 ‘만약 거대 집단의 형성이 억압되는 상황이라면 집단은 어떤 형태로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본 연구를 시작했다.

이번 연구는 사회적 집단의 크기 변화를 물리학의 상전이 개념을 도입해 설명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서 성장이 더욱 억압받게 되고, 그 결과 생겨난 중간 크기의 집단이 일정 임계점에서 기다렸다는 듯 폭발적으로 결합해 대형 집단을 형성하는 조건을 알아내기 위해 수학모형을 연구한 것이다.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상전이 개념이란 한 물질이 다른 상으로 상태를 옮기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전류가 흐르는 전도체가 초전도상태로 옮겨지는 현상과 얼음이 물로 바뀌는 현상 등이 상전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상전이에는 연속 상전이와 불연속 상전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이 수증기로 바뀔 때 100도에 다다른 물의 밀도가 내려가고 부피가 팽창하면서 주전자 뚜껑이 열리게 됩니다. 이는 불연속 상전입니다. 더불어 자석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못이 급격한 온도 변화로 자석의 성질을 갖고, 그 강도가 온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은 연속 상전입니다. 물리학의 스미기 전이는 연속상전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스미기 전이가 불연속 상전이가 될 수 있다는 논문이 '사이언스' 지에 게재된 적이 있습니다. 이 논문에 의문을 가지면서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 이번 결과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서로를 모르는 집단, 즉 집단 간 사교(私交)를 매개할 동기가 없고 일정 구성원으로 이뤄진 집단에 성장이 억압된 시스템을 적용했을 때, 임의로 수 명을 선택해 그 중 네트워킹이 가장 약한 사람에게만 사교활동 동기를 제공하면 대규모 집단이 급진적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처럼 대규모 집단으로 형성되는 데 있어 연구팀이 주목한 역할은 바로 ‘전령(messenger)’ 이었다. 이를 물리학 개념을 이용해 설명하면, 두 도체판 사이에 도체 알갱이들을 서로 연결하는 병목(bottleneck) 현상이 만들어져야 비로소 전기가 흐르는 상전이 현상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체판 사이의 전기가 흐르는 상전이 현상처럼 사회적 집단 간에도 서로 떨어진 집단을 연결해 줄 전령(messenger)에 의해 집단 성장이 폭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그 임계점에 해당하는 조건을 찾아냈습니다.”

급진적인 전염병 확산 예방 방안 제시 可
강병남 교수 연구팀의 본 연구는 집단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임계점의 조건을 찾아낸 것인 만큼, 반대로 생각하면 대규모 그룹이 출현하는 것을 억제하는 데도 응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전염병 확산이 걷잡을 수 없는 대유행상태까지 발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 억압받는 상황 속에서 대규모 집단이 급진적으로 탄생하는 모습을 베를린 장벽에 비유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이러한 집단 형성에 관한 연구는 복잡계에 관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계(complex systems)란 어느 특정 장소에서 발생한 작은 사건이 주변의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작용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차츰 큰 영향력을 갖게 됨으로써 결국에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사건의 원인이 된다는 내용의 연구다.

실제로 자연계가 하나의 구성성분으로만 이뤄져 있지 않고 다양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얽혀있다는 점에서 복잡계 연구는 최근 중요시 여겨지고 있으며 자연과학과 수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되고 있다.

강병남 교수는 이 연구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현상에 비유했다. 초기 대규모 집단 형성을 가로막는 외부의 힘에 의해 중규모 집단 사이에 장벽이 형성되고, 이 때 중규모 집단 내부에는 아직도 독립된 소규모 집단이 존재한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어떤 조건에서는 내부의 소규모 집단이 사라지고 중규모 집단 내 결속이 강화된다. 그러다가 임계점에 도달하면 장벽은 무너지고 대규모 집단이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그 변화는 매우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만약 본 연구에서 찾아낸 ‘어떤 조건’에 대한 여건이 형성되지 않으면 내부적으로 소규모 집단이 계속 존재하면서 대규모 집단이 탄생하게 되지만, 이 경우 변화는 급작스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번 연구는 발상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정이었다. 강 교수는 “새로운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난점이었으나, 새로운 돌파구를 찾자는 우리의 시도와 연구방향이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비평형계에서 일어나는 불연속 스미기 상전이 현상에 대한 원인을 규명한 것”이며 “연구 대상이 된 수학모형은 다양한 성질을 내포하고 있어 논란이 돼 왔는데 본 연구를 통해 모든 결과를 하나의 이론적 틀에서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추후 진행해야 하는 연구가 남아있는 만큼, 이러한 문제들을 연구하면서 비평형 상태에서의 이론을 확립시킬 수 있도록 큰 줄기를 따라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3.29 ⓒ ScienceTimes


이제는 ‘입는 컴퓨터’의 시대다

이제는 ‘입는 컴퓨터’의 시대다

SXSW에 등장한 웨어러블 컴퓨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표작 ‘트위터’의 데뷔 무대, 위치기반서비스(LBS)의 기린아 ‘포스퀘어’가 첫선을 보인 곳, 인터넷 신생벤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독특한 패션과 행동으로 경쟁을 벌여 ‘괴짜들의 봄방학’이라 불리는 행사가 매년 봄이면 미국에서 열린다.

▲ 지난 8일부터 17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융합 페스티벌 'SXSW 2013'이 열렸다. ⓒsxsw.com
음악, 영화, 인터랙티브 등 3개 분야의 따끈따끈한 신상품을 선보이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이하 SXSW)’ 페스티벌이다. 1987년 음악 축제를 시작으로 1994년 영화와 인터랙티브 분야가 추가되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SXSW는 남쪽에서 남서쪽으로 약간 방향을 튼 남남서(南南西)를 가리키는 말이다. 미국의 중심에서 남남서 쪽에 위치한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행사가 개최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59년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를 패러디했다.

지난 8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 ‘SXSW 2013’ 행사 중 인터렉티브 축제에서는 소셜미디어보다는 하드웨어가 강세를 보였으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신기술을 선보였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옷처럼 입고 신발처럼 신는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였다.

목소리로 소통하는 신발 컴퓨터 ‘토킹 슈’

구글은 컴퓨터가 내장되어 목소리로 소통하는 신발 ‘토킹 슈(Talking Shoe)’를 공개했다. 가속도, 회전,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와 스피커를 내장하고 있어 착용자의 몸 상태를 체크해 일일 권장 운동량을 목소리로 알려준다. GPS 기능도 탑재해서 운동이 끝나면 경로와 소모된 에너지 등 결과를 스마트폰으로 무선 전송한다.

재미있는 점은 몸을 움직이는 정도에 따라 적절한 문장을 들려주며 운동 욕구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발을 신고 벤치에 앉아 있으면 “진짜 지루하다”고 말하고, 걷다가 멈추면 “조각상이야 왜 가만히 서 있어” 하고 핀잔을 준다. 신기록을 세우면 SNS에 알아서 글을 올린다.

아디다스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된 이 제품은 아직 상용화 계획이 없지만, 웨어러블 컴퓨터가 생활 곳곳에 파고들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자세한 기능은 동영상(http://youtu.be/VcaSwxbRkcE)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안경처럼 쓰고 다니는 ‘구글 글래스’

구글은 안경 컴퓨터 ‘구글 글래스(Google Glass)’의 업그레이드 버전도 공개했다. 페스티벌 참가자들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에 이어 ‘입는 컴퓨터’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 구글은 최근 개발한 안경 컴퓨터 '구글 글래스'의 업그레이드 된 기능을 공개했다. ⓒGoogle
올해 안에 시제품으로 판매될 구글 글래스는 카메라와 마이크가 부착된 컴퓨터를 탑재하고 있다. 안경처럼 쓰기만 하면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녹화할 수 있다. 또한 얼굴이나 물체를 인식하는 기능을 내장하고 있어 주변 사물에 대한 정보를 눈앞에 띄워준다.

처음 가보는 동네에서는 내비게이션을 실행시켜 화살표만 따라가면 되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선 통신 기능도 갖추고 있어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전송하거나 검색 결과를 안경 화면에 띄우기도 한다.

동영상(http://youtu.be/9c6W4CCU9M4)으로 제작된 실제 사용법을 보면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구글 글래스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프로그래머들에게 개당 1천500달러(우리돈 약 160만원)에 판매되었다.

이번 SXSW에서는 구글 글래스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과 장치들이 속속 등장했다. 음성인식 애플리케이션과 언어 변환 프로그램은 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문자메시지를 읽거나 보낼 수 있게 해준다. 음성 명령만으로도 메일을 작성하고 내용을 수정해서 발송할 수 있다.

상대방이 외국어를 말하면 구글 글래스가 번역해 착용자에게 귓속말로 전달한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고 글자를 삽입해 인터넷에 업로드할 수도 있다. 게다가 시력 교정용 렌즈를 끼우면 눈이 나쁜 사람도 평소 쓰던 안경처럼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다닐 수 있다.

기분 읽는 헤드폰, 옷깃에 끼우는 카메라

일본 전자업체 뉴로웨어(Neurowear)는 뇌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뇌전도 센서가 부착된 헤드폰을 공개했다. 뇌파를 읽어 감정을 알아낸 뒤 그에 맞는 음악을 추천해 스마트폰으로 보낸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은 추천 음악을 재생해 헤드폰으로 보낸다.
▲ 일본 기업 뉴로웨어는 사용자의 기분을 읽고 적당한 음악을 추천해주는 헤드폰을 선보였다. ⓒNeurowear
뉴로웨어는 페르시아 고양이의 두툼한 꼬리 모양을 한 장치로 눈길을 끌었던 기업이다. 꼬리 장치를 허리에 착용하고 길을 나서면 뇌파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읽는다.

GPS가 내장되어 있어 특정 장소에서 느꼈던 기분을 스마트폰의 지도에 표시하고 다른 사용자들과 SNS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 (동영상 참조 : http://youtu.be/qvHcBq7UaY0)

스웨덴의 벤처기업 ‘메모토 AB(Memoto AB)’가 개발한 입는 디지털카메라 ‘메모토 미니’도 눈길을 끌었다. 메모와 포토의 합성어로 이름을 붙인 이 카메라는 가로세로 3.6센티미터에 두께 0.9센티미터의 작은 크기다. 뒷면에 클립이 달려 있어 셔츠 주머니나 점퍼의 옷깃에 끼울 수 있다.

메모토를 끼우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 5백만 화소로 30초마다 한 장씩 자동으로 사진을 찍는다. GPS가 내장되어 있어 지도상의 위치도 알아서 기록한다. 한 번 충전하면 4천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주머니 속에 넣으면 저절로 전원이 꺼진다. USB를 통해 컴퓨터에 연결하면 사진이 클라우드 서버로 업로드된다. 저장된 사진은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동영상 참조 : http://youtu.be/4sVvCvIop7w)

향후 2~3개월 안에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며 가격은 279달러(우리돈 약 30만원)다. 제조사는 아이디어만으로 55만 달러(우리돈 약 6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웨어러블 컴퓨터의 종류가 늘어나면 우리의 생활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한편으로는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도 있다. CCTV처럼 자신도 모르게 촬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법안에 구글 글래스도 포함시킬 예정이며, 스웨덴에서는 사진법을 개정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신체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신설할 계획이다.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03.29 ⓒ ScienceTimes


우리나라의 근본은 하늘이다

우리나라의 근본은 하늘이다

박석재의 하늘 이야기 (1)

 
 
과학에세이
▲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박석재
인천공항에서 서울 방향으로 자동차를 타고 들어오다 보면 바로 옆 공항철도 레일이 보인다. 주의 깊게 보면 자동차는 우측통행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기차는 좌측통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왜 우리나라는 자동차와 기차가 다니는 방향조차 통일하지 못했을까? 세계적으로 이런 나라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처럼 자동차와 기차가 모두 좌측통행했지만 해방 후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자동차가 우측통행하게 됐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 역사의 굴곡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러다보니 서울 지하철 노선 중에도 국철과 연결되는 것은 좌측통행을 나머지 노선은 우측통행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와 기차는 서로 충돌할 일이 없으니 굳이 통행방향을 통일할 필요가 없다고 치자. 하지만 오랫동안 시행됐던 ‘사람은 좌측통행 자동차는 우측통행’ 교통체계는 정말 문제가 많았다. 왜 사람과 자동차가 통행방향이 달라야 하는가. 룰은 간단할수록 좋은 것 아닌가. 자동차가 우측통행을 하는 나라에서는 횡단보도에서 오른쪽으로 건너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 왜냐하면 횡단보도에 들어서는 순간 자동차가 왼쪽에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좌측통행하던 시절 우리나라 횡단보도에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2개의 화살표가 등장하게 됐다.
▲ 횡단보도에 그려진 2개의 화살표 ⓒ박석재

횡단보도를 건널 때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걷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단편적 처방이, 속된 말로 이런 ‘땜빵’이 도대체 어디 있는가. 나는 이것이 참 창피하게 느껴졌다. 외국인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웠다. 하지만 사람과 자동차의 통행방향을 모두 우측으로 통일한 지금 이 2개의 화살표는 우측통행을 계몽하는 품격 높은 것이 됐다. 화살표의 팔자가 확 바뀐 것이다. 이제 횡단보도에서 이 화살표들을 지워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일은 근본을 바로잡아야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된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근본은 무엇일까? 하늘이다. 우리나라는 하늘을 빼면 설명이 되지 않는 나라인 것이다. 즉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는 하늘을 바로 알면 모두 해결될 수 있다. 하늘에 물어보면 되는 것이다.

우리 태극기가 5천500년이나 됐다는 사실을 아는가? 세계 어떤 나라가 5천 년이 넘은 국기를 가지고 있을까? 아마 인류 4대 문명 발상지에 있는 나라들도 그렇지 못할 것이다. 이게 다 누구 덕분이겠는가? 훌륭한 조상님들 덕분이다. 우리 민족의 하늘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태극기는 세계의 수많은 국기 중 유일하게 ‘우주의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만큼 신나고 자랑스러운 일이 어디 있는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공휴일은 개천절, 즉 ‘하늘이 열린 날’이다. 애국가에는 ‘하느님’, 즉 ‘하늘님’이 나온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근본이 되는 모든 것들이 하늘에 닿아 있다. 우리 민족은 스스로 ‘천손’, 즉 ‘하늘의 자손’이라 여겼던 것이다.

순수한 우리말 ‘해’와 ‘달’을 생각해보자. 한 해, 두 해, …하는 해가 바로 하늘의 해요, 한 달, 두 달, …하는 달이 바로 하늘의 달이다. 즉 지구가 해를 한 바퀴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한 해요, 달이 지구를 한 바퀴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한 달인 것이다. 보름달이 떴다가 다음 보름달이 다시 뜰 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저작권자 2013.03.29 ⓒ ScienceTimes


2013년 3월 29일 금요일

학교현장 적용성 높은 STEAM교육 찾는다

학교현장 적용성 높은 STEAM교육 찾는다

2013년 융합인재교육 교사연구회 오리엔테이션




“과학은 무조건 싫다던 우리 아이가 스스로 과학 분야의 책을 찾기 시작했고, 이공계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2011년 창의적 과학기술인재대국을 위한 제2차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에 따라 도입된 융합인재교육을 지난 2년간 실시한 결과를 보여주는 학부모의 말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2011년부터 전국 스팀리더스쿨 96개, 교사연구회 217개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STEAM교육 연수자가 약 4만 명에 달하는 등 융합인재교육을 앞장서 이끌어 왔다.

특히나 STEAM교사연구회는 STEAM 교육전문가와 함께 현장 적용성이 높은 STEAM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현장컨설팅과 월례워크숍, 성과발표회를 운영하면서 STEAM교육의 폭을 넓혀왔다.

때문에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올해에도 초등 97개, 중학 40개, 고교 42개 등 총 180개의 STEAM교사연구회를 선정하고, 교사들의 STEAM 교육 역량 강화는 물론 창의적이고 새로운 STEAM교육 콘텐츠 개발을 통해 STEAM교육을 일선학교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2013년 180개 STEAM교사연구회
이를 위한 2013년 융합인재교육(STEAM) 교사연구회 오리엔테이션이 지난 28일 재단 대연수실에서 열렸다.
▲ 2013년 융합인재교육 교사연구회 오리엔테이션이 28일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열렸다.  ⓒScienceTimes

이날 정진수 단장(융합교육정책단)은 STEAM 운영학교가 일반 학교에 비해 과학에 대한 흥미도가 높게 나타난 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STEAM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보다 유연하고 융합적인 사고를 하고 있으며 스스로 생각하고 연구하려는 태도를 갖게 됐다”고 학생들의 변화를 소개했다. 그러나 “이처럼 학생들의 흥미, 기대, 관신 측면에서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지만 학업 성취도 면에서 향상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좀 더 지속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향숙 실장(융합교육기획실)은 STEAM교육 기준과 제도화에 관련된 내용을 소개했다. 즉 STEAM교육 기준은 과학, 수학, 공학, 기술, 예술 중 2개 이상의 교과 혹은 요소를 포함하되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와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과학 내용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조 실장은 “STEAM교육에는 상황제시, 창의적 설계, 감성적 체험이라는 STEAM학습 준거틀을 포함해야 한다”며 “학생이 문제 해결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하고 학생 스스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창의적 설계를 통해 학생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성공 경험의 감성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수사례 발표로 교사들에게 ‘실질적 도움’
특별히 이번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지난해 STEAM교사연구회로 활동한 6개 팀의 우수 운영사례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 올해 새롭게 교사연구회로 선정된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올해로 3년째 STEAM교사연구회를 운영해 온 울산 효정중학교 이태경 교사는 “2011년에는 창의인성과 연계한 'Easy & Fun STEAM'을 통해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긍정적 태도 함양에 주력했고 지난해에는 소통을 통한 STEAM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이 교사는 STEAM교육을 실제 교육과정을 통해 진행함에 있어서 어려움이 다소 있기 때문에 토요일이나 방과후 협력 수업 등 새로운 형태의 교육과정을 구성해 보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제안하면서 “자료 개발 위주의 활동보다는 깊이 있는 STEAM에 대한 본질적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지난해 우수사례 발표에 집중하고 있는 STEAM교사연구회 교사들  ⓒScienceTimes

우수사례 발표뿐 아니라 이날 오리엔테이션에서는 2013년 교사연구회로 선정된 4개 팀이 연구계획과 운영방향을 발표해 참여 교사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기도 했다.

‘내가 만든 악기로 앙상블 연주를 하다’라는 주제로 올해 STEAM교사연구회에 참여한 전남 고성중학교 홍경환 교사는 “우리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전통예능교실을 특색사업으로 운영해 학생들이 서(書)·화(畵)·창(唱)에서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이를 교과중심 STEAM 수업모델 개발에 적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를 통해 음악에 대한 과학, 공학의 융합으로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유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타 교과와의 융합적 사고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저작권자 2013.03.29 ⓒ ScienceTimes


숭례문 복원에 숨겨진 과학

숭례문 복원에 숨겨진 과학

전통기와 사용하고 현판도 원형 되찾아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우리나라 국보 1호 숭례문이 드디어 다음 달이면 복원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지난 2008년 2월 10일 화재가 난 이후 5년여 만이다. 서울 도성의 남쪽 정문이어서 통칭 남대문이라고 불리는 숭례문은 현존하는 한국 성문 건물로서는 규모가 가장 크며, 서울의 목조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기도 하다.

복원 공사에는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투입됐다. 신응수 대목장(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을 비롯해 단청장 홍창원(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번와장 이근복(중요무형문화재 제121호), 제와장 한형준(중요무형문화재 제91호) 등이 바로 그들.

복구 비용만으로 총 153억원이 들어갔으며, 화재 사후수습 비용까지 포함하면 전체 복구비용으로 총 245억원이 소요됐다.
▲ 다음 달에 복원 공사가 마무리되는 숭례문의 웅장한 모습.  ⓒ연합뉴스

숭례문 복구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 무덤인 강원도 삼척 준경묘 일대의 금강소나무가 사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나무는 강한 생명력만큼이나 강도도 뛰어나 건축재로서 많이 사용되었다. 특히 줄기가 곧게 뻗어 자라는 금강소나무는 나이테의 폭이 좁고 재질이 치밀하여 건축재로서 뛰어난 재질을 가지고 있다.

금강소나무의 경우 위에서 누르는 힘을 견뎌내는 압축강도가 일본의 대표 건축재인 편백보다 15% 이상 강하고, 휨강도는 7% 정도 더 강하다. 때문에 금강소나무는 궁궐 건축에서 필수적인 목재로 사용되었다.

다음 달 말에는 숭례문 복구 기념주화도 발행된다. 액면금액 5만원의 은화로 발행되는 이 기념주화의 앞면에는 복구된 숭례문과 새로 복원되는 성곽이 새겨지며, 뒷면에는 조선시대 왕권을 상징하는 문양인 수막새 기와의 봉황문이 배치된다. 지난 11일부터 기념주화의 사전예약 접수를 받은 결과 1주일 만에 사전접수 물량을 초과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숭례문 복원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복원과정에서 어떤 과학적 방법이 동원되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95년(태조 4)에 착공해 1398년(태조 7)에 준공된 숭례문은 1447년(세종 29) 개축하고 1479년(성종 10)에 대규모의 보수공사를 거쳤다. 근대 들어서는 1961~1963년 해체 보수 공사를 한 바 있다.

나무 썩지 않게 하는 전통기와 재현
이번 복원 공사에서는 1960년대 초에 있었던 해체 보수 당시의 도면을 비롯해 발굴 조사, 고증 연구, 옛 사진 자료 등을 참고해 최대한 원형대로 복구되었다. 또 하나 이번 복원 공사에서 유용하게 사용된 자료는 지난 2002년 3D 레이저 스캔 기술로 만들어진 실측자료이다.

물체에 부딪히면 반사돼 돌아오는 레이저의 성질을 이용한 이 기술로 건물을 촬영하면 컴퓨터에서 수 ㎛의 정확도를 지닌 3차원 설계도면을 만들 수 있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화재 이후 이 기술의 중요성을 절감해 창덕궁 인정전, 경주 안압지, 월인석보 목판 등의 문화재에 대한 3D 레이저 스캔 작업을 추진했으며, 올해는 경주 석빙고 등도 스캔 작업을 할 계획이다.

화재 이전의 숭례문 지붕을 덮고 있던 기와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이었지만, 이번 복구에서 전통기와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과학 덕분이다. 문화재청은 전통 기와를 복원하기 위해 전국 191개 가마에서 구워낸 기와들의 성능을 테스트해 조선시대의 대표가마인 등요가 가장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숭례문 기와의 화학 조성비를 조사해 가장 유사한 흙이 장흥의 것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처럼 등요에 직접 가마를 제작해 장흥의 흙으로 구워낸 전통기와는 공장에서 만든 기와보다 수분 흡수도가 높아 나무를 잘 썩지 않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사건 이후 안전하게 떼어내는 과정에서 지면으로 떨어져 심하게 손상됐던 숭례문 현판도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 의해 원래 모습으로 복원됐다. 센터에서는 X-레이 조사로 목재의 내부 결함을 파악하고 고정용 못의 위치를 확인한 후 현판을 완전히 해체해 재접합하는 과정을 거쳤다.

최대한 원래 목재를 다시 사용했으며, 훼손 정도가 심한 테두리목을 새로 제작한 것. 이 과정에서 양녕대군의 사당인 지덕사에 소장된 탁본이 원래의 현판 글자체임을 밝혀내, 한국전쟁 이후 보수작업으로 달라진 현판 글씨도 원형을 찾게 되었다.

2009년 문을 연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훼손된 문화재를 보존 및 복원하며 관련 인재를 양성하는 곳으로 현재 70여 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그밖에 단청 또한 전통 안료로 새로이 칠해졌으며, 용마루의 길이도 1961년 해체 전의 도면과 옛 사진자료를 토대로 1미터 정도 늘어났다. 사용됐던 부재들도 될 수 있으면 재활용해 원형 그대로 재현했는데, 화마를 이겨낸 목재의 경우 강도 테스트를 거치고 약화된 부위는 강화 처리를 한 뒤 재사용되었다.

문화재 보존과학은 종합학문
화재 사건 이후의 잔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면서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사실도 밝혀졌다. 충북대 목재․종이과학과 박원규 교수팀이 숭례문 목부재 68점의 나이테 연대를 측정한 결과, 1866년경(고종 5)에도 대대적인 지붕 공사가 있었으며 조선 태조 때 사용됐던 건축양식의 목부재를 알아낸 것.

이처럼 나이테를 분석해 고건축물이나 고가구의 제작 연대를 밝히거나 기후, 산불, 토양침식, 가뭄 등 과거의 환경정보를 얻어내는 것을 ‘목재연륜학’이라 한다. 박원규 교수는 예전에도 목재연륜학적인 조사를 통해 우암 송시열의 송자고택이 증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내 논란을 잠재운 바 있다. 대전광역시 동구 소제동에 위치한 송자고택은 기둥이 두 가지 양식을 지녀 나중에 증축된 것이라는 논란을 낳았었다.

박 교수팀은 나이테의 시간 조각들을 이어 붙여 1170년부터 2010년까지 840년 치의 한반도 소나무 나이테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있는데, 이번 숭례문의 목부재 분석도 이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처럼 문화재를 복원하고 보존하는 데 필요한 과학 분야 일체를 문화재 보존과학이라 한다. 문화재 보존과학은 문화재의 연원을 밝히는 고고학과 역사학, 미술사학부터 물질의 변성을 연구하는 화학, 미생물로 인한 피해를 막는 생물학, 구조적인 특성을 규명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재료공학 등 매우 다양한 학문이 필요하다.

복원 공사 중 숭례문에는 아시아 각국의 많은 문화재 연구가들이 다녀갔다. 그들은 이곳에서 두 번 놀랐다고 한다. 하나는 이 같은 문화재가 어떻게 한순간에 불타버릴 수 있는지에 놀라고, 또 하나는 첨단의 문화재 보존과학 기술에 의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복원되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다음 달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국민에게 돌아오는 숭례문이 우리나라 문화재 보존과학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3.29 ⓒ ScienceTimes


2013년 3월 28일 목요일

진보와 보수는 뇌가 결정한다?

진보와 보수는 뇌가 결정한다?

활성화되는 두뇌 영역이 서로 달라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의 민주당과 보수의 공화당은 상대방 지지자들을 설득하여 마음을 돌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한다. 물론 공개된 비용이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이러한 선거운동의 효과에 냉소적이다.

그러한 선거 운동이 큰 효험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정치적 성향이 대체로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령 보수의 공화당 지지자에게 진보적인 가치관을 갖도록 설득하는 것은 부질없는 헛수고가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우파 또는 좌파, 부드럽게 표현해서 보수와 진보가 되는 것은 타고난 운명이라는 뜻이다.

일부 과학자들, 천문학적인 선거비용 효과에 회의적
▲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인 성향은 후천적인 요인보다 뇌 부위의 활성화와 관련이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procon.org

사람의 정치적 성향은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이제까지 통설이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이나 경험 등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아주 비근한 예를 한가지 들자면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 그리고 부유한 환경 등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으로 뇌의 비밀이 풀리면서 정치적 성향은 환경적 요인보다 선천적으로 타고 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경과 함께 정보전달물질인 호르몬의 작용이나 심지어 유전적 요인도 크다는 연구결과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과학자들은 최근 뇌 구조에 의해 정치적 성향이 보수인지, 진보인지를 알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두뇌를 MRI로 스캔해 보면 진보적인 성향과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의 뇌의 활성화되는 부분이 다르다는 것이다.

뇌 촬영 사진으로 보수와 진보와 구별 가능
이는 영국 엑시터 대학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대학(UCSD)의 공동 연구팀이 남성 35명과 여성 47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투표 기록을 살펴보고 뇌 속을 스캔해서 비교 분석해 도출한 결과다.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연구팀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들을 진보 성향으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보수 성향으로 분류했다. 연구팀은 이들이 도박을 할 때 뇌의 활동에 있어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관찰했다. '누구를 찍을 것인가?'하는 선택의 문제를 도박과 같이 위험 요소가 내포된 결정으로 본 것이다. 그 결과 도박을 할 때 감수하는 위험의 크기에서는 양 측 간에 별 차이가 없었다.

차이는 활성화되는 영역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보상이나 불안, 위험을 무릅쓰는 결정을 하는 것과 관련된 뇌의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감정 및 체내의 신체 신호와 관련된 부분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관찰됐다.

미국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뇌기능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판돈을 거는 도박을 시켜 본 결과 진보는 뇌의 좌측 섬엽을, 보수는 우측 편도체(amygdala)를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진보와 보수 모두 감수해야 위험을 받아들이는 데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위험이 내포된 과제를 수행할 때 이들의 두뇌활동은 놀랄만한 차이를 보였다.

좌측 섬엽은 사회성 및 자아인식과 관련된 영역이다. 우측 편도체는 뇌의 중독중추로 신체의 `싸울까, 달아날까' 결정 영역이다. 편도체는 뇌의 중심부 쪽, 해마 끝부분 쪽에 달려 있다. 생존을 위한 원시적인 감정(분노, 증오, 기쁨 등)을 관장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계기로 어떤 영역에서 뇌 활동이 활발한지를 보는 것만으로 실험 대상자가 민주당을 지지하는지, 공화당을 지지하는지 82.9%의 정확도로 맞힐 수 있었다고 장담했다. 뇌를 읽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오래 전부터 사용돼 온 전통적인 정치학 모델, 즉 부모가 어느 정당에 속해 있는지를 통해 개인의 소속 정당을 예측하는 방식은 정확도가 69.5%에 불과했다. 또 뇌 구조의 차이를 근거로 정치 성향을 밝히는 방식은 정확도가 71.6%로 나타났고 유전자 차이로 정치적 성향을 예측하는 방식도 새 방식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졌다.

연구진은 "유전적 소질이 정치 이념과 정당정치 참여 강도에 차이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것이지만 그보다는 섬엽과 편도체 활동으로 설명되는 차이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당 가입과 당파적 환경 참여가 유전적 영향보다 훨씬 크게 뇌를 바꿀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다렌 슈라이버 교수는 “전통적인 정치과학보다 두뇌 스캔을 통해 정치적 성향을 더 정확히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보수-진보 성향을 판별하는 지표에 대해서는 상당한 연구가 있었다. 한 연구에서는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진보적인 이들보다 성격이 까다로운 편이라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정치적 성향은 진보와 보수 두 가지가 아니라 더 다양하게 존재해
정치적 성향이 뇌 영역에 따라 결정된다는 연구는 또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의 료타 카나이 교수는 정치적인 태도와 관점 차이 등이 뇌 구조와 연관성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20~30대의 성인 90명을 대상으로 정치적 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들의 뇌를 자MRI로 촬영했다.

설문 결과,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자유주의적 진보라고 밝힌 사람들은 뇌 전두엽 한가운데 있는 전대상회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전대상회피질은 습관적인 반응이 아닌 새로운 반응을 해야 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우측 편도체가 더 컸는데 이곳은 공포와 혐오에 관여한다. 그러나 연구진은 “정치적인 관점은 진보와 보수 두 가지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더 다양하게 존재하며, 정치적 관점이 다르면 뇌 구조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보수 성향과 진보 성향을 보이는 사람의 유전적 차이까지 규명하는 실험도 이루어지고 있다. 진보와 보수를 생물학적인 차이로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곧 올 수도 있을 듯하다.

생물다양성처럼 정치성향도 다양해야
이러한 생물학적인 차이는 왜 자신이 속한 계층을 대변하지 않는 정당을 지지하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자신은 서민임에도 친기업 정책을 펴고 간접세를 올리겠다는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가 있다. 또 반대로 부자이면서 서민을 위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정당을 지지하기도 한다.

인터넷 토론방을 보면 이처럼 자신이 속한 계층과 상반되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이해 못하겠다고 상대방을 공격한다. 그러나 정치적 성향의 차이가 뇌 구조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면 이러한 선택을 이해할 만하다. 진보나 보수 그 자체는 공격대상이 아니다.

오랫동안 공동체 생활을 이어온 인류는 생존하기 위해서 부족 구성원이 다양할 필요가 있었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변화에 민감한 젊은이들과 기존의 질서를 지키며 공동체를 안정시키는 연장자 모두 필요한 구성원이었다.

우리는 생물다양성이 점차 사라져간다는 것을 걱정하고 아쉬워한다. 다양성이 풍부해야 생태계가 건강하다. 마찬 가지다. 정치적 성향 역시 다양해야 우리가 사는 사회가 건강하다. 보수와 진보의 해묵은 정치적 싸움은 마치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거나 마찬 가지이기 때문이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03.28 ⓒ ScienceTimes


수은 함유 폐기물 안전관리 강화한다

수은 함유 폐기물 안전관리 강화한다

‘수은 함유 폐기물 관리체계 개선 추진계획(2012∼2016년)’




1956년 일본의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 메틸수은이 포함된 조개 및 어류를 먹은 주민들에게서 집단적으로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 문제가 되었던 메틸수은은 인근의 화학 공장에서 바다에 방류한 것으로 밝혀졌고, 2001년까지 공식적으로 2265명의 환자가 확인되었다. 공해병의 대명사로 불리는 ‘미나마타병’의 전말이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수은함유 폐기물로 인한 국민건강 피해를 방지하고, 추진중인 국제수은협약에 대비하기 위해 ‘수은 함유 폐기물 관리체계 개선 추진계획(2012∼2016년)’을 마련해 실시한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세계 9위 수은 배출국
우리나라는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세계 9위의 수은 배출국으로 수은에 의한 국민건강 위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나 가정이나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수은 함유 폐기물(폐제품)은 일반 생활폐기물과 대부분 섞여 배출·처리되는 등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수은 사용과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제수은협약이 오는 10월 외교회의를 거쳐 ‘수은에 관한 미나마타 협약’이라는 명칭으로 체결되면, 국내 폐기물 분야에서는 수은 함유 폐기물 분류부터 전반적인 관리체계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상태다. 국내 폐기물관리법에서 용출시험 결과 수은 농도 0.005 mg/L 이상일 경우 지정폐기물로 지정해 관리하지만, 관리기준이 세분화되어 있지는 않은 실정. 그 결과 형광등, 온도계, 혈압계 등의 수은 함유 폐제품이 일반폐기물과 동일하게 배출되는 과정에서 파손으로 수은 유출사례 발생하고 있다.
▲ 폐형광등 안에는 수은(평균 25mg/개당) 등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반드시 안전처리 해야하는 품목으로 2004년부터 재활용품으로 분류, 전국적으로 분리수거를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환경부와 환경과학원은 우선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수은 함유 폐기물 배출 실태 등에 대한 기초조사로 선진국의 관리사례와 국내 배출원별 배출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다.

9개 업종 30개 배출사업장 1차 조사
2012년 1차 기초조사로 선행연구 여부, 국내시설 가동 여부 등 우선순위 선정기준에 따라 수은 함유 폐기물 배출원 목록의 업종별 배출특성을 검토해 1순위로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등 9개 배출업종을 고르고, 이중 폐기물 배출량과 수은 함유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30개 배출사업장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9개 배출업종은 형광등 생산시설, 펄프 및 종이 생산시설,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지정폐기물 소각시설,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하수처리오니 소각시설, 산업폐수 처리시설, 병원폐수 처리시설, 폐형광등 처리시설을 포함한다.

이들 사업장에서 배출된 총 46종의 폐기물을 채취해 배출실태조사 등을 실시한 결과, 대부분 수은 함량이 저농도(수 ppm 또는 이하 수준)로 나타났으나, 일부 소각시설의 비산재 1건, 폐수처리오니 1건과 형광등 처리시설의 폐형광물질 2건에서 100mg/kg 이상의 비교적 높은 농도가 확인됐다. 동일 업종에서 배출되는 동종 폐기물에서도 채취 횟수와 시설에 따라 수은 함량의 편차가 크게 나타나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각 시설의 최근 5년간 배출되는 폐기물 배출량과 이번 조사를 통해 폐기물의 수은 함량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연간 수은 배출량을 산정한 결과, 각 업체에서 폐기물을 통해 배출하는 수은의 양은 폐기물 종류에 따라 연간 약 0.002kg~493.387kg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조사대상인 30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통해 배출되는 양을 총괄할 때 연간 약 1톤에 달하는 양이다.

배출 업종별 수은의 배출 총량 산정할 계획
환경부와 환경과학원은 이들 배출량의 상당 부분이 소각시설이나 폐수처리시설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전체적인 국내 수은 함유 폐기물의 배출 업종별 수은의 배출 총량을 산정하기 위해 향후 지속적이고 주기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2013년 ‘2차 수은 함유 폐기물의 배출실태 조사’로 60개 시설을 추가로 조사하는 등 기초조사를 계속 실시하며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수은 함유 폐기물에 대한 제도개선 연구’로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생활계와 사업장 배출물로 구분해 체계적이고 친환경인 수은 함유 폐기물 관리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2014년부터는 R&D 과제에 포함해 수은 함유 폐기물 처리기술, 수은 회수 기술 개발 및 실증화 사업 등을 추진하며 수은 회수 및 처리 기술 개발을 촉진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국제수은협약에 대비해 국내 수은 함유 폐기물의 관리 체계를 개선하고 수은 함유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과 국민건강의 위해를 방지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언스타임즈

저작권자 2013.03.28 ⓒ ScienceTimes


해양공간 이용의 첨병, 해양공학자

해양공간 이용의 첨병, 해양공학자

미래의 유망직업 (11)




미래의 유망직업   
▲ 해양공학자가 하는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해양구조물을 바다에 설치하는 것이다.  ⓒScienceTimes
현재 지구는 만원이다. 식량도 기후 변화로 인하여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채굴 가능한 석유자원의 고갈은 인류의 미래를 더욱 더 바다로 향하게 만들 것이다. 사실 인류의 활동 공간을 확대하는 방안 중의 하나는 우주탐사인데 현실적으로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실패의 확률도 매우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바다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용이 우주개발보다 적게 들고 실패의 확률도 우주보다 매우 적다고 하겠다.

주인이 아직 정해지지 않는 공해와 심해에는 광물자원과 어족자원 등이 엄청나다. 이를 개발하여 인류의 미래의 안전을 확실히 하는 것이 우주의 개발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또한 바다에 해양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은 인류의 활동공간을 더욱 넓히는 아주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먼 공상적인 이야기 일지도 모르는 수상이나 수중도시 등이 그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있다고 본다. 수중도시는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올 수 있다.

영토가 작은 네덜란드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가 두바이에 야자수 모양의 대형 인공섬을 성공적으로 건설하고 있는 것에 자극받아 만성적인 토지 부족을 해소하고 파도로 인한 내륙 침수를 막기 위해 해안에 국화(國花)인 튤립 모양의 거대한 인공섬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해양공학자가 하는 일
해양공학자가 하는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해양구조물을 바다에 설치하는 것이다. 또한 수중도시의 건설도 미래에 기대되는 일 중의 하나이다.

해양공학자는 항만개발(방파제, 항구, 부두 등의 수상구조물), 임해공업단지 조성 및 개발 등을 위한 기초 자료를 조사, 분석한다. 이를 위해 해양생물, 해양지질, 해양화학, 해양물리, 해양자원 및 해양공학 등의 전문적인 지식을 이용하여 해양환경 현황을 조사, 관측, 평가한다. 또한 해양과학기술 및 해양 정책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개발한 기술성과를 널리 보급하는 일을 한다.

해양공학자가 되는 방법
해양공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해양공학과, 해양토목학과, 해양산업공학과, 해양환경학과 등에서 관련학문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 분야 종사인력 중 일부는 수산공학 등 수산관련학과와 생물학, 화학, 물리학, 지질학 등 순수과학 전공자들도 있다.

연구개발 분야에 종사하고 싶은 경우에는 석·박사 정도의 학위가 필요하나, 산업체의 경우는 학위보다도 해양관련 자격증 소지자를 우선 선발하는 추세이다. 정부의 공무원 시험에서도 관련 자격증소지자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또는 자격증 소지자로 응시자격제한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해양에서 위험한 작업의 수행을 위해 분석적 사고, 책임과 진취성, 높은 성취 의욕, 꼼꼼함, 인내, 리더십, 자기 통제 등의 자질이 요구된다.

해양공학자의 전망
한국고용정보원은 향후 5년간 해양공학기술자의 고용이 다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양에서의 풍력, 파력 등 가능한 대체에너지자원의 개발, 해양공간의 이용, 해양물류기지의 건설, 연안 개발과 환경보전, 해양신도시건설 등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높고 해양산업이 국가전략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일본의 해일사고에 의한 피해 등으로 해안보안시설물이나 방파제, 보안시설등 해양구조물에 대한 중요성이 입증되면서 해양구조물의설계도 작성에서 시공까지의 관련 해양공학기술자에 대한 인력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진출분야는 해양 및 자원개발업체, 해저 석유개발업체, 해양구조물 설계 및 제작회사, 항만장비개발회사, 해양환경관련 업체 등의 일반기업과 정부 연구기관인 한국해양연구원, 국립해양조사원, 국립수산과학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등이다.


이일주(경산고등학교 진로진학상담부장)

저작권자 2013.03.28 ⓒ ScienceTimes

모바일 러닝…아시아지역 점령중

모바일 러닝…아시아지역 점령중

중국, 말레이시아 등 소외지역 교육에 활용



"요즘은 어디서든 편하게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은 거 같아요.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든 필요한 강의를 바로 바로 들으면서 공부할 수 있어서 학습 효율도 좋아 진답니다." 한 모바일 러닝(m-learning) 업체 광고 문구다.

모바일 러닝은 정보통신기기를 활용한 이러닝(e-learning)의 한 분야다. 다른 이러닝과 다른 점은 특정 장소에 머물지 않고 움직이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휴대용 통신기기가 발달하면서 이 같은 모바일 학습이 가능해졌다.
▲ 휴대용 통신기기가 발달하면서 모바일 러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모바일 러닝을 하고 있는 미국의 학생들.  ⓒblogs.cisco.com

노키아의 'Bridgeit' 프로그램이 있다. 전 세계 청소년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바일 러닝 프로그램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와 함께 세계 전역을 대상으로 지원활동을 벌이면서 많은 나라들로부터 호평을 듣고 있다.

한·중·일 3국 매출 아시아서 가장 높아
노키아는 학생들에게 디지털, 멀티미디어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모바일 기기와 위성기술을 결합시켰다. 학생들은 학교 위치에 관계없이 교육 자료들을 공급받을 수 있어 필립핀 섬 지역, 네팔 산악 지역과 같은 소외지역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콜롬비아 정부는 최근 문맹퇴치 사업의 일환으로 소외지역 국민들에게 25만 개의 모바일 러닝 기기를 저가로 공급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이 프로젝트가 국민들 간의 교육격차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바일 러닝의 이점을 들면 하나둘이 아니다. 교사 입장에서 보면 학생들 과제를 수집해, 평가하고, 기록하는 모든 과정을 매우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많은 학생들에게 동시 질문이 가능하고, 시험지 없이도 학생들의 수준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이점을 달고 아시아지역에서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닝 조사기관인 앰비언트 인사이트(Ambient Insight)에 따르면 2012년 아시아 지역의 모바일 러닝 매출액은 26억 달러에 달했다.

현재 매출이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는 한·중·일 3국이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매출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서 매출이 급속히 늘고 있어 오는 2017년이 되면 아시아 지역 매출만 68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국에서의 모바일 러닝 매출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산업통산자원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지난해 이러닝 산업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3세 이상 개인의 이러닝 도입률은 주춤한 반면 모바일 러닝 경험률은 30.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에서 모바일 러닝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유네스코서 모바일 러닝 적극 권장
아시아 지역에서 매출이 이처럼 늘고 있는 것은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중국처럼 영토가 광대하거나 말레이시아와 같이 열대우림이 많은 나라의 경우 모바일 러닝이 필수적이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지난 5년간 매출액이 57.5% 늘었다. 인근에 있는 태국도 같은 기간 57.5%, 베트남은 49.9%가 증가했다.

모바일 러닝에 대한 평가도 매우 좋은 편이다. 27일 유네스코(UNESCO)는 모바일 러닝에 대한 정책 안내서를 발간하고 각국 정부에 모바일 러닝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직도 많은 나라 ICT 정책이 모바일 러닝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어 내린 조치다.

유네스코는 안내서를 통해 모바일 러닝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교사를 육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투자에 앞서 전문교사 육성이 선행돼야 한다며, 각국 정부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유네스코에서 이처럼 모바일 러닝 보급에 적극적인 것은 그동안 세계 교육평준화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모바일 러닝이 유네스코 사업 취지에 적절하다고 보고 특히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지역 등을 대상으로 모바일 러닝 보급에 힘쓰고 있다.

모바일 러닝이 모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많은 부모들이 학습목적보다는 음악, 게임을 위해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자녀들을 걱정하고 있다. 모바일을 통해 사행성 게임을 하거나 폭력적이고 선정적 콘텐츠를 접속하는 경우도 자주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인위적인 부작용으로 사회가 노력할 경우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세계적으로 모바일 러닝이 순풍을 타고 거침없이 순항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3.28 ⓒ ScienceTimes


2013년 3월 27일 수요일

함께 만드는 알락달락 행복한 등굣길

함께 만드는 알락달락 행복한 등굣길

'알락달락 행복한 교실'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프로젝트 월'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초등학생들의 끼와 소질을 발굴하고 그 꿈을 이뤄줄 수 있는 대학생들의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공모하고, 지난주 그 수상팀을 발표했다. 이번 ‘알락달락 행복한 교실’ 프로그램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은 경희대 ‘프로젝트 월’의 ‘밝은 등굣길 만들기’가 차지했다.
▲ '알락달락 행복한 교실' 프로그램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경희대 국제학과 '프로젝트 월'팀 학생들. ⓒ김순강

‘프로젝트 월’은 ‘배움이 있는 곳엔 나눔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쳐온 경희대 국제대학 국제협력봉사단 Volunteer KIC에 속해 있는 조진웅, 박우성, 강신우, 조은정, 이소정, 김재윤 등 6명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배움이 있는 곳엔 나눔이 함께 있어야
“지난해 KIC에서 서천초등학교로 영어교육 봉사를 하러 갔었는데, 가는 길목들이 너무 황량하고 삭막하더라구요. 이 길을 통해 초등학교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텐데, 이 길을 지나면서 조금은 두렵거나 다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를 조금이나마 개선해 보고 싶었습니다.”

온통 회색빛인 학교 가는 길을 재미있게 바꿔 줄 수 없을까? 고민 끝에 착안된 것이 바로 ‘프로젝트 월’의 ‘밝은 등굣길 만들기’였다. 이는 먼저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아이들에게 요즘 많이 이슈화되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한 사전교육을 실시해 문제의식과 폭넓은 사고를 심어주고 경각심을 일깨운 후, 등굣길에 있는 미화가 필요한 벽을 선정해 벽화그리기를 하도록 하는 것.

이들은 8주차에 걸친 ‘알락달락 행복한 교실’ 방과후학교 활동을 통해 2가지 환경 문제를 이슈로, 2개의 벽화를 완성할 계획이다. 첫 번째 주제는 바로 ‘북극곰의 눈물’이고 두 번째 주제는 ‘사막화’다.

“무작정 벽화 그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환경문제와 우리들의 전공인 국제학을 살린 문화교류를 주제로 사전교육을 실시하려구요. 이처럼 평소 어렵게 생각해야 하거나 진지하게 여겨지는 사회문제들을 벽화에 그림으로 표현하며 함께 고민함으로써 학생들이 작은 것부터 바꿔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될 겁니다.”

멘티와 멘토로 수평적 네트워크 형성
그런데 기존 방과후 학습과의 차별적 요소는 이 같은 수업내용이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대학생 멘토와 학생 멘티가 수평적인 토론을 통해 생각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토론을 마친 아이들은 그 해결방안이나 앞으로 자신들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벽화에 그런 주제를 담을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함께 밑그림에 색을 입히고 코팅제를 발라 마무리하면 멋진 벽화가 완성되어 친구들에게 밝고 환한 등굣길을 선사하게 된다.

“아이들 주도로 작은 손과 붓 여럿이 모여서 큰 그림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통해 협동심을 키울 수 있는 것은 물론 아이들 스스로 재미없고 두렵기까지 했던 등굣길을 밝고 아름답게 변화시켰다는 보람과 성취감을 함께 심어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루하고 따분했던 교실수업을 대신해 아이들이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하고, 손으로 만져 느끼게 함으로써 아이들의 숨겨진 예술적 성향을 일깨우는 미술교육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 15일부터 경기도 용인시 서천초등학교에서 ‘알락달락 행복한 교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할 ‘프로젝트 월’ 팀은 “아이들의 등굣길을 환하게 바꿔줄 서천동 벽화들이 널리 알려지면 지역사회에 더 많은 거리미화 프로그램도 생겨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창의적 예술활동을 통한 지식과 정서 함양이라는 두 마리를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아이들과 열심히 활동하고 함께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저작권자 2013.03.27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