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7일 일요일

행복해지려는 노력의 역효과

행복해지려는 노력의 역효과

스스로에게만 집중하면 외로움 느껴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최근 사회에서 일고 있는 '힐링' 열풍 역시 행복하지 않은 자신의 삶에 대한 고찰과 반성에서 시작되었다. 잘 먹고 잘사는 삶에서 '행복'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건이 되었다. 인간에게 있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라고 볼 수 있다.

사전적 의미에서 행복(幸福)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감정이 모두 그러하듯 행복 역시 사전적 의미로 전부 해석될 수는 없다.

굳이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행복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몹시 배가 고팠을 때,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면 '행복하다'라고 느낀다. 또한 준비하던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을 때도 '행복하다'라고 한다. 이렇게 행복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스스로 행복해지려고 애쓰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자신에게만 관심을 집중하다보면 다른 사람과의 유대가 손상되고 스스로 외로워져 결국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을 감안해 본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연구결과이다.
▲ 행복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었으나, 기본적으로는 어떤 요구가 충족된 상태를 말한다. ⓒScience Times

미국 덴버대학과 UC 버클리의 공동연구팀이 '감정(Emotion)'이라는 저널을 통해 이와 관련된 두 건의 실험을 소개하였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20세에서 60세 사이 남녀 206명을 대상으로 '행복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또한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는지, 외로움은 얼마나 느꼈는지에 대해 일기를 약 2주일가량 쓰게 했다.

첫 번째 실험결과,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한 참가자일수록 스트레스성 사건을 겪는 동안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령이나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나타났다.

두 번째 실험은 '행복을 중시하면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게 되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여대생 43명에게 감정적으로 중립적인 영화의 일부분을 보여주고 자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평가하게 하였다. 다음에는 두 집단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신문을 읽게 하였다.

A그룹의 기사는 행복해지면 인간관계나 경력, 웰빙에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를 강조한 기사였고, B그룹의 기사는 '행복해지면' 대신에 '판단이 정확하면' 이라고 대체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가 동일한 내용의 기사였다. 두 집단 모두 소속감과 친밀감을 느끼게 유도하는 영화를 시청했다.

초기에는 두 집단 모두 외로움을 느끼는 정도에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영화를 모두 보고 난 후에는 행복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집단에서 외로움을 더욱 크게 느낀다고 보고한 사람이 많았다. 이 연구를 두고 실험을 진행한 연구팀은 "행복해지려는 욕망은 오히려 행복감과 웰빙 수준을 떨어뜨린다"고 분석하였다.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
헤겔이 말한 것처럼 다양한 행복이 있고, 그에 따라 행복의 정의도 다양하다. 하지만 행복에 대한 가장 인기 있는 정의는 바로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이다. 여기서 안녕(安寧)은 평안하다는 의미로 어떠한 즐거움보다는 오히려 특별한 사건이나 사고 없이 편안한 상태를 말한다.

사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또한 주관적인 만족감인 만큼 문화에 따라서도 행복은 차이가 많다. 미국과 일본의 대학생들에게 작은 타블렛PC를 나누어주고, 신호가 울릴 때마다 자신들의 감정 상태를 컴퓨터로 실시간 보고하도록 하는 실험이 진행된 바 있었다.

그 결과, 일본 학생들은 미국 학생들보다 친구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하다는 보고를 많이 했지만, 미국 학생들은 선물을 받거나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을 때 더 큰 행복을 느꼈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행복하다(happy)라는 말과 흥분된다(excited)라는 말을 비슷한 의미에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
현대인들에게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했을 때, 나라나 계층에 관계없이 '돈'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돈과 행복은 관계가 없다고 믿고 싶어 한다. 대부분 돈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애매한 결론을 내리곤 한다.

이러한 결론들은 "대부분 부유한 사람들이 평균적인 수준의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부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가난이 불행을 가져다 줄 수는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부자라고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대중적인 정서를 배반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생활만족도와 경제 수준을 고려해 보면 종종 경제수준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 생활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곤 한다. 하지만 사실 행복의 정도를 수치화하는 것이 어렵고, 경제적인 수준과의 관련성을 살펴보는 연구는 객관화하기가 어렵다. 또한 규모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인간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이 개인으로서 존재하고 있어도, 그 개인이 유일하게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과의 끊임없는 관계속에 존재하고 있다. 스스로의 행복에 집중하다 보면 결국 타인과의 관계에 소홀하게 되고, 이는 곧 자존감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스스로의 행복만큼 타인과의 관계 유지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슬기 객원기자

저작권자 2013.03.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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