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성향은 유전자가 좌우?
4가지 호르몬이 성향을 결정해
사람들이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는 투표성향은 무엇에 의해 결정될까? 진보와 보수, 그중 하나에 낙점을 찍을 때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지 정당의 정책이나 비전? 물론 그렇다. 당연히 정당의 정책이나 비전을 보고 찍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들은 진보와 보수 성향은 상당 부분 이미 태어날 때부터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생물학적·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사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바꾸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한 정치 평론가의 지적처럼 “정치적 성향을 바꾸는 것은 개종(改宗)하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라는 내용이 그 궤를 같이 한다.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유전자가 완전히 같은 일란성 쌍둥이는 이란성 쌍둥이보다 정치 성향이 비슷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여기에 반론을 제시하는 학자들도 있다. 쌍둥이가 똑같은 환경에서 자란다는 보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란성 쌍둥이는 이란성 쌍둥이보다 같은 환경에서 자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정치 성향이 더 비슷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유전자의 영향을 긍정하는 학자들도 유전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유전자에 각인된 개인의 성격이 정치 성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적, 생물학적 영향 상당부분 차지해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피터 하테미와 브라운 대학의 로즈 맥더모트 교수는 최근 기존의 여러 논문들의 내용과 증거들을 수집해서 검토한 끝에 정치적 성향의 개인차는 유전적 영향이 상당한 비중(40~60%)을 차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후천적 환경적 요인을 내세우면서 오바마의 불우한 어린 시절과 롬니의 모르몬교가 이들의 정치적 성향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물론 각자가 살아온 생활환경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겠지만 그게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러트거스 대학의 생물인류학자이자 인간행동심리 연구자인 헬렌 피셔 교수는 인간의 사고와 행동은 4가지 신경화학물질, 다시 말해서 4가지 중요한 호르몬 체계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고 줄곧 주장해온 학자다. 정치적인 성향 역시 이러한 호르몬 체계와 관계가 깊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상징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 그리고 감정조절 호르몬인 세로토닌, 몰입과 쾌락의 호르몬인 도파민 체계가 그것이다. 우리 개개인은 이 모든 체계의 독특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개인별로 어떤 특성이 다른 특성보다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피셔 교수는 테스토스테론과 연관된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사람들을 ‘관리자(directors)’라고 부른다. 에스트로겐 특성이 많이 나타나는 경우를 ‘협상가(negotiator)’, 세로토닌의 경우는 ‘건축가(builders)’, 도파민의 경우는 ‘탐험가(explorer)’라고 부른다. 그녀는 뇌 스캔과 유전학, 신경전달물질, 호르몬 체계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그러면 피셔 교수가 분석한 4가지 체계의 내용이 무엇이며 정치적 성향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살펴보자. 테스토스테론= 분석적이고 강인하며 직설적이고 정확한 걸 좋아한다. 의심이 많고 이겨야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대표적인 인물로 니콜라 사르코지, 마거릿 대처, 조지 패튼을 꼽을 수 있다.
피셔 교수는 공화당의 대선 후보였던 미트 롬니가 정확히 이런 유형이라고 지적한다. 테스토스테론은 지위에 대한 민감성, 그리고 1인자가 되겠다는 욕구와 연관이 있다. 사실 롬니는 모르몬 교회에서 높은 지위에 오르려고 열심히 일해 왔다. 자료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은 또한 낮은 사회의식과 감성인식능력의 부족과도 연관이 있다. 또 상대방과 시선을 잘 마주치지 않고 언어 유창성이 떨어지는 경향과도 연관이 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롬니는 공식석상이나 사교모임에서 자주 실수를 저질렀다. 에스트로겐= 폭넓은 시각과 대인관계능력을 지녔다. 언어능력이 탁월하고 상상력과 직관력이 뛰어나며 동정심이 많아 주변 사람을 아낀다. 대표적인 인물로 마하트마 간디, 에이브러햄 링컨, 빌 클린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에스트로겐은 여성에게만 국한된 호르몬이 아니다 남성성이 유난히 많은 남자 축구선수 중에도 에스트로겐 수준이 높은 경우가 많다. 에스트로겐의 효과는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시작된다. 전후 사정을 고려하며 전체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준다. 뛰어난 언어능력을 키워준다. 에스트로겐과 연관된 또 다른 특성 가운데 타인에게 공감하고 보살피는 능력, 그리고 직관력과 대인관계능력 등이 있다. 관대하고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능력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마음이 섬세하면서도 연약하다. 오바마가 해당된다. 링컨 대통령이 전형적인 이 타입의 인물이다. 링컨은 잘 울었다. 노예해방이 그렇듯이 억압받는 사람들을 보면 괴로워했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심사숙고 했으며, 역대 대통령 가운데 보기 드문 웅변가였다. 그러나 남북전쟁 당시 휘하의 몇몇 장군들을 단호하게 다루지 못해 커다란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세로토닌= 조심스럽고 보수적이다. 구체적이고 분명한 것을 좋아한다. 꼼꼼하고 질서와 권위를 존중하며 신앙심이 투철하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콜린 파월, 조지 W 부시 등의 인물들이 이러한 유형이다. 사회규범을 준수하고 규율을 따르며 권위를 존중한다. 도형과 수량적 측면에서 창의성을 보이며 신앙심이 투철하다. 롬니가 이 스타일이다. 그는 독실한 모르몬 신자로 교회의 지휘, 통제 체제를 존중한다. 전통적이고 보수적이다. 모르몬 교회는 교리상 절대복종의 분위기가 강하다. 롬니는 사업에서는 창의적이지만 개인생활에서는 종교와 가족을 충실히 지킨다. 이런 경향의 사람들은 공공의식도 투철하다. 이러한 성향 역시 생물학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도파민= 도파민 체계의 유전자는 생물학적으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위험을 무릅쓰며 자발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특성을 지닌다. 또 지적 호기심이 강하고 창의적이며 융통성이 많다. 적응력이 뛰어나고 낙관적인 성향이 강하다. 오바마는 서로 다른 관점을 지닌 사람들을 주변에 두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기심이 많은 본성 때문인 듯하다. 또한 여성스러운 면도 보이지만 에너지가 넘치고 활기차다. 도파민 체계와 관련된 특성이다. 어떤 사람도 무인도처럼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피셔 교수는 이렇게 충고한다.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가까이 두라.” 최근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볼 때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 더 좋은 성과를 올린다고 한다. |
저작권자 2013.03.07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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