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맛의 두 얼굴, 비밀 풀렸다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19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국내 주요 일간지가 지난 수개 월째 벌이고 있는 ‘소금과의 전쟁’이 화제다. 짜게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질적인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각종 질병으로 인한 개인의 고통은 물론이고 사회의 부담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기획에 여러 기관이나 기업체가 구내식당 식단에서 나트륨을 줄이는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짜게 먹는 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음식에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즉, 국과 찌개를 통해 소금물(다른 성분을 빼고 보면)을 다량 섭취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짜다고 느껴지지 않더라도 절대량이 일일 섭취량 권고치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여러 구내식당이 국그릇을 줄이겠다고 하는 이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짠맛은 참 독특한 미각이다. ‘간을 맞춘다’는 말도 있듯이 적당하면 음식의 맛을 돋우지만 지나치면 얼굴을 찡그릴 정도로 고약하다. 즉 소금의 양(농도)에 따라 유쾌하기도 하고 불쾌하기도 하다. 다른 기본맛인 단맛과 감칠맛은 대체로 농도에 상관없이 유쾌함을, 쓴맛과 신맛은 불쾌함을 주는 것과는 다르다.
이런 현상은 맛이 주는 정보의 성격과 관련이 깊다. 즉 단맛(탄수화물)과 감칠맛(단백질)은 영양정보이므로 먹고 봐야 하고(야생에서 영양과잉은 드문 일이다), 쓴맛(독)과 신맛(덜 익거나 상한 음식)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짠맛이 감지하는 나트륨 이온은 신경전달을 비롯해 각종 생리활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없어서는 안 되지만 지나쳐도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적당할 때 가장 맛이 좋게 느껴지게 뇌가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짜게 먹는 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음식에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즉, 국과 찌개를 통해 소금물(다른 성분을 빼고 보면)을 다량 섭취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짜다고 느껴지지 않더라도 절대량이 일일 섭취량 권고치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여러 구내식당이 국그릇을 줄이겠다고 하는 이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짠맛은 참 독특한 미각이다. ‘간을 맞춘다’는 말도 있듯이 적당하면 음식의 맛을 돋우지만 지나치면 얼굴을 찡그릴 정도로 고약하다. 즉 소금의 양(농도)에 따라 유쾌하기도 하고 불쾌하기도 하다. 다른 기본맛인 단맛과 감칠맛은 대체로 농도에 상관없이 유쾌함을, 쓴맛과 신맛은 불쾌함을 주는 것과는 다르다.
이런 현상은 맛이 주는 정보의 성격과 관련이 깊다. 즉 단맛(탄수화물)과 감칠맛(단백질)은 영양정보이므로 먹고 봐야 하고(야생에서 영양과잉은 드문 일이다), 쓴맛(독)과 신맛(덜 익거나 상한 음식)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짠맛이 감지하는 나트륨 이온은 신경전달을 비롯해 각종 생리활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없어서는 안 되지만 지나쳐도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적당할 때 가장 맛이 좋게 느껴지게 뇌가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 |
| ▲ 소금의 농도에 따른 미각 세포 반응의 차이. 0.1몰농도 미만일 때는 짠맛수용체(ENaC)가 있는 세포만이 반응해 뇌는 입맛이 당기는 짠맛이라고 느낀다. 반면 0.3몰농도 이상일 때는 짠맛수용체가 있는 세포 뿐 아니라 쓴맛수용체가 있는 세포와 신맛수용체가 있는 세포까지 모두 반응해 전체적으로 너무 짜 불쾌하다고 느낀다는 사실이 최근 발견됐다. 고농도의 염이 어떻게 쓴맛과 신맛 경로에 자극을 주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혀에 분포한 미뢰를 확대해보면 양파처럼 생겼는데 5가지 기본맛 가운데 하나의 정보를 전달하는 세포 100여개로 이뤄져 있다. ⓒ강석기 |
불쾌한 짠맛과 쓴맛, 신맛의 관계
혀가 어떻게 짠맛을 감지하는가에 대해서는 최근까지도 미스터리였다. 사실 미각 자체가 다른 감각에 비해 제대로 연구되지 않아 불과 10여년 사이에 중요한 발견이 이어졌다. 즉, 2000년 짠맛수용체가 발견됐고 2001년 단맛수용체, 2002년 감칠맛수용체의 실체가 드러났다. 2006년 신맛수용체가 발견됐고 2010년 마지막으로 짠맛수용체가 확인됐다.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일을 미국 컬럼비아대 찰스 주커 교수팀이 해냈다는 것.
그런데 사실 2010년 발견된 짠맛수용체 ENaC는 짠맛의 절반을 설명할 뿐이다. 뇌는 이 수용체가 전한 짠맛의 정보를 유쾌하다고만 해석하기 때문이다. 소금이 너무 많아 얼굴을 찡그리게 되는 건 다른 수용체를 통해 정보가 전달된 결과라는 말이다. 사실 불쾌한 짠맛은 소금(염화나트륨)뿐 아니라 염화칼륨 같은 다른 염도 농도가 높을 때 불러일으키는 감각이다. 반면 유쾌한 짠맛은 ENaC가 나트륨 이온만을 감지해 느낀다. 주방에서 염화칼륨을 쓰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면 짠맛의 불쾌함을 감지하는 수용체는 무엇일까.
![]() |
| ▲ 이번 연구를 이끈 미국 컬럼비아대 찰스 주커 교수는 2000년대 들어 5가지 기본맛 각각에 대한 미각수용체를 모두 찾아내 세상을 놀라게 했다. ⓒUCSD |
과학학술지 ‘네이처’ 2월 28일자에 불쾌한 짠맛의 비밀을 밝힌 논문이 실렸다. 역시 주커 교수팀의 연구결과다. 요약하면 뇌에 쓴맛과 신맛의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경로가 불쾌한 짠맛의 정보도 전달한다는 것. 연구자들은 먼저 불쾌한 쓴맛을 감지하는 능력을 방해하는 물질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 결과 겨자씨 기름의 한 성분인 알릴이소티오시아네이트(AITC)가 불쾌한 짠맛의 감각을 무디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물질이 쓴맛의 정보도 완전히 차단했던 것. 즉 AITC가 있으면 고농도 염의 불쾌한 짠맛이 줄어들 뿐 아니라 쓴맛을 내는 물질이 있어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이 현상을 좀 더 확실히 검증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쓴맛을 느끼지 못하는 변이 쥐가 짠맛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적정 농도에 대한 유쾌한 반응은 정상이었지만 고농도에 대한 불쾌한 반응은 약해졌다. 이 결과에 연구자들은 불쾌한 짠맛 정보의 일부가 쓴맛 정보 채널을 통해 뇌에 전달된다고 해석했다. AITC가 불쾌한 짠맛을 완전히 못 느끼게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불쾌한 짠맛의 정보는 어떻게 전달될까.
연구자들은 신맛 정보를 전달하는 경로가 불쾌한 짠맛 정보에도 관여한다고 가정하고 이를 입증하는 실험을 설계했다. 즉 신맛수용체 PKD2L1이 고장난 쥐를 만든 것. 미각 테스트 결과 예상대로 이 쥐는 신맛을 못 느낄 뿐 아니라 불쾌한 짠맛에도 둔감해졌다. 반면 유쾌한 짠맛을 느끼는 감각은 정상이었다. 그렇다면 쓴맛과 신맛 모두를 느끼지 못할 경우 불쾌한 짠맛도 느끼지 못하게 될까?
연구자들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두 변이 쥐를 교배시켜 두 미각이 다 고장난 새끼를 얻었다. 그리고 이 녀석에게 미각 테스트를 하자 정말 불쾌한 짠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불쾌한 짠맛을 감지하는 수용체의 실체가 밝혀진 건 아니지만 그 정보가 전달되는 경로는 확인된 셈이다.
기분 좋은 짠맛과 불쾌한 짠맛의 경계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체로 소금이 0.1몰농도(M) 미만일 때는 유쾌하게 느끼고 0.3몰농도가 넘으면 불쾌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국 한 그릇이 200밀리리터라고 하면 0.1몰농도일 때 소금의 양은 1.2그램이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의 하루 소금 권장섭취량은 5그램이다(나트륨 기준으로 2그램).
국의 간이 적당하다고 느껴질 때 만일 국물 양이 3분의 1로 졸아든다면 불쾌한 짠맛의 정보를 전달하는 쓴맛과 신맛의 경로를 활성화해 국이 소태처럼 느껴질 거라고 상상한다면 국을 다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을까.
이 현상을 좀 더 확실히 검증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쓴맛을 느끼지 못하는 변이 쥐가 짠맛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적정 농도에 대한 유쾌한 반응은 정상이었지만 고농도에 대한 불쾌한 반응은 약해졌다. 이 결과에 연구자들은 불쾌한 짠맛 정보의 일부가 쓴맛 정보 채널을 통해 뇌에 전달된다고 해석했다. AITC가 불쾌한 짠맛을 완전히 못 느끼게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불쾌한 짠맛의 정보는 어떻게 전달될까.
연구자들은 신맛 정보를 전달하는 경로가 불쾌한 짠맛 정보에도 관여한다고 가정하고 이를 입증하는 실험을 설계했다. 즉 신맛수용체 PKD2L1이 고장난 쥐를 만든 것. 미각 테스트 결과 예상대로 이 쥐는 신맛을 못 느낄 뿐 아니라 불쾌한 짠맛에도 둔감해졌다. 반면 유쾌한 짠맛을 느끼는 감각은 정상이었다. 그렇다면 쓴맛과 신맛 모두를 느끼지 못할 경우 불쾌한 짠맛도 느끼지 못하게 될까?
연구자들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두 변이 쥐를 교배시켜 두 미각이 다 고장난 새끼를 얻었다. 그리고 이 녀석에게 미각 테스트를 하자 정말 불쾌한 짠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불쾌한 짠맛을 감지하는 수용체의 실체가 밝혀진 건 아니지만 그 정보가 전달되는 경로는 확인된 셈이다.
기분 좋은 짠맛과 불쾌한 짠맛의 경계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체로 소금이 0.1몰농도(M) 미만일 때는 유쾌하게 느끼고 0.3몰농도가 넘으면 불쾌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국 한 그릇이 200밀리리터라고 하면 0.1몰농도일 때 소금의 양은 1.2그램이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의 하루 소금 권장섭취량은 5그램이다(나트륨 기준으로 2그램).
국의 간이 적당하다고 느껴질 때 만일 국물 양이 3분의 1로 졸아든다면 불쾌한 짠맛의 정보를 전달하는 쓴맛과 신맛의 경로를 활성화해 국이 소태처럼 느껴질 거라고 상상한다면 국을 다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을까.
저작권자 2013.03.08 ⓒ ScienceTimes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