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감정에 눈맞춘 행복한 출석부
서울 금양초 '행복 눈맞춤 출석부' 프로그램
“초능력을 가지고 싶은 ○○○입니다.”
“즐거운 ○○○입니다.” “피곤한 ○○○입니다.” 서울금양초등학교 4학년 2반 아침 조회시간. 담임교사가 이름을 부르자 조금은 황당하고, 조금은 이색적인 대답이 오고 간다.
“어떤 초능력이 갖고 싶은데?”라고 교사가 자연스레 까닭을 물어보면, 아이들은 더 재미있는 이유를 털어놓는다. “어제 졸려서 학원숙제를 덜했거든요. 전우치처럼 분신술이 있으면 제가 공부할 동안 저의 분신이 집에서 학원숙제를 마저 했으면 좋겠거든요.” 초등학교 4학년다운 황당무계한 말이라고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여기서 담임교사는 학생이 학원숙제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또 즐거운 학생은 왜 즐거운지, 피곤한 학생은 왜 피곤하지 그 까닭을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행복 눈맞춤 출석부, 정서 대면에 효과적 이 모든 것이 ‘행복 눈맞춤 출석부’를 부르면서 시작된 변화들이다. ‘행복 눈맞춤 출석부’란 서울시 교육청에서 학생들과의 감성 소통과 치유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이와 관련해 박지영 담임교사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괜히 짜증이 나는 아이들도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마주하고 표현하게 됨으로써 그것을 잘 조절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신의 정서와 직접 대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 눈맞춤 출석부’의 첫 번째 목표는 먼저 자신의 정서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기’ 연습이다. 사실 대부부의 사람들은 현재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파악하지 못한 채, 다른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다보면 부정적인 감정 중에서도 짜증, 우울, 서운함, 섭섭함, 외로움, 분노, 슬픔 등 다양한 감정으로 스스로를 세분화시켜 구분해 볼 수 있다.
그 대신에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적절한 감정형용사를 사용해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행복 눈맞춤 출석부’의 두 번째 목표다. 하지만,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고등학생들은 쑥스러워 우스갯소리로 받아넘기거나 무성의하게 “할 말 없다”고 입을 닫아 버리는 경우도 많고, 초등학생에 경우에는 아직 표현력이 부족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만한 말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준비된 것이 바로 ‘행복 눈맞춤 감정표’다. 교사와 학생 간의 감정교류로 ‘신뢰 쌓기’ 박지영 교사는 “교육청에서 활용 매뉴얼로 제시해 놓은 42개 항목의 감정 표현 형용사들을 저희반 아이들과 함께 4학년 눈높이에 맞춰 고쳤다”며 출석을 부르기 전에 그 감정표를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그러면 아이들이 알아서 ‘오늘 나와 맞는 감정 표현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면서 고르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통해 2차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바로 교사가 학생들의 감정 상태나 주변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박 교사는 “아이들이 표현하는 그들의 감정을 하나하나 듣다보면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집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되고 그러면 아이들을 지도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즉 아이들과의 감정교류를 통해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가 쌓이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박 교사가 ‘행복 눈맞춤 출석부’를 시작하게 된 까닭이기도 하다. 박 교사는 “교육의 효과를 높이려면 무엇보다 교사와 학생간의 신뢰가 필요한데, 감정 교류 없이는 신뢰를 쌓기 어렵다”며 “선생님이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면 아이들이 교사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그러면 교사가 어떤 교육을 하더라도 그것을 신뢰하고 따라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 교육청은 ‘행복 눈맞춤 출석부’로 인해 학생들은 자신과 친구들의 정서를 파악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을 표현함으로써 정서지능의 다른 영역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것을 일선 학교에 보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2013.03.15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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