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로 암을 고친다
간암을 비롯한 유방암에 효과 입증돼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가 정치적·군사적인 성어(成語)라면 독으로 독을 다스린다는 이독제독(以毒制毒)은 의학적 성어다. 최근 바이러스를 이용한 암 치료 기술이 의학계의 새로운 화제로 등장하고 있다.
바이러스로 어떻게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을까? 오히려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무모한’ 짓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 의학사를 돌이켜보면 인류에게 희망을 선사한 대부분의 백신과 치료약들이 대부분 세균을 이용하여 우리 몸 속의 세균을 몰아낸 작품들이다. 그러니 전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바이러스로 어떻게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을까? 오히려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무모한’ 짓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 의학사를 돌이켜보면 인류에게 희망을 선사한 대부분의 백신과 치료약들이 대부분 세균을 이용하여 우리 몸 속의 세균을 몰아낸 작품들이다. 그러니 전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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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러스는 그 동안 진화와 진화를 거듭하면서 인류를 질병이라는 공포 속으로 몰아 넣었다. 그러나 최근 바이러스가 암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연이어 나오면서 일부 바이러스는 커다란 '효자노릇'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위키피디아 |
‘바이러스 종양파괴’ 새로운 암 치료기술로 등장
의학연구는 일반적으로 조심스러우면서 절제된 과정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가끔씩은 과학자들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험한다. 예를 들어 암 환자에게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주사하는 경우다. 바이러스가 암세포를 죽일 수도 있다는 실낱 같은 가능성 때문이다.
이러한 방법을 바이러스종양파괴라고 한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이 치료법은 최근에 개발된 기술이 아니다. 최소한 이미 1950년대부터 시작됐다. 가망 없어 보이는 각종 말기 암 환자들에게 당시 무해하다고 생각됐던 웨스트나일 바이러스(West Nile Virus)를 주사했다.
웨스트나일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에 치명적인 뇌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1937년 우간다의 웨스트 나일 지역 여성의 피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건강한 성인에게 감염됐을 경우 독감처럼 느껴지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도 있다. 2004년 7월 몇몇 과학자들이 알렉산더 대왕이 이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돼 사망했다고 주장해 더욱 유명해진 바이러스다.
어쨌든 이 바이러스 주사를 맞은 환자들 가운데 일부는 약간 더 호전됐고, 일부는 더 악화됐다. 그러나 이 방법은 이후 새롭게 등장한 화학요법이라는 치료법에 의해 거의 묻혀지고 말았다. 살아 있는 바이러스의 취급이나 주사와 관련된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당시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윌 스미스가 주연한 2007년도 SF 작품 ‘나는 전설이다’라는 영화가 바로 그렇다. 바이러스를 이용한 암 치료가 기대와는 달리 엉뚱한 결과를 초래한다. 바이러스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다는 줄거리다.
우두 바이러스, 간암 환자의 생명 연장시켜
그러한 바이러스 치료법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샌디에고에서 실시된 연구 예비보고서가 공개됐다. 연구원들은 한 그룹의 진행성 간암 환자들에게 우두 바이러스를 주사했다. 200여 년 전 영국의 의학자 에드워드 제너가 천연두 예방을 위해 주사했던 바로 그 바이러스다.
연구팀은 일부 환자들에게는 소량을, 또 다른 환자들에게는 다량을 주사했다.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완치가 된 것은 결코 아니다. 다량을 주사 받은 환자들이 훨씬 더 오래 살았다. 연구자들은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두 바이러스가 유익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연구다.
헤르페스와 아데노바이러스에도 주목
연구자들은 이외에 헤르페스와 아데노바이러스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헤르페스는 정확하게 말한다면 일종의 성병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다. 남녀간의 성행위나 구강 성교 등 남녀간의 성행위로 전염되고 감염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다른 경로로도 감염된다.
고대 로마시대에도 있었을 만큼 오래된 질환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우리 인류가 가장 많이 감염되어있는 질병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 인구 80%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다는 보고서도 있다. 입가에 물집이나 두드러기 같은 염증이 그런 경우다.
아데노바이러스는 위장염과 유행성 결막을 일으킨다. 상당한 연구가 이루어진 분야다. 보통 코감기 정도를 일으키는 별로 해가 되지 않는 바이러스인 아네노바이러스는 이미 유방암세포를 위축시키는 작용을 하며 이 바이러스에 항암인자인 인터페론 유전자를 실어서 투입하면 상승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996년 미국 뉴욕에 있는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센터의 밀튼 테일러 박사는 실험실 쥐에 유방암을 일으키게 한 뒤 인터페론 유전자를 갖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아데노바이러스를 유방암세포에 직접 투입한 결과 암세포가 급속도로 위축된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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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자들은 바이러스를 이용한 암치료에서 호흡기 증상을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rcsb.org |
더구나 흥미 있는 사실은 인터페론을 싣지 않고 자연상태의 아데노바이러스만을 투입했는데도 암세포가 부분적으로 축소됐다는 것이다. 이는 흔한 아데노바이러스가 암세포만을 선별적으로 죽이는 독자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한 연구다.
병으로 병을 치료하는 매력적인 논리 담겨 있어
그러나 이러한 바이러스가 어떤 방법으로 암세포를 죽이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한다. 과학적인 조작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DNA 일부를 잘라내고 결합한 뒤 암세포에게로 보낸다. 그 뒤에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가 더 잘 듣도록 만들려는 목적이다.
또 어떤 바이러스는 환자의 면역체계가 더 두드러진 염증반응을 일으키도록 조작된다. 이 같은 방식이 제각기 적극적으로 개발되는 중이다. 미국과 유럽의 여러 병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암들을 상대로 많은 실험이 실시되고 있다.
샌디에고에서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초기 발표가 숨막히는 흥분을 유발할 수도 있다. 거의 상상도 할 수 없던 치료법이 눈 앞의 현실로 다가온 듯이 느껴진다. 그리고 하나의 병으로 다른 병을 다스리는 바이러스 치료법에는 뭔가 기이하고 매력적인 논리가 숨어 있다.
짜릿한 흥분은 역시 지루한 일상적인 연구에 의해 뒷받침 된다. 하루 아침에 기발한 연구결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금물이다. 환자 수백 명을 임상실험에 등록시키고 느리고 지루한 반복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측정하고, 또 측정하고, 커다란 걸림돌을 하나 둘씩 헤쳐나가는 지루한 연구와 노력 속에서 진정한 발전이 이루어지며, 어쩌면 우리 인류에게 커다란 희망을 줄 수 있는 찬란한 빛이 탄생할 수 있다. 과학적 발전은 늘 인내 속에서 탄생한다.
부산대학 황태호 교수 암 항체까지도 개발
한편 최근 부산대학 황태호 교수 연구팀이 바이러스의 면역기전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항암바이러스’ 연구가 과학학술지 네이처 등에 소개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보도에 따르면 황 교수는 JX-594라는 바이러스를 이용해 간암 말기 환자를 치료하는 데 성공하면서 적절한 바이러스를 이용해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황 교수는 지난 20년간 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연구에 매진해 왔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올해 초 세계적인 의학저널 네이처 온라인 판 표지에 ‘진행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종양파괴-항암면역치료 효능을 가지는 백시니아 유래 JX-594의 치료 용량결정을 위한 연구’로 게재되고 뉴욕타임즈 등 해외 언론에 보도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항암 바이러스치료를 통해 말기 암환자가 회복되고, 이 환자에게서 암에 대한 항체가 발견되는 등 연구가 급진전해 노벨 의학상도 바라볼 수 있다는 다소 성급한 예측을 하기도 했다. 바이러스를 이용한 항체로 다른 암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린 것이다.
저작권자 2013.03.29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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