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도 프로가 되는 가상현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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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항공대 교내에 설치된 항공교통관제 시뮬레이터. ⓒ연합뉴스 |
어둠이 깔린 대지 위에 갑자기 연막탄이 날아와 작렬한다. 일순간 섬광은 주위를 밝히지만 그것도 잠시, 어둠과 연막으로 뒤덮인 주위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됐다. 그때 갑자기 연막의 커튼 사이로 적의 육중한 전차들이 돌격을 개시했다.
병사들의 혈관 속은 전류가 관통하듯 짜릿한 긴장감이 빠르게 타고 흘렀다. 하지만 병사들은 매우 침착했다. 먼저 대전차 로켓포를 어깨에 멘 대원이 천천히 방아쇠를 당기자 다가오던 적전차는 큰 소음과 함께 멈춰 섰고, 이어 뒤따르던 적보병들이 노출됐다. 동시에 병사들의 총구가 격렬하게 불을 뿜었다. 적전차 3대 파괴, 적보병 15명 사살이 이날의 전투 성과로 기록됐다.
이는 스크린 상에서 일어난 가상의 전투상황이다. 미 육군에서 보병들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전장 시뮬레이션으로 적전차와 보병들은 스크린 상에 나타날 뿐이고, 발사되는 대전차 로켓탄은 자기장 센서에 의해 작동하는 레이저 광선이다.
하지만 실제의 대전차포에 큰 반동과 폭발하는 굉음까지 들려서 병사들은 실제 전장상황을 체험하며 갑작스런 적의 공격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운전 및 비행연습에 많이 쓰였지만, 이제는 화재, 지진, 방사능 등의 재난 상황 구현이 가능해지면서 생존 체험의 필수적인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가상현실로 전장상황 사전에 체험
시뮬레이터 내에서 병사들은 실제의 로켓포를 어깨에 메고 사격을 하지만, 자기장 센서에 의해 작동하는 레이저 광선이 스크린상의 적전차에 날아간다. 물론 압축 이산화탄소 가스로 작동하는 에어컴프레서가 총기 내부에 내장돼 반동도 있고, 내장 스피커는 심장을 덜컥거리게 하는 폭발음도 들려준다. 아울러 정확하게 조준하면 가상 목표물은 연기를 내며 파괴된다.
컴퓨터실에서 조종하는 사격 시뮬레이터의 경우, 카메라가 병사들의 앞에 펼쳐진 스크린에 실제의 전장상황을 모사한 영상이 투사해 준다. 적전차가 보병들과 함께 연막을 뿌리며 야음을 틈타서 습격하는 극단적인 전장의 공포 상황을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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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어린이가 가상가변형 조종 시뮬레이터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때 병사들은 앞에 놓인 실제의 대전차 로켓포를 들어 사격을 실시한다. 포탄에는 작약대신에 자석과 레이저 모듈이 내장돼있다. 방아쇠를 당기면 X축, Y축, Z축 등의 3축 가속도 센서가 연결된 격발 감지부에 손가락의 압력을 아날로그 신호로 전달하고, ADC 변환기에서 디지털로 변환된 신호는 제어보드에 보내진다.
제어보드는 압축 이산화탄소가 들어있는 에어컴프레서와 내장스피커에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레이저 모듈에서 스크린의 표적을 향해 레이저 광신호를 발사시킨다. 실제와 똑같은 느낌을 주는 이 장치로 병사들이 가상 전투상황을 미리 체험하는 가운데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위기에서 살아날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뮬레이션은 실제의 상황을 얼마나 정확하게 그대로 구현해 놓느냐가 중요한 기술 영역이다”고 강조한다.
예기치 않은 상황 대처 가능해
화재는 전투 못지않은 예측 불허의 상황을 만들어낸다. 가장 심각한 것이 '플래쉬오버('flashover)와 '백드래프트('Backdraft) 현상이다. 플래쉬오버는 불이 번지면서 축적된 열이 어느 시점에서 내부 전체를 순간적으로 한꺼번에 타오르게 하는 것을 일컫는 화재용어다. 또 백드래프트는 일순간에 다량의 공기들이 화재가 발생한 실내로 유입돼 급속하게 폭발하는 현상이다.
베테랑 소방관들은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문을 열다가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뜨거운 공기압력에 심각한 부상을 당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현상들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지난 2009년 (사)한국화재소방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동주택 침실의 경우 점화 후 약 5분이 경과했을 때 최대 열 방출 약 7433.3kW, 온도 1,350oC에 이르는 플래쉬오버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위험성이 있다.
한편 국내외적으로 화재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역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2월 28일 한국기계연구원과 가상현실 전문기업 에이알비전이 공동으로 개발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소방 훈련 시뮬레이터는 소방관들이 화재의 열기를 직접 느끼며 인명 구조 훈련을 할 수 있는 장치로 화재 시뮬레이터의 기술 세계를 보여준다.
이 시뮬레이터는 소방구조 활동이 가장 어렵다고 알려진 플래쉬오버 및 백드래프트 등의 화재현상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완벽히 재현, 이 돌발적인 현상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도록 개발됐다.
기계연의 최병일 박사는 "이 시뮬레이터는 일선 소방서에 근무하는 소방관 20여 명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최대한 반영된 것“이라며 ”소방관들의 화재 대응 능력을 높여 인명 구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재 시뮬레이터들 중에는 연기로 가득차고 암흑 속에서 소방대원들이 사상자와 가장 가까운 탈출구의 위치를 신속하게 찾아서 안전하게 빠져나오는 훈련 시뮬레이터도 있다. 이는 소방관들이 시뮬레이터 내에서 건물의 내부구조를 보면서 화염과 연기의 이동방향, 어둠 속에서 비상구의 위치를 찾는 훈련을 할 수 있다. “사전 체험은 위험 대처능력을 분명히 길러준다”는 것이 일선 소방관들의 말이다.
저작권자 2013.03.15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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