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4일 월요일

수학교과서 안의 이야기 천국

수학교과서 안의 이야기 천국

스토리텔링… 수학교과서 시대 개막 (상)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올 신학기부터 전국 초등학교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스토리텔링(Stroytelling) 방식의 새로 만든 수학교과서를 배포했다. 지난 ‘2009 개정 교과교육과정’에 따른 것이다.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교과서 내용이다. 교과서를 들여다 보면 마치 그림 동화책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학생들은 도깨비들과 함께 마당에 흩어진 콩알을 세어보고, 사각형ㆍ오각형 친구들이 살고 있는 도형 마을 이야기 등 흥미로운 사건들이 끊임없이 전개된다.

예를 들어 2학년 1학기 4단원은 '길이 재기'다. 이 단원은 임금님 결혼식 이야기로 시작한다. 결혼식을 앞두고 임금님 옷을 만들고 있는 재단사 이야기다. 결혼식을 앞두고 재단사에게 주문서가 도착했다. 그 안에 '팔 5뼘ㆍ다리 4뼘ㆍ발 1뼘'이라고 적힌 글이 들어 있었다.

지식 아닌, 이해력 중심 학습과정 도입
재단사가 고민에 빠졌다. '팔 5뼘ㆍ다리 4뼘ㆍ발 1뼘'이라고 적힌 내용만 갖고는 임금님의 정확한 몸 치수를 알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올 신학기부터 스토리텔링(Stroytelling) 방식의 새로 만든 수학교과서가 전국 초등학교에 배포되면서 지난 60여년간 이어져 온 수학교육 전반에 대혁신이 예고되고 있다. 사진은 새로운 수학교육과정에 따라 체험 중심의 시범교육을 하고 있는 산월초등학교 학생들.  ⓒ산월초등학교
 

그래서 학생들이 이 문제를 재단사와 함께 해결해 나간다. 길이가 무엇인지, 몸 치수를 어떻게 잴 수 있는지, 정확한 치수를 재기 위해 어떤 도구가 필요한지, 길이를 재는 단위가 왜 필요한지 등에 대해 궁금증을 해소해 나가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수학에 예술과 과학ㆍ기술 등의 여러 분야를 접목한 STEAM 교육 방식을 도입한 점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단원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면서 수학과 음악을 연계한 '유리병 실로폰 만들기'를 소개하고 있다. 길이가 다른 유리병을 배열해 실로폰을 만드는 과정이다.

맨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동안 배운 이야기들을 줄거리로 엮어내는 '이야기 만들기'로 단원을 마무리한다. 이는 읽고 쓰기 과정을 융합한 것이다.

이 책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기존 교과서와 비교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루고 있는 내용은 기존 교과서와 동일하다. 하지만 기존 교과서에서 내용을 지식 위주로 풀어갔다면, 이 책에서는 이해 위주로 풀어간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수학의 여러 개념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통해 감성적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나가고 있다. 그동안 많은 수학자들이 요구해온 만지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디자인(편집) 기법들이 동원되고 있다.

그런 만큼 책도 매우 두껍다. 이전보다 훨씬 넓어진 지면에 본분 내용이 226쪽, 부록인 준비물꾸러미가 31쪽 등 250여 쪽에 달한다. 이전 교과서가 120쪽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학생 혼자서 공부 할 수 있는 분위기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지난 2월28일 무료 과학포털사이트 ‘사이언스올(www.scienceall.com)'에 올 신학기 교육과정개편에 따라 처음 배포한 '초등학교 수학교과서 안내자료'를 공시했다.
▲ 과학포털 사이트 '사이언스올'에서 올 신학기 처음 배포한 개정 수학교과서 관련 자료들을 배포하고 있다. 학생용, 학부모용, 교사용으로 나눠 학습을 도울 수 있는 동영상 등의 내용들을 상세히 지원하고 있다.  ⓒScience All

학생용으로 제작한 '익힘책 함께 풀기', 학부모용으로 제작한 '교과서 안내자료', 교사용으로 제작한 '수업 도입 영상' 등 세 종류의 자료들이다. 학생·학부모·교사 모두 자료 열람이 가능하며, 가정 혹은 수업시간에 인터넷을 통해 즉시 사용이 가능하다.

학생용 '익힘책 함께 풀기'는 모두 동영상으로 제작돼, 집에서 복습이 가능하도록 했다. 가상의 교사가 나와 "고양이 친구들이 놀이동산에 놀러갔네요"라는 멘트와 함께 놀이동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수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학부모용 '교과서 안내자료'는 학부모가 학생을 도울 수 있도록 제작된 자료들이다.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내용들이다. 어떤 부모가 물었다. “아이가 십 모형이 9개이면 90이라 하고, 구십이라고 읽어요. 그런데 십 모형이 10개이면 100이라 하고, 십십이라고 읽으면 안되냐고 합니다.”

답변. “기발한 생각입니다. 그럼 아이에게 이렇게 물어보세요. ‘십십이 10개이면 어떻게 읽어야 할까?’ 그러면 아이들은 ‘십십십이요.’라고 대답하면서 이상하다고 말할 거예요. 십 모형이 10개이면 십십보다는 백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간단하다는 것을 알려 주세요.”

교사용으로 제작한 '수업 도입 영상'은 교사들에게 배포한 교사용 지도서를 보조하기 위한 자료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특별제작된 동영상들을 함께 보면서 교과서가 지향하고 있는 '스토리텔링' 학습을 진행해 나가도록 하고 있다. (계속)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3.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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