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4일 월요일

'움직임'이 담고 있는 의미

'움직임'이 담고 있는 의미

소마미술관 '중력과 시간-움직이는 조각'展

 
우리가 팔을 움직인다면 밥을 먹으려는 것일 수 있고, 글을 쓰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팔굽혀펴기와 악수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움직임은 그 자체로만으로도 어떤 의미를 담는다. 소마미술관에서 3월 31일까지 열리는 “중력과 시간-움직이는 조각”展은 바로 이 ‘움직임’에 주목한 전시회이다.

‘움직임’에 대한 화두를 던져

“중력과 시간-움직이는 조각”展의 제1전시실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작품은 박종영 작가의 ‘마리오네트 11-정의의 여신’이다. 마리오네트는 사람이 실을 이용해 인형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이번 작품인 경우 실을 이용한 것은 비슷하지만 전기 동력을 이용해 움직인다는 점은 다르다.
▲ 별처럼, 최선호 作  ⓒ소마미술관
 

최선호 작가의 ‘별처럼’은 모빌을 통해 ‘움직임’에 대한 생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각화했다. 모빌은 엄격한 균형과 기하학적 절제미가 요구되는 작업이다. 힘을 받으면 균형을 잡을 때까지 계속적으로 다른 조형미를 보여주는데, 이번 작품 역시 그렇다. 특히 플라스틱, 철사, 대나무, 아톰인형 등 이질적 소재들로 구성된 이 작품의 크기가 전시장 한 공간을 채울 만큼 커서 움직임의 동작도 크고 균형을 잡아가는 모습도 확연히 구분된다.

제2전시실에 들어서면 하부에 무거운 중심을 잡고 서 있는 기다란 하얀 막대기 모형들이 무질서하게 놓여져 있다. 이 작품은 노해율 작가의 ‘무브리스(Moveless)'이다. ’움직임‘을 주제로 전시된 공간에서 움직임이 없다는 것은 미완성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관람객들이 이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시실을 통과하면서 작품을 마구 흔들면 된다. 이는 사람들의 힘이 작품의 운동 에너지가 변하는 것을 형상화한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다. 마치 바닥으로 넘어질 것 같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면서 균형을 잡아가는 작품을 통해 ’움직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 리얼리티-일루전 Reality-Ilusion, 하광석 作  ⓒ소마미술관

‘리얼리티-일루전(Reality-Iiusion)'은 제목 그대로 현실인지 가상인지를 헷갈리게 하는 작품이다. 제3전시실 하나가 통째로 작품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하광석 작가는 달과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을 담은 영상을 투명한 돔형 유리수조에 비추어 전시장 벽면과 천장에 투사시켰다. 물이 움직이면 관람객들은 마치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숲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물결 때문에 물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움직임들

제4전시실에서는 4명의 작가를 만나게 된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신성환 작가의 ‘존-공(存-空)’이란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작가가 독일 유학시절 사용했던 책상이며 책꽂이 등 집기류가 하얗게 색칠되어 설치되어 있는데, 마치 죽은 사람에게 하얀 천을 씌워논 것과 같다. 죽은 공간처럼 보이는 이곳에 빔 프로젝트로 의자와 책상, 책장, 벽걸이 시계, 나무 화분 등에 영상을 쏜다. 빛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 움직임이 비록 허상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실제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소리와 색채, 형태, 움직임 등 다양한 요소들이 공존하는 공간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왕지원 작가의 ‘절제(Moderation)’는 그동안 작가의 작업들과는 확연히 다른 형식의 작품이다. 이전에는 외관에 불교적 도상을 차용했다면 이번 작품은 제목처럼 형상이 단순하다. 움직임 역시 예전의 기계모터에 의해서가 아닌 바람이나 사람에 의해서 변화되고 있어 화려했던 이전 작품들에 비해 명상적인 느낌이 강조됐다.
▲ 춤추는 오바마, 천민정 作  ⓒ소마미술관

‘춤추는 오바마’는 관람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천민정 작가는 정치(Politics)와 팝아트(Pop Art)를 결합한 ‘폴리판(Polipop)’이란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어딘가로 손가락을 가리키는 오바마 동상이 서 있고, 삼면에는 오바마 동상이 춤을 추는 모습이 영상으로 나온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정치는 일종의 쇼'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수직의 바다(Vertical Sea)’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을 표현한 최종운 작가의 작품이다. 벽면에 길게 늘어진 은빛 실 커튼. 멀리서 바라보면 평온해 보이지만 작품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면 잔잔한 파도소리와 함께 파동이 일기 시작하다가 급기야 굉음을 동반하면서 실 커튼이 크게 요동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다시 잠잠해지는데, 관람객들은 짧은 순간 오감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사회 비판을 담은 움직임들

지하의 5전시실에서는 신정필 작가의 ‘것들(Thing)'을 첫 번째로 만나게 된다. 작가는 ‘오로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자신이 만들고 자신만이 그 사용법을 아는 유일한 물건’을 제안한다. 커피잔, 카메라 등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물건이 같은 소재와 색깔로 만들어져 서로 이어져 있다. 관객들은 본인들의 움직임으로 작품의 일부를 떼어서 다른 것과 이어 붙일 수 있고 새로운 이름을 부여할 수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의 생산과 소비를 통해 형성되는 지배관계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있다.

에브리웨어(Everyware)가 선보이는 ‘공중부양하다(Levitate)’는 인터랙티브적 작품이다. 한 벽면에 수많은 유리관들이 설치되어 있고, 그 안에는 공이 있다. 관람객이 작품 쪽으로 다가가면 공은 유리관 위로 올라간다. 자신의 움직임에 따라 공중 부양하는 공들을 보면서 현실에서는 쉽게 인지할 수 없는 초능력의 존재를 떠올리거나 중력을 벗어난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게 만든다.
▲ 초록 몬스터의 악몽, 한진수 作  ⓒ소마미술관

한진수 작가의 작품 ‘초록 몬스터의 악몽(Daydream of Green Monster)’은 새의 머리를 들어 올리는 기계의 힘과 들어 올린 머리를 떨어뜨리는 중력의 힘이 맞물려 움직인다. 시계처럼 정확하게 움직이는 기계의 메커니즘이 담긴 이 작품을 통해 정확성, 반복성으로 규정되는 기계적인 현대인의 삶을 시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김연희 객원기자 |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3.03.04 ⓒ ScienceTimes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