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5일 금요일

약물중독이 그들을 노리는 까닭

약물중독이 그들을 노리는 까닭

만성 스트레스와 약물중독의 상관 관계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최근 연예계가 잇단 마약사건으로 들썩이고 있다. 남성 아이돌 그룹 DMTN의 다니엘이 대마초 알선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데 이어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던 방송인 비앙카도 대마초 흡연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지난 13일에는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여성 탤런트 이승연, 박시연, 장미인애 등 3명이 불구속 기소되고, 상대적으로 투약 횟수가 적은 현영은 약식기소됐다.

프로포폴은 1977년 영국의 ICI라는 화학회사가 개발한 수면마취제다. 기존의 마취제보다 부작용이 거의 없이 빠른 마취를 유도하고 시술 후 환자의 빠른 회복을 가져온다는 장점으로 인해 많은 의사들이 사용해 왔다.
▲ 만성 스트레스가 약물중독의 재발에 미치는 영향이 밝혀졌다.  ⓒmorgueFile free photo
프로로폴은 마취가 빠르고 마취에서 회복되는 시간이 짧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 약으로 마취할 경우 보통 2~8분 만에 깰 수 있다. 또한 소변으로 모두 빠져 나와 몸에 남지 않으며, 다른 마취제를 사용할 때 일어날 수 있는 구역질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따라서 수면내시경 시술 때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프로포폴은 마약처럼 중독성을 발휘하지는 않는다. 프로포폴은 뇌에서 잠을 불러일으키는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의 수치를 높여 뇌 기능을 억제시키는데, 그때 뇌의 도파민 조절 기능도 마비되어 엄청난 양의 도파민이 뿜어져 나온다.

도파민은 뇌에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의 하나로서 뇌신경세포의 흥분 전달 역할을 한다. 즉,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기쁜 순간에 많은 양의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러나 프로포폴은 체내에서 빨리 사라지므로 도파민을 많이 분비시킨다고 해서 마약처럼 중독되지는 않는다. 또한 프로포폴로 마취돼 잠이 들면 도파민이 주는 도취감을 느낄 수도 없다.

그런데 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여성 연예인 4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일까.

2011년부터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지정해
그것은 마취되지 않을 정도로 프로포폴의 양을 줄여서 맞으면 도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엔 양을 조금씩 맞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양이 점차 늘어날 경우 결국 중독되고 마는 것이다. 게다가 프로포폴이 식욕을 저하시켜 다이어트 효과가 있고 원기 회복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2011년 2월부터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지정해 관리해오고 있다.

2009년 세계적인 팝 가수 마이클 잭슨의 사망 사건 이후 그가 불면증 치료 목적으로 매일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프로포폴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우리나라도 산부인과 의사의 내연녀 살인사건, 피부과 의사의 사망 사건 등 프로포폴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프로포폴을 남용할 경우 이처럼 사망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은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이 무호흡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포폴을 투여할 때는 환자의 호흡 유지에 필요한 응급장비나 응급약 등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연예인을 비롯해 예술가 집단에서 특히 약물 중독이 많은 것은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다. 예술가의 경우 창의적인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관념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약물 중독에 빠져든다. 또한 대중으로부터 끊임없이 평가 받고 비난 받아야 하는 연예인들도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약물 중독이란 덫에 쉽게 걸려들곤 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약물 중독 간의 상관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 중의 하나가 바로 수면제 중독이다. 원래 수면제 자체는 중독성 약물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약물이 그렇듯이 수면제도 내성이 있으므로 장기 복용할 경우 약을 먹어도 잠들기 힘든 날이 많아지고 수면제가 몇 알 안 남을 경우 불안한 상태가 된다.

그러나 수면제를 갑자기 끊게 되면 심한 반동성 불면증이 찾아와 이전보다 훨씬 더 심한 불면증과 불안, 공포가 엄습해 심한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또 우울감 등의 금단 증상도 심하게 나타나 다시 수면제를 복용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수면제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는 수면제 중독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약물에 중독뫼면 뇌세포가 변해버려
이처럼 약물에 중독되면 도파민 회로의 신경계가 내성이 생겨 둔해지는 등 뇌세포가 변해버린다. 그러면 중독자는 새롭게 변한 뇌의 상태를 유지하게 위해 계속 약을 사용하게 되는 악순환에서 빠져들게 된다.

실험에 의하면 코카인 중독자의 경우 마지막 흡입 후 3개월 이상까지 도파민 회로의 변화가 회복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장기간 중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수년간 약물을 끊었다고 해도 약물을 사용한 장소를 우연히 다시 가게 되거나 영화에서 그 약물을 사용하는 장면 등 어떤 자극에 노출될 경우 다시 그 약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느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만성 스트레스가 약물중독의 재발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 주목을 끌고 있다. 만성 스트레스가 약물중독 재발의 원인이라는 사실은 예전에 밝혀졌지만, 정확한 기전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백자현 고려대 교수팀과 최세영 서울대 교수가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도파민 수용체 D2를 제거한 생쥐와 정상 생쥐를 스트레스 상황에 놓고 코카인을 반복적으로 주입한 결과, 스트레스가 약물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14일간 코카인을 투여한 뒤 금단 기간에 스트레스를 줄 경우 정상 생쥐 집단에서의 중독 재발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즉, 만성 스트레스가 중독 재발에는 영향을 끼치지만, 마약 중독의 초기 단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연예인이든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예술가든 간에 그들의 스트레스가 결코 약물 중독에 빠져들게 하는 첫 번째 조건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연구팀은 도파민 수용체 D2의 신호가 스트레스와 약물중독 재발에 관여한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규명했다. 도파민 수용체 D2는 도파민의 분비를 조절하기 위해 K+채널이나 Ca2+채널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D2 수용체가 적으면 이 조절이 어려워져, 과도한 도파민의 분비로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연구진은 스트레스와 약물중독 간의 연결고리를 찾아낸 만큼 약물중독의 재발을 방지하는 표적치료제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3.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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