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8일 목요일

진보와 보수는 뇌가 결정한다?

진보와 보수는 뇌가 결정한다?

활성화되는 두뇌 영역이 서로 달라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의 민주당과 보수의 공화당은 상대방 지지자들을 설득하여 마음을 돌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한다. 물론 공개된 비용이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이러한 선거운동의 효과에 냉소적이다.

그러한 선거 운동이 큰 효험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정치적 성향이 대체로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령 보수의 공화당 지지자에게 진보적인 가치관을 갖도록 설득하는 것은 부질없는 헛수고가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우파 또는 좌파, 부드럽게 표현해서 보수와 진보가 되는 것은 타고난 운명이라는 뜻이다.

일부 과학자들, 천문학적인 선거비용 효과에 회의적
▲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인 성향은 후천적인 요인보다 뇌 부위의 활성화와 관련이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procon.org

사람의 정치적 성향은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이제까지 통설이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이나 경험 등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아주 비근한 예를 한가지 들자면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 그리고 부유한 환경 등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으로 뇌의 비밀이 풀리면서 정치적 성향은 환경적 요인보다 선천적으로 타고 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경과 함께 정보전달물질인 호르몬의 작용이나 심지어 유전적 요인도 크다는 연구결과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과학자들은 최근 뇌 구조에 의해 정치적 성향이 보수인지, 진보인지를 알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두뇌를 MRI로 스캔해 보면 진보적인 성향과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의 뇌의 활성화되는 부분이 다르다는 것이다.

뇌 촬영 사진으로 보수와 진보와 구별 가능
이는 영국 엑시터 대학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대학(UCSD)의 공동 연구팀이 남성 35명과 여성 47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투표 기록을 살펴보고 뇌 속을 스캔해서 비교 분석해 도출한 결과다.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연구팀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들을 진보 성향으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보수 성향으로 분류했다. 연구팀은 이들이 도박을 할 때 뇌의 활동에 있어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관찰했다. '누구를 찍을 것인가?'하는 선택의 문제를 도박과 같이 위험 요소가 내포된 결정으로 본 것이다. 그 결과 도박을 할 때 감수하는 위험의 크기에서는 양 측 간에 별 차이가 없었다.

차이는 활성화되는 영역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보상이나 불안, 위험을 무릅쓰는 결정을 하는 것과 관련된 뇌의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감정 및 체내의 신체 신호와 관련된 부분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관찰됐다.

미국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뇌기능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판돈을 거는 도박을 시켜 본 결과 진보는 뇌의 좌측 섬엽을, 보수는 우측 편도체(amygdala)를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진보와 보수 모두 감수해야 위험을 받아들이는 데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위험이 내포된 과제를 수행할 때 이들의 두뇌활동은 놀랄만한 차이를 보였다.

좌측 섬엽은 사회성 및 자아인식과 관련된 영역이다. 우측 편도체는 뇌의 중독중추로 신체의 `싸울까, 달아날까' 결정 영역이다. 편도체는 뇌의 중심부 쪽, 해마 끝부분 쪽에 달려 있다. 생존을 위한 원시적인 감정(분노, 증오, 기쁨 등)을 관장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계기로 어떤 영역에서 뇌 활동이 활발한지를 보는 것만으로 실험 대상자가 민주당을 지지하는지, 공화당을 지지하는지 82.9%의 정확도로 맞힐 수 있었다고 장담했다. 뇌를 읽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오래 전부터 사용돼 온 전통적인 정치학 모델, 즉 부모가 어느 정당에 속해 있는지를 통해 개인의 소속 정당을 예측하는 방식은 정확도가 69.5%에 불과했다. 또 뇌 구조의 차이를 근거로 정치 성향을 밝히는 방식은 정확도가 71.6%로 나타났고 유전자 차이로 정치적 성향을 예측하는 방식도 새 방식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졌다.

연구진은 "유전적 소질이 정치 이념과 정당정치 참여 강도에 차이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것이지만 그보다는 섬엽과 편도체 활동으로 설명되는 차이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당 가입과 당파적 환경 참여가 유전적 영향보다 훨씬 크게 뇌를 바꿀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다렌 슈라이버 교수는 “전통적인 정치과학보다 두뇌 스캔을 통해 정치적 성향을 더 정확히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보수-진보 성향을 판별하는 지표에 대해서는 상당한 연구가 있었다. 한 연구에서는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진보적인 이들보다 성격이 까다로운 편이라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정치적 성향은 진보와 보수 두 가지가 아니라 더 다양하게 존재해
정치적 성향이 뇌 영역에 따라 결정된다는 연구는 또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의 료타 카나이 교수는 정치적인 태도와 관점 차이 등이 뇌 구조와 연관성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20~30대의 성인 90명을 대상으로 정치적 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들의 뇌를 자MRI로 촬영했다.

설문 결과,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자유주의적 진보라고 밝힌 사람들은 뇌 전두엽 한가운데 있는 전대상회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전대상회피질은 습관적인 반응이 아닌 새로운 반응을 해야 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우측 편도체가 더 컸는데 이곳은 공포와 혐오에 관여한다. 그러나 연구진은 “정치적인 관점은 진보와 보수 두 가지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더 다양하게 존재하며, 정치적 관점이 다르면 뇌 구조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보수 성향과 진보 성향을 보이는 사람의 유전적 차이까지 규명하는 실험도 이루어지고 있다. 진보와 보수를 생물학적인 차이로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곧 올 수도 있을 듯하다.

생물다양성처럼 정치성향도 다양해야
이러한 생물학적인 차이는 왜 자신이 속한 계층을 대변하지 않는 정당을 지지하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자신은 서민임에도 친기업 정책을 펴고 간접세를 올리겠다는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가 있다. 또 반대로 부자이면서 서민을 위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정당을 지지하기도 한다.

인터넷 토론방을 보면 이처럼 자신이 속한 계층과 상반되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이해 못하겠다고 상대방을 공격한다. 그러나 정치적 성향의 차이가 뇌 구조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면 이러한 선택을 이해할 만하다. 진보나 보수 그 자체는 공격대상이 아니다.

오랫동안 공동체 생활을 이어온 인류는 생존하기 위해서 부족 구성원이 다양할 필요가 있었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변화에 민감한 젊은이들과 기존의 질서를 지키며 공동체를 안정시키는 연장자 모두 필요한 구성원이었다.

우리는 생물다양성이 점차 사라져간다는 것을 걱정하고 아쉬워한다. 다양성이 풍부해야 생태계가 건강하다. 마찬 가지다. 정치적 성향 역시 다양해야 우리가 사는 사회가 건강하다. 보수와 진보의 해묵은 정치적 싸움은 마치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거나 마찬 가지이기 때문이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03.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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