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집단의 급진적 탄생 조건 밝혀
[인터뷰] 강병남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한 집단이 소규모에서 대규모로 급진적으로 진화하는 조건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국내 연구진이 이 비밀을 밝혀냈다.
강병남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연구팀은 스위스 공과대학 Herrmann 교수와 공동으로 이 연구를 수행했으며, 그 연구결과가 '사이언스' 지 3월 8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돼 많은 주목을 받았다.
대규모 집단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대한 고찰
인간은 살아가면서 크든 작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커뮤니티를 이루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것이다. 집단의 크기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 속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으며 작은 조직이 큰 조직으로 커 나가면서 다양한 변수가 생기기도 했다.
강병남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연구팀은 스위스 공과대학 Herrmann 교수와 공동으로 이 연구를 수행했으며, 그 연구결과가 '사이언스' 지 3월 8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돼 많은 주목을 받았다.
대규모 집단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대한 고찰
인간은 살아가면서 크든 작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커뮤니티를 이루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것이다. 집단의 크기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 속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으며 작은 조직이 큰 조직으로 커 나가면서 다양한 변수가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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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병남 교수(가운데)는 이번 연구를 박사과정 학생들과 함께 진행했다. ⓒ한국연구재단 |
강병남 교수의 이번 연구는 소규모 집단이 대규모 집단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고찰한 결과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집단의 형성을 연속적으로 천천히 진행되는데, 강 교수 연구팀은 ‘만약 거대 집단의 형성이 억압되는 상황이라면 집단은 어떤 형태로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본 연구를 시작했다.
이번 연구는 사회적 집단의 크기 변화를 물리학의 상전이 개념을 도입해 설명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서 성장이 더욱 억압받게 되고, 그 결과 생겨난 중간 크기의 집단이 일정 임계점에서 기다렸다는 듯 폭발적으로 결합해 대형 집단을 형성하는 조건을 알아내기 위해 수학모형을 연구한 것이다.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상전이 개념이란 한 물질이 다른 상으로 상태를 옮기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전류가 흐르는 전도체가 초전도상태로 옮겨지는 현상과 얼음이 물로 바뀌는 현상 등이 상전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상전이에는 연속 상전이와 불연속 상전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이 수증기로 바뀔 때 100도에 다다른 물의 밀도가 내려가고 부피가 팽창하면서 주전자 뚜껑이 열리게 됩니다. 이는 불연속 상전입니다. 더불어 자석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못이 급격한 온도 변화로 자석의 성질을 갖고, 그 강도가 온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은 연속 상전입니다. 물리학의 스미기 전이는 연속상전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스미기 전이가 불연속 상전이가 될 수 있다는 논문이 '사이언스' 지에 게재된 적이 있습니다. 이 논문에 의문을 가지면서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 이번 결과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서로를 모르는 집단, 즉 집단 간 사교(私交)를 매개할 동기가 없고 일정 구성원으로 이뤄진 집단에 성장이 억압된 시스템을 적용했을 때, 임의로 수 명을 선택해 그 중 네트워킹이 가장 약한 사람에게만 사교활동 동기를 제공하면 대규모 집단이 급진적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처럼 대규모 집단으로 형성되는 데 있어 연구팀이 주목한 역할은 바로 ‘전령(messenger)’ 이었다. 이를 물리학 개념을 이용해 설명하면, 두 도체판 사이에 도체 알갱이들을 서로 연결하는 병목(bottleneck) 현상이 만들어져야 비로소 전기가 흐르는 상전이 현상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체판 사이의 전기가 흐르는 상전이 현상처럼 사회적 집단 간에도 서로 떨어진 집단을 연결해 줄 전령(messenger)에 의해 집단 성장이 폭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그 임계점에 해당하는 조건을 찾아냈습니다.”
급진적인 전염병 확산 예방 방안 제시 可
강병남 교수 연구팀의 본 연구는 집단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임계점의 조건을 찾아낸 것인 만큼, 반대로 생각하면 대규모 그룹이 출현하는 것을 억제하는 데도 응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전염병 확산이 걷잡을 수 없는 대유행상태까지 발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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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압받는 상황 속에서 대규모 집단이 급진적으로 탄생하는 모습을 베를린 장벽에 비유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
이러한 집단 형성에 관한 연구는 복잡계에 관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계(complex systems)란 어느 특정 장소에서 발생한 작은 사건이 주변의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작용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차츰 큰 영향력을 갖게 됨으로써 결국에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사건의 원인이 된다는 내용의 연구다.
실제로 자연계가 하나의 구성성분으로만 이뤄져 있지 않고 다양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얽혀있다는 점에서 복잡계 연구는 최근 중요시 여겨지고 있으며 자연과학과 수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되고 있다.
강병남 교수는 이 연구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현상에 비유했다. 초기 대규모 집단 형성을 가로막는 외부의 힘에 의해 중규모 집단 사이에 장벽이 형성되고, 이 때 중규모 집단 내부에는 아직도 독립된 소규모 집단이 존재한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어떤 조건에서는 내부의 소규모 집단이 사라지고 중규모 집단 내 결속이 강화된다. 그러다가 임계점에 도달하면 장벽은 무너지고 대규모 집단이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그 변화는 매우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만약 본 연구에서 찾아낸 ‘어떤 조건’에 대한 여건이 형성되지 않으면 내부적으로 소규모 집단이 계속 존재하면서 대규모 집단이 탄생하게 되지만, 이 경우 변화는 급작스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번 연구는 발상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정이었다. 강 교수는 “새로운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난점이었으나, 새로운 돌파구를 찾자는 우리의 시도와 연구방향이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비평형계에서 일어나는 불연속 스미기 상전이 현상에 대한 원인을 규명한 것”이며 “연구 대상이 된 수학모형은 다양한 성질을 내포하고 있어 논란이 돼 왔는데 본 연구를 통해 모든 결과를 하나의 이론적 틀에서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추후 진행해야 하는 연구가 남아있는 만큼, 이러한 문제들을 연구하면서 비평형 상태에서의 이론을 확립시킬 수 있도록 큰 줄기를 따라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저작권자 2013.03.29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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