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6일 토요일

얼굴 긴 사람이 훌륭한 지도자 감?

얼굴 긴 사람이 훌륭한 지도자 감?

긴 턱은 카리스마, 유권자로부터 신뢰감 얻어

 
긴 얼굴의 유명 정치지도자를 떠올린다면 응당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럼 링컨이다. 4년째 접어든 남북전쟁이 최고조에 이르러 국민들 사이에서 종전(終戰)에 대한 요구가 드높은 1865년. 재선에 성공한 링컨은 ‘종전이냐, 노예해방이냐’의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선다.

▲ 큰 키와 긴 얼굴은 링컨의 간판 브랜드다. 유권자들은 긴 얼굴의 정치인에게 더 많이 신뢰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위키피디아
전쟁에 지친 유권자들, 그래도 링컨 찍어

링컨은 전쟁이 끝나기 전 노예제 철폐를 실현하고자 이를 골자로 하는 헌법수정안을 의회에 제출한다. 그러나 여당인 공화당조차 의견이 갈리고, 민주당은 “노예제에 대한 정치 논쟁을 끝내고 정부는 당장 종전을 위한 협상에 나서라”고 주장하면서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이러한 정치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링컨은 인류 진보에 대한 신념을 끝까지 지키며 협상과 타협을 통해 반대파를 설득하고 마침내 헌법 수정안을 통과시켜 노예제 철폐를 관철시킨다. 노예제 철폐는 단지 동시대뿐만 아니라 미래에 태어날 수많은 이들을 불평등의 사슬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데 성공한다.

또한 남북전쟁에서 승리해 오늘날 통일 미국의 기초를 마련했다. 아마 당시 전쟁이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미국은 적어도 5개국 이상으로 찢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하나의 거대한 미국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계속된 전쟁으로 인해 지칠 대로 지치고 노예제 철폐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은 왜 상반된 정책을 집요하게 추진하는 링컨을 선택했을까? 왜 그들은 주화파(主和派)가 아니라 주전파(主戰派)의 수장인 링컨에게 매력을 느꼈던 것일까?

카리스마적 긴 얼굴에 대한 믿음은 진화의 산물
영국의 유력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한 연구논문을 인용해 “사람들은 키가 크고 얼굴이 긴 사람을 신뢰하며, 더구나 이러한 성향은 자신들이 속해 있는 사회나 국가가 혼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더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반적으로 얼굴 긴 사람에 대한 믿음이 강한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내려온 진화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옛 조상들은 삶과 죽음이 그들을 이끄는 지도자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올바른 지도자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

이 연구를 이끈 영국의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의 심리학자인 다니엘 르(Daniel Re)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얻은 연구결과는 사람들은 지배력이 강하게 보이는(dominant looking) 지도자에게 마음이 쏠리며,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렇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긴 얼굴은 카리스마를 제공한다는 지적이다.

르 교수는 긴 얼굴은 오랫동안 성공과 연결됐다고 주장한다. “지난 20세기 동안 두 명의 대통령 후보 가운데 턱이 긴 후보가 선거에서 모두 이겼다”고 지적했다.

혼란한 시기에는 긴 얼굴을 더 찾아
연구팀은 먼저 시험 참가자들에게 남성과 여성의 얼굴 사진을 보도록 했다. 이 얼굴 사진들은 컴퓨터로 얼굴을 길게 하기도 하고, 남성스럽게 보이도록 조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참가들에게 컴퓨터를 사용하여 평화와 전쟁시기 각각 조국을 이끌어나갈 재목으로 생각되는 지도자와 닮은 모습으로 변형시켜보도록 했다.

실험 결과 평화시기에 참가자들이 찾는 지도자의 얼굴은 남녀 모두에서 약 6%가 길었다. 일반 사람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났다고 가정할 때 참가자들이 선호하는 남성 지도자의 얼굴의 길이는 45.8%가, 여성의 경우는 34.9%로 늘어났다.

물론 이 실험에서는 긴 얼굴을 한 지도자의 자질이나 경륜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골상학 차원에서 순전히 두상(頭相)의 길이와 신뢰감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다. 또한 키만 크다고 해서 얼굴 길이가 긴 것만도 아니다.

이 연구대로라면 맞는 정치 지도자가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었던 사르코지 대통령은 얼굴이 키에 비해 아주 길다. 키는 167cm로 비교적 작다.

이와는 아주 대비되는 인물이 있다. 전후 영국의 최 장수 총리인 토니 블레어는 키가 6피트로 180cm를 넘을 정도로 크다. 그러나 얼굴만 보면 키가 작을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얼굴 길이가 작은 둥근 모습이다.

미국은 정치 역사상 키가 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우가 많았다. 링컨이 대표적인 예다. 역사의 거인인 그는 실제로 키가 193cm나 될 정도로 거인이었다. 당시라면 충분히 농구선수가 되고도 남을 정도의 키였다. 그러나 이번 연구대상은 키가 아니라 얼굴의 길이다.

여성들은 헤어 스타일 때문에 결론 내기 힘들어
▲ 르 교수는 주로 골상학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다. ⓒ르 교수 홈페이지


연구진은 여성 정치 지도자의 경우 결론에 도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하소연했다. 왜냐하면 헤어 스타일이 얼굴을 둥근 형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영국 최초의 여성총리인 ‘철의 여성’ 마거릿 대처는 약간 둥근 형의 얼굴로 보인다. 얼굴이 길지 않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다소 줄어 들었는지 모르지만) 한창 때에는 키가 170cm로 큰 키였다.

유명 여성으로 윌리엄 왕세자의 부인 케이트 미들턴이 있다. 최근 임신 소식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그녀는 얼굴이 둥글면서도 키는 172cm 정도로 남자의 평균 키와 맘먹을 정도다.

이 연구에서 보여준 것처럼 리더에 대한 호감이 정치적 경륜과 관계 없이 순전히 얼굴이나 골상학 차원에 한정시킨다면, (얼굴이 긴) 현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가 노동당의 (얼굴 길이가 비교적 짧은) 에드 밀리반드를 대파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덩 샤오핑, 레닌, 얼굴 전혀 길지 않아
그러나 둥근 얼굴을 한 스코틀랜드 독립당(SNP)의 당수인 알렉스 샐먼드가 왜 그렇게 인기를 끄는지에 대한 설명은 되지 않는다. 2017년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그는 유권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자신들이 바라는 지도자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해 왔다. 19세기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쿨리(Charles Cooley)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낯설기도 하며 일리에 맞지 않을 것으로 간주되는 골상구조는 정치적 지도자, 또는 연설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골상구조는 사람들의 눈을 고정시키고 마음을 현혹시키기 때문이다”

세인트앤드루스 대학 연구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있다. 남자에게 있어서 성공과 리더십은 전반적으로 사각형의 모습에다 초점이 뚜렷한 눈, 가늘면서도 곧은 입술, 그리고 건강한 피부의 긴 직사각형의 얼굴(rectangular face)에 있다는 연구다.

훌륭한 자질의 지도자라고 생각되는 여성은 크고 날카로운 눈매, 분명한 윤곽, 그리고 활 모양의 눈썹을 가진 계란형 얼굴이다.

세인트앤드루스 논문은 긴 얼굴이 지도자를 만든다는 연구다. 그러나 이에 반하는 연구들도 많다. 헬싱키 대학의 연구팀은 “아기처럼 표면 가공된 얼굴(baby facedness)이라고 해서 선거에서 승리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캐머론을 싫어하는 유권자들은 많다”라고 꼬집었다.

사실 헬싱키 대학 편에 선다면 여러 사람들이 있다. 사회주의 중국에 시장원리를 도입해 중국경제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작은 거인' 덩 샤오핑. 160cm도 안 되는 키다. 그리고 얼굴 길이도 아주 짧다. 민중봉기를 일으켜 부패와 독재로 얼룩진 제정 러시아를 몰락시킨 러시아 혁명의 주인공 레닌도 그 중 하나다. 그는 머리가 벗어져서 그렇지 얼굴은 둥근 모습이다.

투철한 가치관과 역사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얼굴은 어떨까? 몇 명 안 되지만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비롯해 대부분 긴 얼굴이었다고 생각한다. 14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도 여성이면서도 얼굴이 다소 긴 편이라는 느낌이 든다.

긴 얼굴이 훌륭한 지도자가 된다는 과학적 증거는 결코 없다. 다만 긴 얼굴이 유권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유형이라는 연구다. 범위를 넓히자면 긴 얼굴이 지배적인 카리스마적인 얼굴이라는 내용이다. 유권자들이 부드러운 지도자가 아니라 강력한 지도자를 선호한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중정치학의 기본이다.

때마침 스필버그 감독의 대작 ‘링컨’이 14일 개봉됐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인류의 진보를 이뤄낸 지도자상을 구현한 영화다. 얼굴 길이가 위대한 지도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신념과 가치관, 그리고 역사가 부여한 소명에 대한 투철한 인식이야말로 위대한 지도자를 만드는 조건이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03.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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