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꺼기 없는 8㎚급 금형복제 길 열어
[인터뷰] 도이미 전자통신연구원 박사
스마트폰 액정과 TV모니터 등에는 매우 미세한 나노패터닝 기술이 적용돼 있다. 나노패터닝 기술이란 나노미터 사이즈의 인공 구조물을 형성하는 기술을 말하며, 커다란 구조에서 미세하게 잘라내는 탑다운(top-down) 방식과 원자나 분자의 자기조립을 이용한 바텀업(bottom-up) 방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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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도이미 박사. 도 박사 연구팀은 10nm 이하의 나노패턴을 복제할 수 있는 나노금형 복제몰드(Replica Mold) 원천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ScienceTimes |
최근 국내 연구진이 10㎚이하의 패터닝이 가능한 복제 몰드 제작기술을 개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융합기술연구부문 RFID․USN 소자팀 도이미 박사 그룹은 10㎚ 이하의 나노패턴을 복제할 수 있는 나노금형 복제몰드(Replica Mold) 원천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신소재 개발로 공정 단순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메모리와 센서 등의 제작에 사용되는 나노패터닝 공정은 현재 22㎚ 수준까지 가능하다. 10㎚이하도 구현할 수는 있지만 극자외선(EUV․Extreme Ultraviolet) 액침(Liquid Immersion) 노광기술을 이용한 공정 과정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극자외선 장비의 대당 가격은 3천만 달러 이상을 호가한다. 더구나 극자외선을 발생시키는데 필요한 고전력 발생장치 제작과 노광 툴의 효율이 저하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까지 안고 있어 미세 나노패터닝을 위한 신소재 개발은 매우 필요한 상황이었다.
“현재 나노금형 패터닝 기술은 22㎚이하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세한 수준에서 패터닝 기술을 구현하는 게 관심사이기 때문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가 지금의 핫 이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극자외선(EUV)을 이용해 빛을 쪼여서(노광) 패터닝을 하는데, 그것도 어려워 물속에 담가(액침) 구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10㎚이하 수준으로는 구현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도이미 박사그룹이 개발한 소재는 최근 10㎚이하의 미세패터닝이 세계의 관심사인 가운데, 나노금형을 값싸게 대량복제할 수 있게 했으며 이는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아 영국왕립학회가 발행하는 신소재·재료 분야의 권위지인 '저널 오브 머티리얼스 케미스트리'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도이미 박사 그룹에 의해 개발된 원천소재가 갖는 기존 소재와의 가장 큰 차별점은 공정이 단순화 됐다는 점이다. 종래에는 복제 금형을 제작할 때 금형의 모양이 잘 나올 수 있도록 이형제를 처리해야 했지만, 이번 신소재 개발을 통해 이형제 처리라는 중간과정을 생략할 수 있게 했다.
도이미 박사팀은 한국과학기술원 정연식 교수그룹이 제작한 하프피치(half-pitch) 8㎚의 블록공중합체 마스터 나노금형을 이용해 이형제의 처리가 없어도 쉽게 패턴 분리가 되는 소수성이 높은 저점도의 비점착성 재료를 개발한 것이다.
여기서 소수성이란 물 분자와 결합하기 어려운 성질로, 물과 혼합되지 않는 성질을 가리킨다. 소수성이 높으면 방수제처럼 물과 거의 결합하지 않고, 친수성이 높으면 스펀지처럼 물과 잘 결합하게 된다.
“패터닝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임프린트 공정입니다. 임프린트 공정이 잘 된다면 무한대의 면적까지 찍어나가며 복제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정연식 교수의 나노금형을 이용해 우리가 개발한 소재로 값싼 대량복제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기존에는 복제를 해도 찌꺼기가 묻거나 패턴이 깨지는 등 만족할만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지만, 이번에 개발한 소재를 통해 기포나 찌꺼기 없이 깨끗한 모형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임프린트란 이름 그대로 도장처럼 모양을 찍어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기존에는 찍고 떼어내는 과정에서 소재가 잘 떨어지지 않아 이형제 처리가 필수였다. 이형제는 소재가 주형에 들러붙지 않고 잘 떼어낼 수 있도록 표면처리에 사용되는 물질로, 소수성을 가진 물질을 사용한다.
이형제 처리가 없을 경우 만족할만한 패터닝을 구현할 수 없었으며, 구현한다고 해도 연속적인 대량복제는 거의 불가능했다. 한 개의 패터닝만 찍어낼 수 있었다.
“요즘 대두되는 것은 롤투롤 프로세스(Roll to Roll process)로, 롤의 형태로 만들어 기판 위에 패터닝을 연속적으로 찍어내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롤투롤 프로세스를 이용하면 패턴을 쉽게 만들 수 있고 수없이 무한대로의 복제도 가능해집니다.”
새롭게 개발된 신소재와 롤투롤 프로세스의 결합은 나노패터닝 복제기술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늘 고가의 장비로만 가능하다고 여겼던 극나노 패터닝 복제기술이 값싼 방법으로 대량복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표면처리라는 공정단계가 없어졌으니 패터닝 과정은 더욱 단순해졌고, 깨끗한 패터닝을 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도 향상시킬 수 있다.
3년에 걸친 소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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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이미 박사 그룹의 연구결과는 영국 <저널 오브 머티리얼스 케미스트리>지의 뒤표지로 게재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
도이미 박사 팀이 개발한 이번 신소재는 총 3개의 물질이 결합된 결과다. 현대 기술개발은 소재의 싸움이라는 말도 있듯, 약 3년에 걸친 연구 기간의 대부분은 단연 이 소재를 개발하는 데 거의 소요됐다. 소재 개발을 위해 팀 내에서는 끊임없이 소재를 찾고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검토하며 유력 후보군에 대해서도 수많은 테스트를 거쳤다.
“이번 기술개발에 사용된 소재의 성질은 투명도와 강도가 높고 용매에 대한 내구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신축성이 낮아야 하고 소수성 역시 적정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 적정 소수성이 유지돼야 하는 이유는 너무 높은 소수성을 가질 경우에는 패턴이 잘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에 성공한 복제 금형은 높은 기계적 강도로 인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확보한 상태다. 또한 높은 유연성으로 인해 평면 뿐 아니라 곡면상에서도 나노구조물 제작이 가능해졌으며, 실제 ETRI 연구팀은 페트필름 위에 결함이 없는 8㎚의 나노 구조물을 제작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최초로 구현한 이번 기술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미 특허를 받은 상태다. 이는 나노기술의 시장이 향후 세계적으로 크게 형성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매우 높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현재 대일본인쇄(DNP), 휴레패커드(HP), 도시바 세미컨덕터, 삼성 등에서는 나노임프린트 공정의 실용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14년을 기준으로 전세계적인 나노기술의 총 시장은 2조6천억달러(한화 약 2천6백조원)에 육박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도이미 팀장은 “이번 기술개발은 추후 나노금형 공정과정의 중간과정단계를 줄여 가격 역시 10분의 1 정도로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의 다양한 응용에 대한 비전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를 주도한 이봉국 박사는 “개발된 나노금형 복제용 재료를 이용한 나노금형 제작기술을 바탕으로 금속 나노와이어 기반의 투명전극 및 유연 디스플레이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저작권자 2012.10.11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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