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명 없이 아픈 환자군 증가
‘미병(未病)’ 국제심포지엄 개최
“2004년과 2010년을 비교해 보면, 특별한 병명은 없지만 건강한 상태는 아닌 미병(未病) 상태의 환자들이 35.3%에서 61.8%로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현재 미병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이에 대한 연구가 함께 증진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이시우 한국한의학연구원 체질·진단연구그룹장)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지난 9일 개원 18주년을 기념해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미병(未病)’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한·중·일·대만의 미병에 관한 최신 연구동향과 국내 미병 연구의 수준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특별한 병 없지만 항상 ‘골골’하다?
미병(未病)이란 뚜렷한 질병은 없지만 신체적·육체적·사회적으로 건강상 기능과 기질적 이상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즉, 질병과 건강의 중간영역을 말하는 것으로, 아건강(亞健康), 반건강(半健康)이라고도 불린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지난 9일 개원 18주년을 기념해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미병(未病)’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한·중·일·대만의 미병에 관한 최신 연구동향과 국내 미병 연구의 수준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특별한 병 없지만 항상 ‘골골’하다?
미병(未病)이란 뚜렷한 질병은 없지만 신체적·육체적·사회적으로 건강상 기능과 기질적 이상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즉, 질병과 건강의 중간영역을 말하는 것으로, 아건강(亞健康), 반건강(半健康)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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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9일 한국한의학연구원은 개원 18주년을 기념해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황정은 |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0년 통계를 살펴보면 건강한 사람이 8.1%, 질병이 있는 사람 30.1%로, 나머지 건강하지도 아프지도 않은 상태의 반건강군이 61.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질병은 아니지만 몸의 건강에는 이상이 있다는 것으로 현재 의료 시스템으로는 이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게 한의학연의 설명이다.
이처럼 ‘반건강’ 상태의 사람이 증가하면서 미병에 대한 학계의 관심도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대만 역시 마찬가지로 이미 각국에서는 국내보다 오래 전에 미병에 대한 관리를 국가 차원에서 진행해 왔다.
중국은 1920년부터 광둥성중의원 치미병센터를 설립, 현재까지 7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임상센터와 교육센터, 과학연구 등의 전문분야를 체계적으로 아우르고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총 4천여 명의 임직원이 센터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날 세션에 참여한 중국 광둥성중의원의 리옌(LI Yan) 주임의사는 “우리 병원의 주요 목표는 미병의 치료”라며 “건강상태를 변별·평가하고 치미병 이후의 상황을 확인하고 건강에 대해 관리한다. 중의학의 건강관리방법을 곳곳에 알리고 질병의 예방시스템을 갖는 것 또한 목표”라고 전했다.
중국 치미병센터 시스템의 핵심은 병의 관리와 더불어 의사가 코치의 역할에 중점을 둔다는 점이다. 마치 운동선수의 코치처럼, 환자가 자기 자신을 관리할 수 있도록 자아관리에 중점을 두고, 의사는 환자의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관리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미병은 과연 치료 대상일까. 전세일 교수는 “미병은 몸에 고장이 난 것을 수리하는 게 아닌, 넘치거나 빈 상태를 미리 관리해주고 다스리는 것”이라며 “병이 난 경우는 몸에 이상 신호가 난 것에 대해 수리를 해줘야 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서양의학과는 그 의미가 다소 다르다는 것이다. 뚜렷한 질병이 확보돼야만 병으로 간주한 후 치료에 들어가는 서양의학과 달리, 동양의학은 아직 병은 없지만 다양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관리’ 차원의 치료가 진행된다는 의미.
국내 미병연구의 단계
미병의 상태는 주로 통증·피곤을 호소하거나 식욕부진, 불면증, 우울증, 숨이 차는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따라서 미병의 범주도 ‘통증형’ ‘피곤형’ 등으로 분류되곤 한다.
이처럼 증가하는 미병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현재 미병프로젝트를 진행, ‘건강한 삶’과 ‘무병장수’를 큰 비전으로 삼아 미병에 대한 관리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이시우 한의학연 그룹장은 “미병상태로 불리는 서브헬스(Sub-Health) 그룹은 서양의학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서양의학은 질병이 나타나야만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국민들은 현재 미병상태에 대해 자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건강보조식품으로 불리는 기능성 식품의 매출액의 판매추이가 그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이 그룹장에 의하면 국내 건강기능식품의 매출액은 지난 2006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2010년에는 1조원을 넘어섰다. 2006년 700조원이던 규모에 비하면 매우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그는 “국민들이 이렇게 스스로의 몸 상태에 대해 자구책을 찾는 과정에서 전문가 가이드라인이 없어 다소 문제가 될 수 있다.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부재한 상태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그룹장은 “우리는 미병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갖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병에 대한 담론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그동안 갖춘 배경을 바탕으로 ‘반건강’ 상태의 현대적 개념 정립에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미병프로젝트는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한 델파이 기법(전문가의 경험적 지식을 통해 문제해결이나 미래예측을 하는 방법을 일컫는다)을 통해 1, 2차 라운딩을 끝낸 상태다. ‘통증형’과 ‘피로형’ 케이스에 대해 두 곳의 한방병원에서 각각 사례를 모으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는 사례구축이 이뤄져 향후 진행방향을 도출할 수 있게 된다.
이시우 그룹장은 “연구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 외적으로 대전에 소재한 각 연구소와 다양한 네트워크를 갖고 양방뿐 아니라 대학기관과도 연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심포지엄에 앞서 최승훈 한의학연 원장은 “병이 되기 전인 미병 상태에서 잘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다면 국가적으로 보건의료비용 절감은 물론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연구원은 올 초부터 미병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세션에는 니칭 중국중의과학원 광안먼병원 내분비과장과 순마오펑 중화민국중의사공회 전국연합회 이사장, 요시히로 후쿠오 일본 미병시스템학회 이사 등이 참여해 발제를 했다.
저작권자 2012.10.10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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